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례를 거행하고 대사령을 내리다
가례를 거행한 후 백관들이 하례를 올리고 상이 대사령(大赦令)을 내렸다. 그 교서(敎書)는 다음과 같다.
"왕비 자리가 오래 비어서 이미 신하들의 소망을 따랐고 궁중의 내전이 경사를 이어 모의(母儀)의 존엄을 바로잡았으니, 이에 옛법을 상고하여 새로 조서를 반포하노라.
생각건대 나는 덕이 적고 불행한 자로 또 왕비의 상성(相成)마저 잃었었다. 궁실에 들어가도 간하는 말을 듣지 못하니 슬픔은 옛 아내에 얽혀 있었고, 종묘 제기를 부탁한 바가 있으니 광채는 이미 태자[前星]에 빛났다. 더구나 지금은 난리를 겪은 나머지 또 흉년의 참혹함을 당하였다. 생각은 훌륭한 정치에 절실하여 자나 깨나 아내 구하는 것에는 겨를이 없었고, 깊은 못에 다다른 듯 얇은 얼음을 밟듯 하라는 경계가 간절하니 종고(鍾鼓)의 즐거움을 어찌 마음먹었겠는가. 왕비의 방이 한 번 닫히자 회화나무 불[槐火]을 다섯 번 취했으니070) 대저 궁중이 편치 않고 빈어(嬪御)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이 양극(兩極)의 뜻을 진달하니 또한 어찌 어기겠는가. 배필은 만복(萬福)의 근원이니 실로 폐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덕망 있는 가문을 물어 좋은 짝을 택하였다. 이에 금월 3 일 신묘에 친영례(親迎禮)를 거행하고 조씨(趙氏)를 책봉(冊封)하여 왕비를 삼노라. 구슬 귀걸이와 전의(展衣)071) 는 시절이 좋지 못해 예물을 감하였고 보책(寶冊) 가전(嘉典)은 길한 때에 처음으로 예를 이루었다. 남궁(南宮)의 나물은 깨끗한 제수로 받드는 것을 알겠고 동경(東京)의 비단은 검소한 덕이 소소(昭昭)함을 보겠다. 이에 장추궁(長秋宮)의 아름다운 풍도를 부탁하니 양춘(陽春)의 혜택을 펴는 데 합한다.
아, 처음을 시작하고 처음을 바로잡는 날은 하자를 씻고 잘못을 없애는 때이다. 비록 구국(舊國)이지만 새롭게 하여 길이 국가의 공고를 도모하고 가정에서부터 국가로 미루어 가면 아마도 풍교(風敎)가 행해질 것이다. 그러므로 이에 교시(敎示)하니, 잘 살피라."
- 【태백산사고본】 37책 37권 34장 A면【국편영인본】 35책 42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사법-행형(行刑) / 어문학-문학(文學)
○壬辰/嘉禮後陳賀大赦。 其敎書曰:
壼位久虛, 旣循臣僚之望, 宮闈嗣慶, 爰正母儀之尊, 載稽舊章, 誕推新渙。 惟予寡德之不幸, 且失小君之相成。 入宮而不聞諫言, 悲自纏於故劍, 主鬯之尙有付托, 光已耀於前星。 矧今禍亂之餘, 又値凶荒之慘。 念軫宵旰, 不遑寤寐之求, 戒切淵氷, 何心鍾鼓之樂? 椒寢一閉, 槐火五鑽, 蓋宮室之靡安, 而嬪御之多闕。 大臣陳兩極之義, 亦豈敢違? 配匹爲萬福之源, 誠不可廢。 肆詢德閥, 得遴好逑。 乃於本月初三日辛卯, 行親迎禮, 冊封趙氏爲王妃。 珠珥、展衣, 物有殺於時詘, 寶冊、嘉典, 禮初成於辰良。 南宮蘋蘩, 用相精禋之奉, 東京繒帛, 佇見儉德之昭。 屬玆長秋之流徽, 合有陽春之布澤。 於戲! 惟造端正始之日, 乃滌瑕蕩垢之時。 雖舊維新, 永圖邦命之鞏, 自家而國, 庶幾風化之行。 故玆敎示, 想宜知悉。
- 【태백산사고본】 37책 37권 34장 A면【국편영인본】 35책 42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사법-행형(行刑) / 어문학-문학(文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