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이 경덕궁으로 옮길 것을 해조로 하여금 택일하여 거행하게 하다
상이 하교하기를,
"내전이 이달 보름 후에는 경덕궁(慶德宮)으로 옮겨 가야 하니, 해조로 하여금 날짜를 가려서 거행하게 하라."
하였는데, 승지 이래(李䅘)·정치화(鄭致和) 등이 아뢰기를,
"내전께서 별궁으로 이어하시는 것은 사안이 매우 중대한데, 이번에 이러한 하교가 뜻밖에 나왔으니 보고 듣는 이들이 모두 의혹을 가질 것입니다. 대신에게 하문하여 명백히 의논하여 결정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자, 상이 달가워하지 않았다. 이튿날 하교하기를,
"그곳이나 이곳이나 다 같은 궁금(宮禁)인데 그곳으로 비접하는 것이 무엇이 나쁘겠는가."
하였다. 이에 앞서 외간에 내전이 본시부터 풍병을 앓아 왔는데다가, 또 조 소용(趙昭容)의 이간질로 해서 딴 방에 별거하고 있다는 말이 떠돌았으나, 궁중의 비밀스런 일이어서 알고 있는 자가 없었는데, 이 해 8월에 상이 어의 최득룡(崔得龍) 등을 불러다 하교하기를 "내전이 지난해부터 병을 얻어서 오랫동안 낫지 않고 있으니 약 처방을 의논하여 아뢰라." 하였다. 이에 약방 도제조 김류, 제조 김육(金堉) 등이, 의녀(醫女) 연생(連生) 등을 들여보내어 진맥을 한 다음에 약 처방을 의논할 것을 청하였는데, 상이 윤허하였다. 그 뒤에 사사로이 내관을 보내어 경덕궁 단명전(端明殿)을 수리하면서 정원에는 숨겼는데 바깥 사람이 처음으로 상이 내전을 별치시킬 뜻이 있음을 알았었다. 이때에 이르러 과연 이러한 명이 있었다.
- 【태백산사고본】 46책 46권 76장 B면【국편영인본】 35책 243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왕실-행행(行幸)
○丁亥/上下敎曰: "內殿以今月望後, 當移寓慶德宮, 令該曹擇日擧行。" 承旨李䅘、鄭致和等乃啓曰: "內殿移御別宮, 事甚重大, 而今此下敎, 出於慮外, 凡在瞻聆, 必致疑惑。 宜下問于大臣, 明白議定。" 上不悅。 翌日乃下敎曰: "彼此皆是宮禁, 避接何妨?" 先是, 外間傳言, 內殿素患風疾, 且爲趙昭容所間, 別處一室, 而宮中事秘, 莫有知者。 是年八月, 上招御醫崔得龍等敎曰: "內殿自上年得疾, 久而未瘳, 議藥以啓。" 於是, 藥房都提調金瑬、提調金堉等請令醫女連生等入診證候, 然後議其鍼藥, 許之。 其後, 上私遣內官, 修理慶德宮 端明殿, 不使政院知之, 外人始知上有別置內殿之意。 至是, 果有是命。
- 【태백산사고본】 46책 46권 76장 B면【국편영인본】 35책 24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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