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제학 이식이 강경에 응시했을 때 《춘추》에 배획해 줄 것을 청하다
대제학 이식이 아뢰기를,
"《춘추(春秋)》란 경서는 성왕(聖王)이 세상을 다스리는 대법(大法)인데, 요즘 선비들이 《춘추》는 폐하여 전혀 강(講)하지 않고 《주역(周易)》의 문장을 표절(剽竊)하는 데는 민첩하니, 그것은 우선 강경에 응시했을 때, 《주역》은 배획(倍畵)189) 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지금 《춘추》에 배획을 옮겨준다면 강하는 자가 반드시 많아질 것이니, 해조로 하여금 의논하여 시행하도록 하소서."
하니, 상이 따랐다. 또 아뢰기를,
"요즘의 문체(文體)는 규정을 따르지 않아서 부(賦)에는 운(韻)을 달지 않고, 표(表)에는 염(簾)190) 이 틀린 것이 많으니, 앞으로는 격식에 어긋난 것은 내쳐야겠습니다."
하고, 또 아뢰기를,
"사륙문(四六文)에 있어서는 글 뜻[文意]으로 대(對)를 하지 않고 글자 모양[字樣]으로 대를 해서 문리(文理)를 이루지 못하니, 앞으로는 이런 작품을 절대로 금해야겠습니다."
하고, 또 아뢰기를,
"노(老)·장(莊)의 글은 본디 나라에서 금하는데도, 요즘에는 큰 단락의 대의를 그대로 전용(專用)하고 있으니, 이런 작품은 일체 내쳐버리소서."
하니, 상이 대신에게 의논하라고 명하였다. 김류·김자점·이경여가 의논드리기를,
"세상 사람들이 경(經)을 다루는 데 있어 오로지 구두(口讀)만을 일삼으므로, 지금 비록 《춘추》를 숭상한다 하더라도 또 《주역》 익히듯이 한다면 실용(實用)하는 데 알맞지 않을 것이니, 오직 강경을 고시할 때에 이것저것 섞어서 어려운 것을 물어보고 그 뜻을 모르는 자는 내쳐야 합니다. 그리고 획수(畵數)를 더 주어 선비들로 하여금 《춘추》로 쏠리게 하는 것은 일을 바르게 하는 도리가 아닌 듯하니, 옛 규정을 그대로 지키는 것이 낫겠습니다."
하고, 심열이 의논드리기를,
"《주역》을 강송(講誦)하기가 《춘추》보다 몇 배나 어려우므로, 지금부터 배획을 준다면 선비들이 반드시 다 《춘추》로만 쏠리게 될 것이니, 부득이하다면 획수를 약간 헤아려 더 주어서 한쪽을 폐해버리는 걱정이 없게 해야 합니다."
하니, 상이 김류의 의논을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46책 46권 62장 A면【국편영인본】 35책 236면
- 【분류】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어문학-문학(文學) / 사상-유학(儒學) / 사상-도교(道敎)
○壬午/大提學李植啓曰: "《春秋》一經, 乃聖王經世之大法, 而近來士子專廢不講, 《易》文則捷於剽竊, 且以應講之倍劃也。 今移倍劃於《春秋》, 則講之者必多, 請令該曹議施。" 上從之。 又言: "近來文體, 不遵程式, 賦不押韻, 表多違簾, 此後違格者黜。" 又言: "四六, 不以文意爲對, 以字樣爲對, 不成文理, 此後絶禁如此之作。" 又言: "莊、老之文, 自有國禁, 而近來專用大段文義, 請一切黜去。" 上命大臣議之。 金瑬、金自點、李敬輿以爲: "世之治經, 專事口讀, 今雖敦尙《春秋》, 又如治《易》, 則不適於實用, 惟於考講之時, 參錯問難, 不通其義者黜之。 加其劃數而使之趨於《春秋》, 恐非以正之道, 不如仍守舊規。" 沈悅以爲: "《周易》講誦之難, 倍蓰於《春秋》, 自今倍劃, 則士必盡趨於《春秋》。 無已則量加劃數, 俾無偏廢之患。" 上從金瑬議。
- 【태백산사고본】 46책 46권 62장 A면【국편영인본】 35책 23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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