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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실록45권, 인조 22년 5월 5일 임진 1번째기사 1644년 명 숭정(崇禎) 17년

윤순지·이행우·조석윤 등이 정사를 걱정하여 연명하여 아뢰다

도승지 윤순지(尹順之), 좌승지 윤강(尹絳), 우승지 유철(兪㯙), 좌부승지 이행우(李行遇), 동부승지 조석윤(趙錫胤) 등이 연명하여 아뢰기를,

"신들이 삼가 생각건대, 하늘과 사람은 한 이치여서, 위와 아래가 서로 간격이 없는 것이니, 재앙과 상서와 길하고 흉함의 조짐이 사람에게서 비롯되지 않는 것이 없는데, 재앙을 소멸하여 복으로 전환시키는 계기는 다만 임금의 은미한 한 생각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옛 성왕들이 재앙을 만나 두려워하여 몸을 움츠려서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였고, 감히 성실치 못한 겉치레만으로 재변에 대응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오늘날의 재앙은 어찌 차마 말할 수 있겠습니까. 천문(天文)040) 이 경계를 보이고, 지도(地道)가 재이를 알리며, 요사스런 사람과 괴이한 물건 등의 이상한 것들이 비록 거듭거듭 나타나도, 이것은 옛사람이 이른바 임금의 몸에 즉시 손상되는 것도 아니고 피부에 통증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으레 거기에 익숙해져 보통으로 여기고 경계하며 두려워할 줄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역질(疫疾)이 해마다 온 나라에 두루 퍼짐으로써 백성들이 많이 사망하여 열 집에 아홉 집은 텅 비어 버렸습니다. 지금 또 기근이 거듭되던 끝에 큰 가뭄이 들어서 보리를 수확할 수 없게 되고 씨앗도 뿌리지 못합니다. 나라의 기강이 해이해지고 백성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우환이 눈앞에 닥쳐왔으니, 백성도 없고 나라도 없게 될 것은 너무도 뻔한 사실입니다. 절박한 재해가 이보다 심한 적이 없었는데도 오히려 편안히 세월이나 보내면서 삼가고 두려워하는 마음이 어떻게 없을 수 있겠습니까. 신들은 감히 모르겠습니다마는, 성상께서 무슨 허물이 있기에 하늘의 마음이 불편하여 이처럼 극심하게 재해를 거듭 내린단 말입니까.

옛사람이 이르기를 ‘나를 보호해 주는 하늘에 대해서는 어찌할 방도가 있지만, 나를 버린 하늘에 대해서는 어찌할 방도가 없다.’ 하였습니다. 지금 하늘이 우리 전하께 경고한 것은 잘 타일러 명령하는 따위가 아니니, 또한 전하를 매우 사랑한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이 바로 전하께서 허물을 들어 자신을 책망하여 하늘의 노여움을 돌려 기쁨에 이르도록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그런데 삼가 살펴보건대, 전하께서 하늘의 노여움에 응하는 방도가 오히려 겉치레와 사소한 절차에만 구구하게 힘쓰고 자신을 반성하여 책망하는 데는 미진함을 면치 못했습니다. 실제로 기도하는 제사를 두루 거행하여도 정성이 신명을 감동시키지 못하고, 죄인 장부를 깨끗이 정리해도 조화의 기운이 감응되지 않음이 당연합니다. 매서운 바람과 뜨거운 햇볕이 갈수록 더 심해지고, 한여름에 서리와 우박이 내려 기후가 매우 처참하나, 하늘의 마음은 멀기만 해서 감동하여 마음을 돌릴 날이 없습니다.

