간원이 상의 부덕함과 경연을 열지 않은 잘못을 아뢰다
간원이 아뢰기를,
"지금 천재(天災)에 대해서도 말을 해야 되고 시변(時變)에 대해서도 말을 해야 되고 백성들의 고통에 대해서도 말을 해야 하고 변방의 걱정에 대해서도 말을 해야 합니다만, 우선 이런 것은 버려두고 먼저 임금 마음의 잘못부터 바루겠습니다. 전하께서 반정하신 처음에는 잘 다스리기를 도모하는 데에 마음을 두고 계셨었는데, 근년 이래에는 점차 처음만 못하십니다. 이에 오랫동안 경연을 폐하고 항상 궁첩들을 가까이하고 희로를 사심(私心)에 의거해서 하고 상벌이 정당한 데에 어긋나고 귀에 거스르는 말을 듣기 싫어하고 자신의 뜻에 따르는 것만을 즐거워하십니다. 공자가 이른바 말 한마디가 나라를 잃게 만든다는 것이 이제 전하에게 해당이 되니, 신은 몹시 개탄스럽습니다. 전하께서는 오늘날의 천재가 무엇 때문에 발생했고 오늘날의 백성들 원망이 누구로 말미암아 일어났다고 여기십니까. 이는 임금의 마음이 날로 잘못되어 가고 국사가 날로 잘못되어 가기 때문인 것입니다.
전하께서는 반정하신 뒤로 세 번이나 큰 난리를 당했는데, 정묘년이 갑자년보다 심했고 병자년이 정묘년보다 심했습니다. 병자년의 난리를 겪고도 오히려 난에 징계되지 않은 채 상하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니 인사(人事)가 제대로 다스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태백이 낮에 나타나는 것이 어쩌면 한결같이 이리도 자주 있으며, 겨울의 우레와 지진이 또 어쩌면 이리도 중첩되며, 농사는 어쩌면 이리도 흉년이 들고, 백성은 어쩌면 이리도 곤궁하단 말입니까. 신은 지금 화란이 발생하면 반드시 병자년보다 더 심할까 염려스럽습니다. 삼가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금방 망할 위기가 닥친 것처럼 조심하여 혹시라도 태만히 하거나 소홀히 하지 마소서. 전하께서 진실로 자신에게 반성하고 스스로 성찰해서, 검약을 숭상하여 사치를 금하고 공도를 넓혀 인재를 기용하고 요행의 문을 막아서 관방(官方)을 바르게 하고 헛된 비용을 줄여 실제적인 혜택을 내리고 겸허한 자세로 남의 말을 따르며 어진이를 가까이하고 여색을 멀리한다면 위기를 태평으로 전환시키는 데에 무슨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아, 천심의 향배와 인심의 이합은 단지 전하의 한 마음에 달려 있는 것이니, 조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전하의 정치가 점차 처음보다 못해지는 것은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라 격언(格言)을 듣지 않고 심학(心學)에 밝지 못한 탓입니다. 이제부터 계속 경연을 열어서 마음을 다스리는 책과 도에 대해 말한 글을 강하소서. 그리고 이런 춘궁기를 당하여 네 번째의 칙사가 이르게 되었는데, 한편에서 영조(營造)하는 것이 마음에 불안스럽습니다. 저승전(儲承殿)의 역사를 중지하고 가을이 되기를 기다려서 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내가 병이 있어 오래도록 경연을 열지 못하여 나 또한 탄식하고 있다. 저승전의 역사는 마땅히 대신에게 물어 조처하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9책 49권 2장 B면【국편영인본】 35책 316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왕실-국왕(國王) / 왕실-종사(宗社)
○甲子/諫院啓曰: "目今天災可言, 時變可言, 民瘼可言, 邊虞可言, 而請姑舍是, 先格王心之非。 殿下撥亂之初, 心乎圖治, 近年以來, 漸不如初, 久廢經筵, 常近宮妾, 喜怒以私, 賞罰失當, 惡聞逆耳, 唯樂順志。 孔子所謂一言喪邦, 今於殿下有之, 臣竊慨焉。 殿下以今日之天災, 爲緣何而出; 以今日之民怨, 爲由誰而起? 蓋王心日非, 而國事日非之故也。 殿下反正之後, 三遭大亂, 丁卯甚於甲子, 丙子甚於丁卯。 丙子經亂, 而猶不懲亂, 上下玩愒, 不修人事。 太白晝見, 一何數焉; 冬雷地震, 又何疊焉, 歲何惡焉, 民何急焉? 臣恐今若有亂禍, 必甚於丙子也。 伏願殿下, 其亡其亡, 罔或怠忽焉。 殿下誠能反躬自省, 尙儉約以禁奢侈, 恢公道以用人才, 杜倖門以正官方, 省浮費以施實惠, 虛己聽言, 親賢遠色, 則其於轉危爲安乎何有? 噫! 天心之向背、人心之離合, 只在殿下之一心, 可不敬哉, 可不愼哉? 殿下之政, 漸不如初, 無他, 格言不聞, 而心學不明也。 繼自今, 請開經筵, 以講治心之書, 載道之文。 且當此賑飢之時, 四勑將到, 一邊營造, 於心不安。 請停儲承殿之役, 以待秋成。" 答曰: "予有疾, 久未開筵, 予亦自歎也。 儲承殿役事, 當問于大臣處之。"
- 【태백산사고본】 49책 49권 2장 B면【국편영인본】 35책 316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왕실-국왕(國王) / 왕실-종사(宗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