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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실록45권, 인조 22년 6월 19일 을해 2번째기사 1644년 명 숭정(崇禎) 17년

대사간 홍호가 상소로 체직하기를 청하고, 당시의 폐단을 진술하다

대사간 홍호(洪鎬)가 소를 올려 체직하기를 청하고, 인하여 당시의 폐단을 진술하였다. 그 대략에 이르기를,

"지난번 역적의 변은 실로 2백 년 동안에 일찍이 없었던 일입니다. 전하께서는 의당 삼가 경계하고 두려워하시어 전교를 내려 자신을 책망하기를 마치 당 덕종(唐德宗)이 봉천(奉天)에서 내린 조서와 같이 하셔야 하고,053) 대신들을 독려하고 책임지워서 나라 다스리는 사체를 조목조목 써서 아뢰도록 하시기를 마치 송 인종(宋仁宗)이 천장각(天章閣)을 열 때와 같이 하셔야 합니다.054)

그리고 종묘 제향의 절차와 명절에 진상하는 공물 등속은 모두 정축년055) 의 관례에 따라 헤아려 감하고, 내수사에서 쓰고 남은 것과 여러 궁가(宮家)에서 떼어 받은 녹봉 등의 일부분을 공비(公費)로 반환시켜서 국가 경비의 만분의 일이나마 보충하도록 해야 합니다. 또 자주 어사를 파견하여 수령들의 관물 횡령 행위를 적발해서, 그중에 더욱 심한 자는 무거운 형률로 처치하도록 할 것이며, 호조로 하여금 1년 동안의 수입이 얼마이고 지출이 얼마인가를 조사하여 남은 것을 옮기어 모자란 데 서로 보충하고, 쓸데없는 비용을 절감하고 잉여분을 삭감하여 백성의 힘을 소생시키도록 해야 합니다.

또 상벌을 밝게 하고 공정한 도리를 펴서,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다 죽은 신하에 대해서는 또한 그 죄명(罪名)을 벗겨주고 후하게 표창하여 백관들을 장려해야 합니다. 모든 인사 행정이 있을 때에는 그것이 나라 다스리는 대체에 관계되는 것이니, 전하께서 그 일을 총괄하여 장악하시고 전담하여 결단하실 것이며, 옛 관례를 따르지 마소서. 또 진귀하고 사랑스러운 노리개 같은 것들을 물리치고 엄숙한 선비를 친근히 하시어 경사(經史)를 토론하면서, 고금의 치란과 인재의 사정(邪正)과 천심의 향배(向背)와 민심의 이합(離合) 등을 모두 마음에 두고 좋은 방도를 강구하소서."

하니, 상이 그의 체직을 윤허하고, 그 소를 비국에 내렸다. 비국이 회계하기를,

"홍호가 대사간의 임명을 막 받아가지고 병 때문에 올라올 수 없게 되므로, 인하여 소 한 장을 올렸는데, 그 말이 꽤 볼 만한 것이 있었습니다. 봉천의 조서와 천장각의 개설에 대한 말은 매우 긴요한 일입니다. 종묘의 제향에 대해서는 겨우 삭망제를 복구시켰으니, 지금 다시 감하기는 어렵고, 명절에 지방의 토산물을 진상하는 일은 미처 복구하지 못했으니, 달리 의논할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내수사의 쓰고 남은 물품과 궁가에서 떼어 받은 녹봉 등에 대해서는, 전후에 걸쳐 여러 신하들이 진술하여 간청한 것이 이미 많았으나 아직 거행되지 못한 실정입니다. 어사를 파견하는 일은 근년에 들어 오랫동안 폐지함으로써, 수령들이 제멋대로 탐하고 횡령하는 것을 위에 보고할 길이 없으므로, 식견 있는 이들이 그를 논의하여 마지않으니, 수시로 특별히 뽑아 보내어, 백성들의 고통에 관한 것까지 겸해서 살피게 한다면 진실로 사의에 합당하겠습니다.

호조의 경비에 대해서 용도를 절약하고 잉여분을 삭감하는 것은 오늘날에 있어 늦출 수 없는 일이니, 호조로 하여금 아뢰어 처리하도록 하소서.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다가 죽은 신하란 누구를 가리켜 한 말인지 자세히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맨 끝에서 이른바, 진귀하고 사랑스러운 노리개 같은 것들을 물리치고 엄숙한 선비를 친근히 하며, 천심의 향배와 민심의 이합 등에 대해 유의하여 강구하라는 등의 말은 더욱 간절하기 그지없으니, 오직 성상께서 어떻게 체념하시느냐에 달려 있을 뿐입니다."

하니, 상이 그렇게 여겼다.


