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 대왕의 제사를 무례하게 지내는 폐단에 대한 교서관 박사 한희설의 상소문
교서관 박사(校書館博士) 한희설(韓希卨)이 상소하기를,
"신은 패향(沛鄕)028) 에서 나서 자랐습니다. 신이 살던 곳은 태조 대왕(太祖大王) 본궁(本宮)과의 거리가 겨우 5리 남짓하기 때문에 본궁의 일에 대하여 모두 자세히 알고 있는데, 제사를 무례하게 지내는 폐단을 감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항상 초하루와 보름, 명절날에는 내수사(內需司)의 별차(別差)가 스스로 헌관(獻官)이 되고 궁노(宮奴)로 여러 집사(執事)를 삼으며 또 무축(巫祝)이 그 뒤를 따르는데, 고금 천하에 어찌 이와 같이 무례하게 제사를 지내는 일이 있단 말입니까. 삼가 원컨대 빨리 혁파할 것을 명하소서. 그리고 향실(香室)은 더없이 중한 곳인데, 교서관의 미관(微官)을 입직시키고 충의위(忠義衛)의 관원이 축판(祝板)을 쓰고 있으니, 국가가 향실을 어찌 이렇게도 소홀하게 본단 말입니까. 전하께서 옥체 미령하신 지가 오래되었으므로 비록 친히 서명하시지는 못하더라도 고관으로 입직시키고 그로 하여금 축판을 쓰게 하여 제향의 예를 중하게 하소서.
전(傳)029) 에 이르기를 ‘자기는 박한 음식을 먹으면서 풍성한 제물로 조상과 신명에게 효성을 다하였다.’ 하였습니다. 전하께서 비록 어공(御供)을 전처럼 환원하지는 못하시더라도 제향에 쓰는 물품은 빨리 전처럼 환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제기 문제를 말한다면 기름병·간장항아리·술병 등이 모두 정결하지 못하니, 사옹원이 1년간 바칠 사기그릇 대신 제기를 따로 만들어 제사를 지낼 때 제물에 따라 각각 그릇을 따로 사용한다면 반드시 서로 바꾸어 담음으로써 맛이 변하는 폐단이 없을 것입니다."
하였는데, 상이 내수사에 새 규례의 시행을 금지하고 제물을 상소에 따라 환원할 것을 명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3책 43권 20장 A면【국편영인본】 35책 136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왕실-의식(儀式) / 재정(財政) / 식생활-기명제물(器皿祭物)
○甲午/校書館博士韓希卨上疏曰:
臣生長沛鄕, 所居距太祖大王本宮, 纔五里許。 於本宮之事, 無不詳知, 敢以祭祀褻慢之弊言之。 每於朔、望、節日, 內需司別差, 自爲獻官, 以宮奴爲諸執事, 又以巫祝而從之, 古今天下, 安有若此褻慢之祀事乎? 伏願亟命革罷。 且香室乃莫重之地, 而以校書館微官入直, 以忠義衛書祝, 國家之視香室, 何如是不重耶? 殿下違豫已久, 雖不得親押, 而以名官入直者書祝, 以重祀典。 《傳》曰: "菲飮食, 而致孝乎鬼神。" 殿下雖不能復設御供, 而祭享之物, 則不可不從速復設。 且以器皿言之, 則油甁、醬缸、酒壺, 皆未凈潔。 如以司饔院砂器一年所納, 別造器皿, 當祭之時, 各用其器, 則必無互盛味變之弊矣。
上命內需司, 禁斷其新規祭物, 依上疏復設。
- 【태백산사고본】 43책 43권 20장 A면【국편영인본】 35책 136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왕실-의식(儀式) / 재정(財政) / 식생활-기명제물(器皿祭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