전하께서는 공적인지 사적인지, 경건한지 게으른지 자신을 반성하여 살펴서, 만일 한 가지 생각과 한 가지 일이라도 하늘을 어겨 재앙을 부른 것이 있다면, 통렬하게 책하고 개과 천선하기를 어찌 또한 마음으로 맹세하여 마치 탕(湯)임금여섯 가지 일041) 로 자신을 책망해서 당장에 하늘의 감응을 불러왔던 것과 같이 하지 않으십니까. 혹 전하께서 깊은 밤 한가한 시간에 시험삼아 한 번이라도 마음을 맑게 하고 반성하신다면, 반드시 두려운 마음으로 뉘우쳐 깨닫는 곳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신들이 임금을 바르게 하고 일을 바로잡을 수 있는 말을 어찌 입다물고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아, 전하께서 이와 같이 운수가 매우 좋지 않은 때를 만나 대단히 경계하고 격동하고 진작하는 것이 있지 않으면, 쇠퇴한 정사를 일으키고 고난을 이겨내지 못할 것입니다. 지기가 날로 꺾이고 행동거지가 날로 쇠퇴해지며, 안일한 습관은 점차 고질화되고 사사로이 총애하는 문이 크게 열립니다. 전하가 계신 궁전은 막히고 멀어서 전하께 말을 올릴 수 있는 길이 두절되며, 재물은 사치의 풍조에 의해 고갈되고 백성은 가렴주구에 의해 곤궁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도 위아래가 모두 눈앞의 안일만을 도모하여 서로 다투어 구차하게 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형세가 어찌할 수 없는 이런 때를 당해서 할 수 있는 일조차 또 마음을 다하지 않는다면, 그러고도 어찌 하늘이 돌보아서 이변이 생기지 않기를 바랄 수 있겠습니까.

시험삼아 요즘에 있었던 한두 가지 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능원 대군(綾原大君)의 집을 짓는 일은 대단히 남의 이목을 경악케 하고 인심을 거스르는 일입니다. 왕실의 가까운 친척은 왕실과 더불어 기쁨과 걱정을 같이하는 것인데, 그 굉장하고 사치스러운 집을 하필 이 시기에 지으면서, 더구나 관(官)을 임명하여 감독을 시키고 국력을 수고롭혀 소비하여, 재변이 이토록 참혹한 때에 별로 긴급하지도 않은 일을 일으킨단 말입니까. 전하가 우애하시는 방도로도 의당 이런 일을 우선으로 삼아서는 안 될 것이지만, 대군의 겸손한 마음에 있어서도 어떻게 마음 편히 받아들여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여론이 매우 불평스럽고 답답하게 여기고 헌부의 논계도 날로 격해지고 있는데, 한편에서는 논계를 하고 한편에서는 그대로 집을 짓고 있습니다. 목재와 돌이 여기저기 쌓여 있고 ‘이엉차’ 소리가 끊이지 않아, 마치 공론과 다투는 듯하고 하늘의 재변과 겨루는 듯한 인상을 느끼게 됩니다. 전하께서 우애하시는 일이 다만 위아래 사람의 허물만 더해지고 천심과 인심을 잃게 될까 염려되어 삼가 매우 애석히 여깁니다. 전하께서는 어찌 선뜻 깨달으시어 당장 그 일을 중지시켜서 아래로 뭇사람의 마음을 위로하시고 위로 하늘의 꾸중에 보답하지 않으십니까.

황익(黃瀷)이 고변한 공은 그 경사가 종묘 사직에 관계되니, 그에게 부귀로 보답함을 진실로 아낄 것이 아니지만, 조정의 소중한 관직은 절대로 가벼이 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신(臺臣)들이 논계하여 고집하는 것은 곧 공정한 국론인데도, 전하께서 끝까지 굳게 거절하시어 조정이 혼잡하게 하시니, 식견 있는 사람들이 속으로 탄식합니다. 왜 전하께서는 이처럼 사사로운 생각에 얽매여 남의 말을 들은 체하지도 않으신단 말입니까.

