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 일과 전황에 관해 비국 당상과 논의하다
상이 대신과 비국 당상을 인견하고 하문하기를,
"요즈음 농사가 어떠한가?"
하니, 좌의정 신경진이 아뢰기를,
"비가 내린 뒤에 서속이 점차 무성해지고, 높고 건조한 밭에도 모두 파종했으니 앞으로 추수할 희망이 있게 되었습니다."
하고, 우의정 강석기(姜碩期)가 아뢰기를,
"지난 봄 가뭄으로 논밭이 거북등처럼 갈라졌으니, 저번의 비로는 흡족하게 되기가 어렵습니다."
하였다. 경진이 아뢰기를,
"지난번 유림(柳琳)의 장계를 보니 군량을 절약하고 있다는 말이 있긴 하였습니다마는 시일이 오래 걸리면 어떻게 이어나갈 수 있겠습니까. 신은 걱정스럽습니다."
하였는데, 상이 이르기를,
"유림의 장계에 알 수 없는 말이 많은데 금주성(錦州城)을 포위하였다는 말은 더욱 믿을 수 없다. 설사 포위하였더라도 졸지에 성을 빼앗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십왕(十王)이 전사하였는 말은 사실인가?"
하니, 경진이 아뢰기를,
"저들 중 날랜 장수들도 전망(戰亡)한 자가 많다고 하는데, 어찌 십왕의 일이라고 해서 믿을 수 없겠습니까."
하고, 구굉(具宏)이 아뢰기를,
"요토(要土)가 이미 죽었고 십왕도 죽었다면 저들은 한 쪽 팔이 잘린 격입니다."
하였다.
살펴보건대 봄부터 여름까지 한재가 너무도 심하였으니, 한번의 비로서는 매말랐던 논밭의 곡식이 소생되기에는 부족하다. 그런데도 대신이 곧 풍년을 기대할 수 있다는 말로, 우근(憂勤)해야 할 이때에 아첨만 떨었으니 앞으로 그런 정승을 어디에 쓸 것인가.
- 【태백산사고본】 42책 42권 22장 A면【국편영인본】 35책 118면
- 【분류】과학-천기(天氣) / 농업-농작(農作) / 외교-명(明) / 외교-야(野) / 군사-군정(軍政)
○丁未/上引見大臣及備局堂上, 問曰: "近日農事何如?" 左議政申景禛曰: "得雨之後, 黍粟漸茂, 高燥之田, 又皆播種, 將有西成之望矣。" 右議政姜碩期曰: "自春暵乾, 田疇龜坼, 以頃日之雨, 有難浹洽矣。" 景禛曰: "頃見柳琳狀啓, 雖有軍糧撙節之語, 而日月漸久, 則何以能繼? 臣竊憂之。" 上曰: "琳之狀啓, 語多未瑩, 錦州圍城之說, 尤不可信矣。 設使圍之, 難猝援耳。 且十王戰死之說信乎?" 景禛曰: "彼中驍將戰亡者頗多云, 何獨以十王之事, 爲不可信也?" 具宏曰: "要土旣死, 十王又沒, 則是斷其一臂也。" 按, 自春徂夏, 旱災太甚, 一犂之雨, 未足以蘇枯潤涸, 而大臣乃以豐登可期, 獻諂於憂勤之日, 將焉用彼相哉?
- 【태백산사고본】 42책 42권 22장 A면【국편영인본】 35책 1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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