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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실록48권, 인조 25년 4월 6일 정축 2번째기사 1647년 청 순치(順治) 4년

영의정 김자점, 좌의정 이경석, 우의정 남이웅 등이 차자를 올리다

영의정 김자점, 좌의정 이경석(李景奭), 우의정 남이웅(南以雄) 등이 차자를 올리기를,

"근래 재변의 발생이 갈수록 더욱 심합니다. 안주(安州)에서는 개구리들이 싸웠고 호서에서는 황새들이 싸웠으며, 울산(蔚山)에서는 노랑나비가 나타났고, 순천(順天)의 조수는 하루에 세 차례나 밀려왔으며, 동해의 물은 역류한 지가 이미 오래 되었습니다. 떠도는 말을 모두 사실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사대부들 간에는 목격한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데도 수령들은 보고하지 않고 감사는 아뢰지를 않으니, 아, 이것 또한 재변입니다. 성인이 《춘추(春秋)》를 편수하면서 겨울철에 자두와 매실이 열매 맺은 것과 구욕새[鸜鵒鳥]가 와서 둥지를 튼 것을 일일이 기록하였습니다. 그런 것들이 사소한 일이지만 감히 빠뜨리지 않은 것은 천재(天災)를 매우 신중히 여겼기 때문입니다. 경성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서 산이 무너지는 변이 발생하였는데, 이것은 귀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었고 눈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보았는데도 위에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으니, 가까운 곳에서도 이러한데 먼 곳이야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하물며 지금은 가뭄이 너무도 심한데다 날마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 밀보리는 말라 비틀어졌고 파종도 하지 못한 채 농부들이 농기구를 손에서 놓고 있으니, 절박한 걱정을 이루 말할 수 있겠습니까.

우선 가장 급한 것으로 말씀드리면 아랫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하고, 언로를 열고, 백성들의 고통을 진휼하는 것이 가장 긴요한 일입니다. 대체로 성인이 천하의 일을 성취할 수 있는 것은 천하 사람들의 뜻을 잘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모름지기 상하간에 서로 이해를 해야 모든 일이 성취되는 것은 천지의 기운이 서로 통해야 만사가 형통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때문에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생각대로 하는 것을 옛사람들이 경계했던 것이며, 서로 의심하고 시기할 경우 발생하는 결과는 지나간 역사에서 살필 수 있습니다.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조섭하시는 여가에 자주 신료들을 접견하여 군하(群下)의 심정이 끝까지 상달되도록 하여 모든 만물이 생장하는 데 혹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이 없게 한다면 이보다 더 큰 다행이 어디 있겠습니까.

국가에 있어서 언로는 사람 몸의 기맥(氣脈)과 같은 것입니다. 기맥이 막힌다면 사람은 병이 들어 죽게 되고 언로가 막힌다면 나라는 따라서 망하는 것입니다. 전하께서 말하는 자에 대해 항상 너그럽게 용납하시지만 가끔 꺾어 버리실 때도 있고 혹은 귀양가는 벌을 가할 때도 있습니다. 먼 외방 사람들이 성명한 시대에 연달아 귀양가는 신하들의 행렬을 보고는 도로에서 탄식하며 기상이 수심에 싸여 있으니, 원근에서 보고 듣는 사람들로서는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 대신(臺臣)들의 논란은 풍문에서 나오는 것이 많으니 비록 모두가 사실이라고 기필할 수는 없지만 모두가 사실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일개 수령을 탄핵하는 일로 오래도록 끌다가 끝내 허락을 얻지 못하는 경우까지 있으니, 성상의 본의는 일을 신중히 처리하려는 것이겠으나 대간은 점차 가벼워지게 됩니다. 수령을 보내고 맞이하는 일은 그 폐단이 실로 많습니다만 언로가 막히는 폐단은 더욱 큰 걱정입니다.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확연히 깨달아 넓은 도량으로 기왕의 허물을 씻어버리고 충간(忠諫)의 길을 활짝 여소서.

임신 년간에 성상께서 하교하시기를 ‘이익을 중하게 생각하고 백성을 가벼이 여기는 일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이해 관계로 말한다 하더라도 민생이 보존되는 것이 국가의 가장 큰 이익이다.’ 하셨는데, 위대한 말씀에 누군들 감격하지 않았겠습니까. 위로 성상의 뜻을 받들어 교화를 펴고 아래로 근심을 나누어 가지면서 백성을 길러야 할 신하들이 진실로 성상의 뜻을 모두 몸받았다면 오늘날 민생의 곤궁이 어찌 이 지경에 이르렀겠습니까. 신들은 들으니 수령 중에 청렴 근실한 자가 드물고 멋대로 거두어 들이는 자가 그중에 있으며, 감사 중에는 자기가 싫어하고 좋아함을 따라 출척(黜陟)에 정당성을 잃은 자가 있다고 합니다. 도망가거나 죽은 자들의 이웃과 친족에게 징수하는 폐단에 대해서는 언급한 것이 오래되었습니다. 상사는 엄격하게 독책하지 않을 수 없고 여러 고을에서는 봉행하지 않을 수 없어서 죽은 사람에게서 징수하기도 하고 거두어 들일 게 없는 땅에다 매기기도 하니, 군정(軍丁)과 백성의 원망과 고통이 날마다 쌓이며 유망(流亡)하는 집이 해마다 많아지고 있는데 한 집이 도망하면 따라서 온 이웃이 모두 빕니다. 이 밖에 옥송(獄訟)이 사정(私情)에 치우치고 형벌이 지나치는 등 국가를 병들게 하고 백성을 해치는 일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어사(御史)가 순행하지 않은 지가 이미 오래되어 외방의 탐욕과 방종이 더욱 심하다고 하는데 이 말은 실로 사실입니다. 헐뜯고 칭찬하는 말 중에서 실상을 알기는 어렵겠지만, 몸소 직접 견문하게 되면 고증할 만한 문서에서 불법을 저지른 자취를 밝혀 낼 것이 어찌 없겠습니까. 비록 봉사(奉使)하는 것이 뜻에 차지 않는 경우도 있기는 하겠지만, 어찌 목이 멘다고 음식을 먹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암행 어사를 특별히 가려 뽑아 팔도에 두루 보내 너무 심한 탐관오리를 통렬히 제거하고, 겸하여 풍속을 두루 살피고 어진 인재를 널리 구하여 수용하는 바탕으로 삼는다면 어찌 그 도움이 적겠습니까."