오늘날 백성들의 곤궁하고 파리함에 대해 말을 하자면 기가 막힐 지경이며, 앞으로의 일은 더욱 차마 말할 수도 없는 것이 있습니다. 이런 지경에 이르러서도 윗사람에게서 덜어내어 아랫사람에게 보태줄 방도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곧 백성의 살을 베어다 자기 배를 채워서 자신만 배부르게 편히 지내고자 하는 것입니다. 어찌 이런 도리가 있겠습니까.

옛사람이 이르기를 ‘한 사람으로 천하를 다스리는 것이요, 천하를 가지고 한 사람을 받들지 않는다.’ 하였으니, 자신을 검약하게 하고 백성을 부유하게 해주는 성스러운 임금의 마음이 진실로 이와 같은 것입니다. 더구나 이처럼 어렵고 위태로운 때에 어찌 감손시키고 절약하는 도리가 없을 수 있겠습니까.

제향(祭享)에 진공되는 물품에 대해서는 진실로 신하된 자들이 감히 함부로 의논할 바가 아닙니다. 그러나 토산품이 아니어서 물자와 인력을 많이 소비하게 되는 물품이나, 진공하는 데는 그리 합당치 못하면서 백성들에게 피해만 끼치게 되는 물품에 대해서는 어찌 줄여서 변통하는 조치가 없을 수 있겠습니까. 이것은 전하가 하시기에 달려 있습니다. 전하께서 옛날 고생하시던 때를 잊지 않으시고, 깊은 연못 가에 서있는 듯, 얇은 얼음을 밟는 듯 두려워하는 마음을 더욱 가지시어, 검소함을 몸소 실천하시고 절약하는 것을 힘써 따라서, 일상생활에 절실히 필요하지 않는 모든 사치스런 음식·의복·거마 같은 것으로서 재물을 손상하고 백성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들은 하나하나 제감하고, 아래로 낭비에 관한 각사(各司)의 모든 일에 이르기까지 차례로 절약하고 감축하여 곤궁한 백성에게 실지 혜택을 베푸신다면 어찌 인심을 수습하고 천심을 감동시키지 못하겠습니까.

그리고 여러 궁가(宮家)042) 와 각 아문에서 산이나 바다를 떼어받는 폐단에 대해서는 말씀드린 지 이미 오래입니다마는, 요즘 둔전(屯田)의 해가 더욱 심하고, 그 가운데서도 훈련 도감과 수어청(守禦廳)이 다른 아문보다 심합니다. 원래의 결수(結數)가 날로 축소되어 세금 징수는 줄어들고, 도망친 자가 떼를 이루어 군인들의 수효는 부족해지며, 백성이 토지를 빼앗겨 이웃 마을까지 소요가 일게 되며, 이익은 개인 집으로 들어가고 원망은 조정으로 돌아가니, 이런 일을 개혁하지 않는다면 백성의 원망을 풀고 나라의 계책을 완화시킬 수 없을 것입니다. 지난해에 헌부에서 논한 것이 실로 병통을 적중시킨 말이었으나, 끝내 쓰이지 못했습니다. 전하께서 이 일을 개혁하는 데에 인색하신 것은 도대체 무슨 뜻에서입니까? 엄격하게 조사하고 밝혀내어 모조리 혁파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백성이 곤궁하고 재물이 고갈된 것은 팔도가 다 같으나, 몹시 급급하고 허둥지둥하는 상황은 황해도와 평안도의 지역이 더욱 심합니다. 국가에서는 그들을 마치 다른 나라 사람이 살찌거나 파리한 것처럼 보고 있습니다.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아 눈썹에 불이 타오르는 듯한 황급한 상황을 구해 주지 않고 있으니, 어느날 갑자기 백성들이 모두 흩어져 버린 뒤에는 아무리 후회해도 방도가 없을 것입니다. 전일 재신의 상소에서도 이 일을 진술하였으나, 그것은 본도에서 계획하도록 하는 것에 불과할 뿐입니다. 본도에서 아무리 계획을 잘 세운다 하더라도 결국은 본도 백성들의 힘에서 나올 것이니, 이것이 어찌 구제하는 본의이겠습니까.

