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 이성항이 사치의 폐단을 말하고 파직을 청하다
지평 이성항(李性恒)이 아뢰기를,
"근래 사치가 날로 심하여 천한 하인들도 모두 비단옷을 입고 있어, 신이 이런 외람된 폐단을 조금이나마 고치고자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일전에 금리(禁吏)가 두 사람을 잡아 왔는데 궁가(宮家)에 딸린 사람이라고 자칭하였습니다. 입은 옷이 한 사람은 무늬 있는 비단옷이었고 또 한 사람은 중국 명주옷이었습니다. 그래서 신이 즉시 그 옷을 불태우고 그 사람들을 벌주게 하였습니다. 지금 듣건대, 인평 대군(麟坪大君)의 집에서 그날의 금리(禁吏) 두 사람을 잡아다 강제로 조례(皂隷)의 복색을 입힌 뒤 패(牌)를 채워 앞세우고는 소리를 치며 길거리를 다니게 했다고 합니다. 존귀한 집에서 스스로 조심하고 삼가지 않아 멋대로 국금(國禁)을 범하도록 내버려 두었다가 도리어 이러한 거조를 하는 것은 변변찮은 자가 외람되게 법부(法府)를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파직을 명하소서."
하고, 대사헌 유철(兪㯙), 집의 유심(柳淰), 장령 권집(權諿) 등이 모두 이 때문에 인피(引避)하니, 상이 모두 사직하지 말라고 명하였다. 헌부가 드디어 모두 정사(呈辭)하고 아뢰지 아니하여 체직되었다. 살피건대, 많은 헌부의 관원들이 이미 그 단서를 발론해 놓고서는 끝내 법에 따라 죄를 주도록 청하지도 못한 채 일시에 인피하고 들어갔으니 대각(臺閣)의 체통이 땅을 쓴듯이 없어졌다.
- 【태백산사고본】 48책 48권 1장 A면【국편영인본】 35책 293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사법-법제(法制) / 사법-탄핵(彈劾) / 왕실-종친(宗親) / 윤리(倫理) / 의생활(衣生活) / 인사-임면(任免)
○持平李性恒啓曰: "近來奢侈日甚, 輿臺之賤, 皆着錦段, 臣思欲少革濫雜之弊。 頃日禁吏捕得二人而來, 則自稱宮家之人, 而所着之衣, 一則有紋, 一則唐紬也。 臣卽令火其衣而罰其人矣。 今聞, 麟坪大君家來捕其日禁吏二人, 勒着皂隷冠服, 佩牌前導, 唱喝而行。 貴近之家, 不自謹飭任令, 冒犯國禁, 而反有此等擧措, 無非疲劣忝居法府之致。 請命罷斥。" 大司憲兪㯙、執義柳淰、掌令權緝等, 皆以此引避, 上竝命勿辭。 憲府遂皆呈辭, 闕啓而遞。 按, 憲府多官, 旣發其端, 終不能據法請罪, 而一時引入, 臺閣之風, 掃地盡矣。
- 【태백산사고본】 48책 48권 1장 A면【국편영인본】 35책 293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사법-법제(法制) / 사법-탄핵(彈劾) / 왕실-종친(宗親) / 윤리(倫理) / 의생활(衣生活) / 인사-임면(任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