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에서 정뇌경을 죽이고, 재신 박로와 신득연이 치계하다
청나라에서 시강원 필선 정뇌경(鄭雷卿)을 죽였다. 재신 박로(朴𥶇)·신득연(申得淵) 등이 치계하기를,
"4월 18일에 용골대(龍骨大)·마부달(馬夫達) 두 장군이 신들을 불러 말하기를 ‘정뇌경 등의 죄는 진실로 죽어 마땅하며, 조선에서도 이미 자문을 보내왔으니, 지금 처치해야 할 것이다.’ 하므로, 신들이 놀라움을 견디지 못하여 속바치기를 청하는 뜻으로 언급하였습니다. 그러자 두 장군이 말하기를 ‘국왕이 재신으로 하여금 속바치는 것을 도모하게 하였는가, 재신이 스스로 속바치기를 도모하였는가? 재신이 당초 모의에 참여하였으므로 이처럼 그를 구하려는 것인가?’ 하므로 신들이 말하기를 ‘국왕의 본뜻은 자문 안에 다 들어 있다. 어찌 다른 뜻이 있겠는가. 세자와 대군도 모르는 바이다. 다만 우리들이 같이 있은 지 오래되어 그가 죽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으므로 감히 이 계책을 내었을 뿐이다.’ 하고, 반복하여 간절히 말하였더니, 두 장군이 말하기를 ‘우리를 해치고자 도모한 자를 구원하는 것은, 그 마음을 알 수 있다. 반드시 우리 두 사람과 두 역관의 살고기를 먹은 뒤에야 마음에 쾌하겠는가?’ 하므로, 신들이 부득이 세자에게 가서 고하겠다고 말하고 물러났습니다.
세자가 구원하고자 하여 재삼 물었으나 다른 계책이 없으므로 친히 아문에 나아가려 하였습니다. 그런데 정명수·김돌시 두 역관이 여러 통사(通事)와 함께 말 앞에 늘어서서 큰 소리로 말하기를 ‘내 머리가 부서져야 앞으로 갈 수 있다.’ 하므로, 세자가 말을 멈추고 주저하는데 아문의 재촉이 성화보다 급하므로 세자가 부득이 도로 관소로 들어왔습니다. 정역(鄭譯)의 무리가 정뇌경을 나오라고 독촉하자, 정뇌경이 새옷으로 갈아 입고 관문 밖에서 하직하니, 세자가 인견하고 술을 하사하였습니다. 정뇌경이 하직하고 나가 대문 안에서 동쪽으로 본국을 향하여 네 번 절하고 또 그 어미를 향하여 두 번 절하고 나가니, 청인이 목졸라 죽였습니다. 서리 강효원도 일시에 죽임을 당하였습니다.
신들이 용골대·마부달에게 말하여 겨우 시체를 거두어 염습(斂襲)하였는데, 옷과 이불은 모두 대내에서 내었으며, 강효원에게도 염할 옷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내관 박지영(朴之榮)으로 하여금 관을 호위하여 나가게 하였습니다."
하였는데, 상이 하교하기를,
"정뇌경의 죽음은 몹시 놀랍고 참혹하다. 해조로 하여금 장례 물품을 제급하게 하라. 그리고 그의 어미와 아내에게 달마다 양식과 찬거리를 주어 나의 애처로워 하는 뜻을 표하게 하라. 강효원에게도 일체로 시행하라."
하고, 또 정뇌경에게 증직(贈職)하도록 명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8책 38권 24장 B면【국편영인본】 35책 56면
- 【분류】외교-야(野) / 왕실-사급(賜給)
○淸國殺侍講院弼善鄭雷卿。 宰臣朴𥶇、申得淵等馳啓曰: "四月十八日, 龍、馬兩將招臣等言曰: ‘鄭雷卿等罪, 固當死, 而朝鮮, 亦已移咨, 今當處置。’ 臣等不勝愕然, 言及請贖之意。 兩將曰: ‘國王使宰臣圖贖耶? 宰臣自欲圖贖耶? 宰臣當初參謀, 故若是其救解耶?’ 臣等曰: ‘國王本意, 俱在咨文中, 豈有他意? 世子、大君亦所不知。 只緣俺等同處已久, 不忍視其死, 敢生此計耳。’ 反覆陳懇, 則兩將曰: ‘救解謀害我者, 其心可知。 必欲食吾兩人及兩譯之肉, 而後快於心耶?’ 臣等不得已, 以往告世子爲言而退。 世子思欲救解, 再三下詢, 而無他計策, 將親詣衙門, 鄭、金兩譯, 與諸通事, 排立馬前, 大聲語曰: ‘吾頭碎, 方可前往。’ 世子駐馬趑趄, 衙門催促急於星火, 世子不得已還入館所。 鄭譯輩督出雷卿, 雷卿換着新衣, 拜辭於館門外, 世子引見饋酒。 雷卿辭出大門內, 東向本國四拜, 且向其母, 再拜而出, 淸人縊殺之, 書吏姜孝元, 亦一時被殺。 臣等言於龍、馬, 僅得收屍斂襲, 衣衾皆自內出, 姜孝元處, 亦給斂衣。 使內官朴之榮, 護柩出去云。" 上下敎曰: "鄭雷卿之死, 殊極驚慘。 令該曹題給葬需。 且其母、妻, 月給糧饌, 以表予惻怛之意。 姜孝元亦一體施行。" 又命贈雷卿職。
- 【태백산사고본】 38책 38권 24장 B면【국편영인본】 35책 56면
- 【분류】외교-야(野) / 왕실-사급(賜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