  • 【태백산사고본】 45책 45권 34장 B면【국편영인본】 35책 187면
  • 【분류】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정론-정론(政論) / 인사-임면(任免) / 인사-관리(管理) / 왕실-의식(儀式) / 재정-국용(國用) / 재정-상공(上供) / 역사-고사(故事)

  • [註 053]
    당 덕종(唐德宗)이 봉천(奉天)에서 내린 조서와 같이 하셔야 하고, : 당 덕종이 주자(朱沘)의 반란을 만나 봉천(奉天)으로 피난해 있을 때, 다시 주자의 군대가 봉천을 철통같이 포위하고 있고, 양식은 고작 현미(玄米) 2석 밖에 남지 않아, 상황이 매우 다급해지자, 대신들에게 이르기를 "내가 부덕하여 스스로 위망한 지경에 빠진 것은 진실로 타당한 일이다. 그러나 경들은 아무 죄도 없으니, 의당 일찍 투항을 해서 처자를 구해야 할 것이다." 하니, 뭇 신하들이 머리를 조아리고 눈물을 흘리며, 죽을 힘을 다해 나라를 복구하기를 기약하였기 때문에 장수와 사졸들은 비록 곤궁하고 다급했지만, 굳센 의기가 조금도 줄지 않았었다. 《자치통감금주(資治通鑑今註)》 권229 당기(唐紀) 덕종(德宗) 황제(皇帝) 4.
  • [註 054]
    송 인종(宋仁宗)이 천장각(天章閣)을 열 때와 같이 하셔야 합니다. : 천장각(天章閣)은 송 진종(宋眞宗)의 장서각(藏書閣) 이름. 인종이 즉위한 후, 그는 천장각을 다시 수리하고 여기에 조종(祖宗)의 어서(御書)들을 봉안하고서 가끔 대신들을 불러 어서를 관람하곤 하였다. 일찍이 이곳에 행차하여 대신들에게 조서하기를, "서쪽 변방을 방비하는 데 있어 군졸은 용잡하고 상(賞)은 넘치니, 내가 누구를 따라야 할지 모르겠다. 경들은 각기 소견을 조목조목 아뢰어라." 하고, 또 자신의 잘못과 백성들에게 불편한 법령 등이 있는가에 대해서 모두 듣고 싶으니 자상하게 진술하라는 등의 조서도 있었다. 《송사(宋史)》 권11 인종(仁宗) 본기(本紀) 3.
  • [註 055]
    정축년 : 1637 인조 15년.

○大司諫洪鎬上疏乞遞, 仍陳時弊, 略曰:

向來賊變, 實二百年來所無之事。 殿下所宜惕然警懼, 下敎罪己, 如 德宗奉天之詔; 董責大臣, 條陳治體, 如 仁宗天章之閣。 至如宗廟祭享之節、名日進上之屬, 悉依丁丑例裁減, 內需司之贏餘、諸宮家之折受, 撥還公費, 以補萬一。 頻遣繡衣, 摘發守令之奸贓, 尤甚者置之重典, 令戶曹會勘一歲所入幾何, 支費幾何, 推移相補, 節冗削剩, 以蘇民力。 明賞罰布公道, 人臣之死於其職者, 亦宜雪其罪名, 而優奬之, 以風礪百僚。 凡有政事, 係關大體, 摠攬專斷, 勿循舊例。 屛去玩好, 親近莊士, 討論經史, 今古之治亂、人才之邪正、天意之向背, 民情之離合, 靡不留神而講究焉。

上許遞其職, 下其疏于備局。 備局回啓曰: "洪鎬新膺諫長之命, 病不得上來, 仍封一疏, 其言頗有可觀。 奉天之詔、天章之開, 最是喫緊之務。 宗廟祭享, 纔復朔望, 今難復減。 名日方物, 未及復舊, 他無可議。 至於內司贏餘、宮家折受, 前後諸臣陳請已多, 而尙未擧行。 繡衣之遣, 近年久廢, 守令之恣意貪贓, 無路上聞, 識者言之不置, 有時特遣, 兼察民瘼, 允合事宜。 度支經費, 節用削剩, 在今日不可緩之擧, 令戶部稟處。 人臣死於其職者, 未詳其指何人爲言, 而末端所謂屛去玩好, 親近莊士, 天意向背、民情離合等語, 尤有所惓惓不已者, 惟在聖明體念之如何耳。" 上然之。


  • 【태백산사고본】 45책 45권 34장 B면【국편영인본】 35책 187면
  • 【분류】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정론-정론(政論) / 인사-임면(任免) / 인사-관리(管理) / 왕실-의식(儀式) / 재정-국용(國用) / 재정-상공(上供) / 역사-고사(故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