신들의 망령된 생각은 이러합니다. 상께서 특별히 황해도와 평안도에서 내수사(內需司)에 바치는 공물을 면제해 주시고, 여러 아문에서 베를 거두어 상납하는 것도 적당히 헤아려 제급(題給)해서 1∼2년 동안의 경비에 보충하도록 하신다면, 백성들의 힘이 조금 펴지고 인심이 감격하여 기뻐함으로써, 모두 흩어질 걱정에는 이르지 않을 것입니다.

또 사신 지공의 지나친 제도와 볼모들의 분수에 넘치는 물품 청구도 쇠잔한 백성들을 침해하여 소요를 일으킬 수 있는 충분한 요인입니다. 진실로 엄격하게 법령을 세워 여러 고을에 거듭 밝혀서 일분의 폐단이나마 제거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관(武官)의 수령들은 품관(品官)이 잡다한데다, 공사간에 당연히 징수해야 할 물품 이외에 또 자신을 살찌우는 일이 많습니다. 백성들이 거듭 곤궁하게 된 것이 실로 여기에서 비롯되고 있습니다. 이 또한 문관을 따로 가려 그 사이에 섞어서 임명하여 그들을 누르고 무마시키는 바탕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무명베[木]의 품질을 강등시키는 일에 대해서는 사헌부에서 논한 지가 오래 되지 않았는데, 외방의 어리석은 백성들은 조정의 명령을 믿지 않아서 일정한 규식을 제대로 따르지 못합니다. 그 정상 또한 슬프다 하겠으며, 국가에서 전부터 신용을 잃어온 것도 따라서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베를 넓고 촘촘하게 짜라는 명령에 대해서는 더욱 이해할 수 없습니다. 무명베의 넓고 좁음은 승수(升數)043) 의 많고 적음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인데, 어찌 그 승수를 감하고서 특별히 그 너비만 넓게 하는 도리가 있겠습니까. 세폐(歲幣)에 쓰이는 베는 비록 우리 스스로 더하거나 줄이기가 어렵겠지만, 우리 나라에서 쓰고 있는 베에 대해서는, 조정과 외방에 단단히 타일러 경계시켜서 획일적인 규식을 확고히 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형벌의 억울함과 그것의 남용은 가장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화기를 손상시키므로, 신중을 기하지 않아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요즘 포도청에서는 도둑을 금지하는 본의를 생각하지 않고 법률 밖의 일을 많이 행하여, 도둑질에 관련되지 않은 사람에게까지도 형벌을 남용할 때가 있다고 합니다. 한 사람만 원한을 품어도 충분히 하늘을 감동시키는 것이니, 일을 맡은 신하에게 특별히 엄격하게 경계시키어 십분 신중을 기해 보호해서 선인과 악인이 똑같이 처벌을 받게 되는 한탄스러운 일이 없도록 하게 해야 합니다.