하니, 답하기를,

"차자를 살펴보니 매우 걱정스럽고 두렵다. 차자에 진술한 일은 마땅히 마음에 새기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8책 48권 11장 B면【국편영인본】 35책 298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과학-천기(天氣) / 과학-생물(生物) / 과학-지학(地學)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재정(財政)

    ○領議政金自點、左議政李景奭、右議政南以雄等上箚曰:

    近來災異之生, 愈往愈甚。 如安州之蛙戰, 湖西之鸛鬪, 蔚山之黃蝶, 順天之潮, 一日三至, 東海之水, 逆流已久。 流傳之言, 雖未盡然, 士夫間亦多目見者, 而守令不以報, 監司不以聞, 吁亦異矣。 聖人修《春秋》, 李ㆍ梅之冬實、鸜鵒之來巢, 一一書之。 其事雖小, 而不敢遺者, 所以克謹天災也。 京城咫尺之地, 亦有山崩之變, 此則有耳皆聞, 有目皆見, 而尙未上徹, 近者如此, 遠者又何足道? 況今旱災亦已太甚, 淒風日吹, 兩麥枯乾, 種不入土, 農夫釋耒, 切迫之憂, 可勝言哉? 姑以最急者言之, 則通下情、開言路、恤民隱, 爲尤緊焉。 夫聖人能成天下之務者, 以其能通天下之志也。 必須上下交孚, 然後萬化乃成, 猶天地之氣相通, 品物方亨也。 是以, 自用自廣, 古人攸戒, 相疑相阻, 往事可鑑。 伏願殿下, 將攝之餘, 頻接臣隣, 使群下之情, 得以畢達, 萬品之生, 罔或不遂, 則幸孰大焉? 夫言路之於國家, 猶氣脈之於人身。 氣脈壅滯, 則人病且死; 言路不開, 則國隨而亡。 殿下於言者, 未嘗不爲優容, 而往往有摧折之時, 或加之以放逐之罰。 遐外之人, 徒見聖明之世, 繼有逐臣之行, 道路咨嗟, 氣象愁慘, 遠近瞻聆, 宜不免於驚惑也。 且臺臣之論, 多出於風聞, 雖未必盡得其實, 亦未必盡失其實, 而一守令之彈劾, 或至持久, 卒未得請者有之, 聖意雖在於愼重, 臺諫漸至於輕歇。 邑宰迎送, 其弊固多, 言路杜塞, 爲患尤大。 伏願殿下, 翻然覺悟, 廓恢大度, 蕩條旣往之愆, 廣開忠諫之路。 壬申年間, 聖敎有曰: "重利輕民, 非予所尙。 雖以利害言之, 民生保存, 乃國之大利。" 大哉之言, 孰不感激? 承流宣化, 分憂字牧之臣, 苟能盡體 聖心, 則今日民生之重困, 豈至於此哉, 而臣等竊聞, 爲守令者, 鮮克廉謹, 而恣意橫斂者有之; 爲監司者, 隨其好惡, 而黜陟失當者有之。 至於逃故隣族之弊, 言之久矣。 上司不能不嚴督, 列邑不能不奉行, 或徵於朽骨, 或責於白地, 軍民之怨苦, 與日俱積, 村聚之流散, 逐年漸多, 一戶之逃, 一隣盡空。 此外獄訟之偏私, 刑杖之過濫, 病國害民, 不一而足。 說者以爲, 御史之不行已久, 外方之貪縱益甚, 此言誠然矣。 毁譽之中, 雖難得實狀, 而身親見聞, 豈無所參驗不法之跡於可考文書也? 雖或有奉使不當, 意者豈可因噎而廢食? 伏願殿下, 特簡暗行御史, 遍詢八道, 痛去太甚之貪吏, 兼令歷觀風俗, 搜訪賢才, 以爲收用之地, 則其所補, 豈淺淺哉?

    答曰: "省箚, 予甚憂懼。 箚陳之事, 當惕念焉。"


    • 【태백산사고본】 48책 48권 11장 B면【국편영인본】 35책 298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과학-천기(天氣) / 과학-생물(生物) / 과학-지학(地學)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재정(財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