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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실록36권, 인조 16년 5월 7일 기사 1번째기사 1638년 명 숭정(崇禎) 11년

양사가 제향에 쓸 제수에 대해 계하다

이에 앞서 양사가 제향(祭享)에 말린 꿩으로 중포(中脯)를 대신하자고 계청하여 상이 대신에게 의논하도록 명하였었는데, 최명길이 아뢰기를,

"꿩으로 소를 대신하는 것은 미안한 일이 될 듯하니 노루·사슴·돼지 세 가지를 그때그때 있는 대로 취하여 중포를 만들어 쓰자고 청하자, 상께서 돼지포를 쓰기는 미안하다 하여 노루와 사슴만을 쓰게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후에 듣자니 노루와 사슴은 비록 토산(土産)이라 해도 실로 얻기가 쉽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얻기가 쉽지 않으면 형세상 불결한 것과 섞어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신이 삼가 《주례(周禮)》를 살펴보니 ‘금수(禽獸)를 사용하는 데 있어 봄에는 새끼 양과 돼지 고기에 소기름[膏香]을 쓰고, 여름에는 말린 꿩[腒]과 말린 생선[鱐]에 개기름[膏臊]을 쓰고, 가을에는 송아지와 어린 사슴에 닭기름[膏腥]을 쓰고, 겨울에는 생선과 기러기[羽]에 양기름[膏羶]을 쓴다.’ 하였고, 그 주석에 ‘거(腒)는 말린 꿩이고, 숙(鱐)은 말린 생선이고, 조(臊)는 개기름이고, 우(羽)는 기러기이다. 이는 사시(四時)의 물종이 각각 왕성하고 쇠약한 기운이 있으므로 같이 사용하여 서로 섞어서 왕의 반찬에 쓰고 인하여 제수에 쓰는 것인데, 각각 그 뜻이 있는 것이다.’ 하였습니다.

신이 이 글을 보고 비로소 제사에 말린 꿩을 쓰는 것이 본디부터 고례가 있음을 알았습니다. 신의 학술이 형편없어 전에 수의(收議)할 때 망령되게 소신의 의견을 주장하여 양사의 많은 관원들의 청을 반대하였으니 매우 후회스럽습니다. 그러나 이미 건의한 일이라 감히 다시 청하지 못하였으니 신의 죄가 큽니다.

대개 《주례》에는 춘추에 공진하는 바가 각각 다르니 사시에 모두 말린 꿩과 말린 생선을 쓴 것은 아니나 말린 꿩을 제수(祭需)에 쓴 것은 유래가 오래되었습니다. 더구나 지금은 나라가 천고에 없는 변란을 당하여 우포(牛脯)를 사용하고자 하여도 소를 이미 얻을 수 없고 노루와 사슴을 사용하고자 하여도 잡물을 섞어 쓰게 되는 폐단을 끝내 막을 수 없습니다. 위로 주공(周公)이 예(禮)를 제정한 본뜻을 근거하고 아래로 양사가 탑전(榻前)에서 청한 바를 채택하여 우선 소가 번식할 때까지 말린 꿩으로 대신하되, 지금 해시(該寺)에 저축된 중포(中脯)는 이미 불결하다는 말이 있으니 그대로 제향에 쓸 수 없고 내년의 공물을 금년에 미리 받을 수도 없으니, 우선 해조로 하여금 노루와 사슴을 무역하게 하여 포(脯)를 만들어 요즈음 소용되는 데 쓰는 것이 마땅할 듯합니다."

하니, 답하기를,

"여염의 제사에는 모두 포를 사용하는데 종묘 사직에만 사용하지 않는 것은 매우 미안한 일이다. 부득이하다면 노루와 사슴으로 조포(條脯)를 만들어 대용하는 것이 마땅하겠다. 끝에 계품한 것은 아뢴 대로 시행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6책 36권 39장 B면【국편영인본】 35책 20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 / 식생활-기명제물(器皿祭物)

    ○己巳/先是, 兩司請於祭享以乾雉代中脯, 上命議于大臣。 左議政崔鳴吉以爲: "以雉代牛, 恐涉未安。 請以獐、鹿、豕三物, 隨所有作爲中脯, 而自上以豕脯爲未安, 使之只用獐、鹿。 厥後聞之, 獐、鹿雖曰土産, 其實得之不易。 旣不易得, 則其雜以不潔之物, 勢所難免。 臣竊考《周禮》, 有曰: ‘凡用禽獸, 春行羔ㆍ豚, 膳膏香; 夏行腒ㆍ鱐, 膳膏臊; 秋行犢ㆍ麛, 膳膏腥; 冬行鱻ㆍ羽, 膳膏羶。’ 註云: ‘腒, 乾雉; 鱐, 乾魚; 臊, 犬膏; 羽, 雁也。 此乃四時之物, 各有休相之氣, 故竝用相和, 以爲共王之膳, 因爲祭祀之需者, 各有其義。’ 云。 臣自見此文, 始知祭之用乾雉自有古禮。 而臣學術蒙昧, 前收議時, 妄以己見, 寢兩司多官之請, 私切悔責, 而業已建白, 不敢更有所請, 臣罪大矣。 大槪《周禮》, 則春秋所供各異, 非四時俱用腒鱐, 而乾雉之用於祭需者, 其來久矣。 矧今國家遭千古所無之變, 欲用牛脯, 則牛旣不可得, 欲用獐、鹿, 則混用雜肉之弊, 終不可防。 上據周公制禮之本意, 下採兩司榻前之所請, 姑限牛畜孶息間, 代用乾雉, 而卽今該寺所儲中脯, 旣有不潔之言, 則不可仍用於祭享。 明年貢物, 又不可引納於今年, 姑令該曹, 貿得獐、鹿作脯, 以爲近日之用, 恐或得宜。" 答曰: "閭家祭祀, 擧皆用脯, 而獨於廟社, 闕而不用, 殊極未安。 無已則以獐、鹿, 作爲條脯, 代用爲當。 末端啓稟事, 依議施行。"


    • 【태백산사고본】 36책 36권 39장 B면【국편영인본】 35책 20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 / 식생활-기명제물(器皿祭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