아, 오늘날의 시사(時事)는 참으로 눈물을 흘리고 통곡할 만하다 하겠습니다. 인심이 이미 떠났고 나라의 형세가 이미 위태해져서, 헤아릴 수 없는 변이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서 일어났고, 위험한 종기가 이미 터져서 고름은 짜내 버렸지만 원기는 저절로 손상되었으며, 천재와 시변이 날로 더욱 심해져서, 조정과 외방이 모두 걱정하며 당황하여 아침 저녁도 보전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전하께서 이런 때에 만일 마음속으로 대단히 경계하여 그 정사를 고쳐 바로잡지 않으신다면, 아마도 재앙과 난리가 일어나지 않는 때가 없을 것이요, 우리를 사랑하던 하늘도 반드시 우리를 잊어버리는 데에 이를 듯하니, 어찌 크게 두려워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삼가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하늘의 위엄을 삼가고 두려워하시며 성덕을 날로 새롭게 하시어, 마음을 보존하고 정령을 발할 적에 반드시 천리의 바름에 부합하기를 구하고, 만일 털끝만큼이라도 사욕에 얽매이면 맹렬하게 이를 막아서 맑게 다스려, 구름이 사라지고 안개가 흩어져버리듯이 겉과 속이 환히 통하게 하고, 엄하고 공손하고 공경하고 두려워하여 힘써 심신을 맑게 닦으며, 근본을 바르게 하고 근원을 맑게 하여, 법을 세워서 아랫사람을 거느리고, 전하께 진언할 수 있는 길을 크게 열어 백성의 고통을 힘써 구제하여, 조정의 정사가 청명해지고 인심이 기꺼이 복종하게 하십시오. 그렇다면 오직 덕 있는 이만을 친애하는 하늘이 어찌 저 은미한 속에서 감응하지 않겠습니까. 천명이 거듭 새로워지고 국운이 다시 창성해지기를 기대하지 않아도 저절로 그렇게 될 것입니다. 아, 전하께서는 힘써 경계하소서.

신들은 모두 못난 사람들로 전하를 가까이 모시는 자리에 있으면서, 천재가 매우 극심하고 국사가 날로 잘못되어감을 직접 목격하고 나니, 근심스럽고 두렵고 애통하고 절박한 회포를 감당할 수 없기에 감히 이렇게 아룁니다."

하니, 답하기를,

"경들의 아뢴 말을 보고, 매우 가상히 여긴다. 경들이 아뢴 일에 대해서는 의당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채택하여 시행할 것이다."

하였다. 이튿날 명하여 이 아뢴 일을 비국에 내리자, 비국이 관례에 따라 회계하였으나, 끝내 한 가지 일도 채택하여 시행한 것이 없었으므로, 식견 있는 이들이 한스럽게 여겼다. 이 아뢴 말은 조석윤(趙錫胤)이 지은 것이다.


  • 【태백산사고본】 45책 45권 24장 A면【국편영인본】 35책 182면
  • 【분류】
    농업-전제(田制) / 사법-행형(行刑) / 정론-정론(政論) / 과학-천기(天氣) / 왕실-종친(宗親) / 인사-관리(管理) / 재정-국용(國用) / 재정-상공(上供)

    [註 040] 천문(天文) : 해와 달과 별의 운행, 또는 비·바람·눈·벼락 등 하늘에 일어나는 갖가지 현상을 말한다.[註 041] 여섯 가지 일 : 은(殷)나라 탕왕(湯王) 때에 7년 동안 큰 가뭄이 들자, 탕왕이 자신을 희생(犧牲)으로 삼아 상림(桑林)의 들에서 기도할 적에 여섯 가지 일로 자책하기를 "정사가 간편하지 못한가, 백성이 생업을 잃었는가, 나의 궁실이 높은가, 부녀자의 청탁이 성한가, 뇌물이 행해지고 있는가, 참소하는 무리가 많은가." 하니,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큰비가 수천 리 지역에 내렸다는 고사이다. 《사략(史略)》 권1.[註 042] 궁가(宮家) : 대군·왕자군·공주·옹주의 궁전.[註 043] 승수(升數) : 새의 수.

○壬辰/都承旨尹順之、左承旨尹絳、右承旨兪㯙、左副承旨李行遇、同副承旨趙錫胤等聯名以啓曰: "臣等竊念, 天人一理, 上下無間, 災祥休咎之徵, 未嘗不由於人, 而消弭轉移之機, 只在人主一念之微。 此古聖王所以遇災恐懼, 側身修省, 而不敢應之以虛文也。 今日之災, 尙忍言哉? 天文之示警, 地道之告異, 人妖、物怪之非常, 雖極層疊, 此則古人所謂不卽損於聖躬, 不有痛於肌膚, 宜亦狃以爲常, 不知警懼, 而至於癘疫連年, 遍滿國中, 人民死亡, 十室九空。 今玆大旱, 又出於荐饑之餘, 麥不登場, 種不入土。 魚爛土崩之患, 迫在朝夕, 無民無國, 理勢之必然者也。 災害之切至, 未有甚於此者, 尙安得恬然玩愒, 而無警惕危懼之心哉? 臣等不敢知聖明有何闕失, 而天心之不豫, 災沴之荐降, 若是其極耶? 古人云: ‘有我之天, 猶可爲也, 無我之天, 不可爲也。’ 今天之警告我殿下, 不啻諄諄面命, 則其亦仁愛之至也。 此政引咎責己, 回怒底豫之日, 而竊觀殿下應天之道, 猶未免規規於虛文末節, 而不盡修省責勵之實。 宜乎禱祀遍擧, 而虔誠未格, 罪籍疏滌, 而和氣未應。 淒風烈日, 愈往愈甚, 盛夏霜雹, 氣象愁慘, 天心邈邈, 感回無日也。 殿下盍亦反躬省察於公私敬怠之分, 如有一念一事之違天而召災者, 則痛加刻責, 誓心自新, 如成湯之六事自責, 立召感應耶? 倘於乙丙淸閑之暇, 試一澄省, 則宜必有惕然悔悟處, 而臣等格王正事之言, 亦安可默然而遂已哉? 嗚呼! 殿下遭此極否之會, 苟不有大警動, 大振作, 則無以興衰濟屯。 而志氣日益摧沮, 擧措日益委靡, 燕安之習漸痼, 私昵之門大開, 堂陛阻遠, 言路杜絶, 財竭於侈靡之風, 民窮於聚歛之政, 上下偸安, 泄泄苟度。 當此時勢不可爲之日, 又不盡心於得爲之事, 則尙何望天心之眷顧, 變異之不生乎? 試以近日一二事言之, 則綾原大君家舍之役, 大是駭瞻聆, 而咈人心也。 王室懿親, 休戚與同, 居第宏侈, 亦何心於此時, 而況差官監董, 勞費國力, 營起不緊之役於災變孔慘之日乎? 殿下友愛之道, 宜不以此等事爲先, 而在大君謙損之心, 亦安得晏然而承當哉? 群情拂鬱, 臺論日激, 而一邊論啓, 一邊營造, 木石縱橫, 呼耶不絶, 有若與公論相爭, 天災相抗者然。 竊恐殿下所以友愛之者, 只所以益上下之過, 失天人之心, 深可惜也。 殿下何不幡然覺悟, 卽日停罷, 下慰群心, 上答天譴乎? 黃瀷上變之功, 慶關宗社, 酬以富貴, 固非所惜, 而若夫朝廷名器之重, 截然有不可輕者。 臺臣論執, 乃是國言之公, 而終始牢拒, 使朝著混淆, 有識竊歎。 何殿下係滯私意, 不恤人言之若是耶? 今日民生之困悴, 言之氣塞, 而前頭之事, 尤有所不忍言者。 到此地頭, 猶不思損上而益下, 則是割肉充腹, 而欲其身之安飽也, 寧有是理哉? 古人云: ‘以一人治天下, 不以天下奉一人。’ 聖王約己裕物之心, 固宜如此。 況此艱危之日, 寧無損節之道乎? 祭享御供, 固非臣子之所敢輕議, 而若其産非土宜, 而多費物力, 不合進御, 而徒害生民者, 豈可無減省變通之擧乎? 此在殿下不忘在之日, 益軫淵氷之懼, 躬行儉素, 務從省約, 凡飮膳、服御之不切於日用, 而傷財病民者, 一一蠲除。 下至各司一切浮費之事, 次第節縮, 以施實惠於窮民, 則豈不足以收人心, 格天意乎? 諸宮家、各衙門折受山海之弊, 言之已久, 而近來屯田之事, 其害尤甚。 其中訓鍊都監、守禦廳, 又甚於他衙門。 元結日縮而稅入減, 逋逃成藪而軍額缺, 民田見奪, 隣井被擾, 利入於私門, 怨歸於國家。 此而不革, 則無以解民怨, 而紓國計也。 上年憲府之論, 實中膏肓, 而終未見用。 殿下之係吝于此事, 抑何意耶? 不可不嚴加査括, 盡行罷革也。 民窮財竭, 八路同然, 而汲汲遑遑之狀, 兩西尤甚。 國家視以瘠, 不救燃眉之急, 一朝渙散之後, 噬臍何及。 頃日宰臣疏中, 亦陳此事, 而不過令本道籌畫而已。 本道雖善籌畫, 畢竟出於本道之民力, 此豈拯救之意乎? 臣等妄意, 自上特損兩道內司之貢, 而諸衙門收布之上納者, 亦令量宜題給, 以補一二年經用, 則庶幾民力少紓, 人心感悅, 不至有崩潰之患矣。 且使命供億之過制, 質子求請之濫觴, 亦足以侵擾殘民。 誠宜嚴立科條, 申明列邑, 以除一分之弊, 而武弁守宰, 流品冗雜, 公私責應之外, 又多肥己之事。 生民重困, 實由於此, 亦宜另擇文官, 交差其間, 以爲彈壓撫摩之地也。 木品降等之事, 臺論未久, 而外方愚民不信朝家之令, 不能一遵定式。 其情亦云慼矣, 而國家之自前失信, 從可知矣。 至於廣密織造之令, 尤所未曉。 木之廣狹, 隨其升數之多少, 寧有減其升數, 別加其廣之理乎? 歲幣所用, 雖難自我加損, 而國中行用之木, 不可不申飭中外, 堅定畫一之規也。 刑獄枉濫, 最是感傷和氣, 不可不致愼。 而近來捕盜廳, 不思止盜之本意, 多行法外之事, 不干偸盜之人, 亦有濫刑之時云。 一夫抱冤, 亦足感天, 特宜嚴飭任事之臣, 十分愼恤, 俾無玉石俱焚之歎也。 嗚呼! 今日時事, 可謂流涕痛哭者矣。 人心已離, 國勢已危, 罔測之變, 起於腹心, 癰疽旣決, 元氣自傷。 天災時變, 日以益甚, 中外憂遑, 莫保朝夕。 殿下於此, 若不大警於心, 改紀其政, 則竊恐禍亂之作, 無時可已, 而仁愛之天, 亦必至於忘我, 豈不大可懼哉? 伏願殿下, 敬忌天威, 日新聖德, 存心出政之際, 必求合於天理之正, 如有一毫私欲之係累, 痛加遏絶而澄治, 雲消霧廓, 表裏洞徹, 嚴恭寅畏, 淬礪澡雪, 端本淸源, 建極率下, 大開言路, 勤洫民隱, 朝政淸明, 群心悅服, 則惟德是親之天, 豈不感應於冥冥之裏? 而寶命之重新, 邦運之再昌, 自有不期然而然者矣。 嗚呼! 殿下懋戒之哉。 臣等俱以無似, 待罪近密, 目見天災孔棘, 國事日非, 不勝憂懼痛迫之懷, 區區愚見, 敢此陳達。" 答曰: "觀卿等啓辭, 深用嘉尙。 所陳之事, 當惕念而採施焉。" 翌日命下其啓于備局, 備局循例回啓, 竟無一事之採施, 識者恨之。 此趙錫胤之筆也。


  • 【태백산사고본】 45책 45권 24장 A면【국편영인본】 35책 182면
  • 【분류】
    농업-전제(田制) / 사법-행형(行刑) / 정론-정론(政論) / 과학-천기(天氣) / 왕실-종친(宗親) / 인사-관리(管理) / 재정-국용(國用) / 재정-상공(上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