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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실록 36권, 인조 16년 5월 1일 계해 2번째기사 1638년 명 숭정(崇禎) 11년

부제학 이경여 등이 국사 전반에 대해 계하다

부제학 이경여(李敬輿), 교리 심동구(沈東龜)·성이성(成以性), 수찬 최유해(崔有海) 등이 차자를 올리기를,

"전하께서 총명하고 슬기로운 자질과 효우롭고 공검(恭儉)한 덕으로 지치(至治)를 이루고자 전전긍긍하시며 인재들을 불러모아 함께 다스리신 지 이제 16년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국사가 끝내 이 지경에 이르러 하늘은 재앙을 거두지 않고 백성들은 원망하는 마음을 풀지 않아 재화가 거듭되어 나라의 존망을 예측할 수 없으니 장차 용렬하고 혼암한 임금처럼 패망하고 말게 되었습니다. 그 까닭은 무엇이겠습니까. 신들은 통탄스럽게 여깁니다.

신들은 모르겠습니다만, 전하의 마음씀이 체용(體用)의 현미(顯微) 사이에 과연 모두 하늘에 맞는데도 하늘이 응하지 않는 것입니까? 당연히 해야 할 일에 대하여 당연한 법칙을 다하면 그것이 바로 이치에 합하는 것이고 일이 모두 이치에 합하면 움직이는 일마다 뜻에 맞을 것입니다. 어찌 이적(夷狄)을 두려워하겠으며 화란(禍亂)을 근심하겠으며 재변을 염려하겠습니까.

전하께서는 혼조(昏朝) 때 여항에 계시면서 종사(宗社)와 윤기(倫紀)를 근심하시어 난세를 다스려 안정으로 회복시키는 것을 책무로 삼으시고 만 번 죽더라도 불사할 각오로 동지들을 규합하여 대의를 일으켜 세워서 다시 이륜(彛倫)이 밝아지고 종사가 안정되게 하였으니 중흥(中興)의 공덕이 찬란합니다. 이는 다름이 아니라 마음이 가는 바를 의(義)로 주를 삼아 두려워하거나 기가 꺾이지 않았고 이해를 다투는 사사로운 마음이 그 사이에 관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기(志氣)가 강건해져서 마침내 큰 공적을 아루게 된 것입니다. 수백 명의 오합지졸로 조정을 맑아지게 하는 업적을 이루었으니, 실로 하늘이 도우신 것입니다. 이것이 어찌 사람의 모사로 되었겠습니까. 하늘의 도움을 얻은 것은 의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계해년027) 이후로 전하께서 만일 즉위초와 같은 마음으로 마음을 가다듬으시고 천승(千乘)의 존귀함을 낙으로 여기지 않으시면서 오직 마음을 바로잡고 덕을 쌓으며, 하늘을 공경하고 백성을 편안히 하는 데 전념하시어 조심하고 두려워하여 조금이라도 태만한 일이 없으시며, 충성스럽고 어진 신하들을 신임하여 그들의 직언을 즐겨 듣고 사의(私意)를 버리고 공도(公道)를 넓히며, 궁금(宮禁)을 엄하게 다스려 청탁의 길을 막고 절검을 숭상하여 부역을 줄이시며, 공리(功利)의 설에 현혹되지 않고 세금을 잘 거두는 신하를 좋아하지 않으시며, 기강을 바로잡아 형식적인 것들은 통렬히 개혁하고 군율을 엄히 밝혀 군정(軍政)을 정돈하셨다면, 10년도 안 되어 국사가 다스려지고 나라의 근본이 점차 튼튼해져서 형세가 저절로 공고해졌을 것입니다."

하고, 또 아뢰기를,

"궁실과 먹고 입는 것을 차리는 것과, 여마(輿馬)와 완호품(玩好品) 등을 갖추는 것과, 내시와 궁녀들이 받드는 것도 전과 같으며, 곧은 선비들을 물리치고 아첨하는 무리들을 신임하며 간언을 물리치고 자기 의견만 내세워 언로를 막는 것도 전과 같습니다. 심지어 공적인 의리는 전혀 없고 사사로운 이해에만 현혹되어 천지의 법도를 하찮게 여기고 사람과 사물의 떳떳한 법칙을 멸절되게 하여 천하의 큰 법도를 유지하고 온 나라의 인심을 위로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마치 거의 죽어가는 사람이 발병한 원인은 경계하지 않고서 본성을 해치고 생명을 손상시키는 짓을 계속 힘써 하여 가물거리는 목숨이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것과 같습니다. 어찌 한심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아, 위로는 하늘이 노하고 아래에서는 백성들의 원성이 쌓이니, 원근의 사람들이 모두 애통하고 답답해하며 흩어질 마음을 갖는 것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

하고, 또 아뢰기를,

"신들이 가까이 모신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전하께서 술을 즐기거나 여색에 빠지는 과실이 있다는 것은 듣지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그런 얘기가 항간에 떠돌기 시작했습니다. 궁중의 일은 비밀스러운 것이라 신들은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만약 허위가 아니라면 반드시 곡절이 있을 것입니다. 신들은 이에 목이 메어 차마 말을 못하겠습니다.

전하의 한몸은 종사와 신민이 믿고 우러르는 바입니다. 큰 혼란이 진정되지 않았고 막중한 책임이 앞에 있는데 어찌 차마 경거 망동을 하시어 열성(列聖)들에게 슬픔을 끼치시고 백성들에게 근심을 던져 주십니까. 통렬히 반성하시어 결단코 멀리 끊어 버리십시오.

역적 인성군(仁城君) 이공(李珙)의 자녀가 모두 혼인을 했으니 참으로 성덕(聖德)의 일입니다. 폐동궁(廢東宮)의 한 딸도 이미 장성하여 성상께서 하늘에 계신 선조(宣祖)의 뜻을 받들어 이미 조정 신하들의 청을 허락하셨으니, 유사로 하여금 혼사를 제때에 거행하도록 하는 것도 역시 화기(和氣)를 부르는 데 하나의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전에 중국의 문서를 받을지의 여부는 실로 대의에 관계되는 것이었으며, 국가 안위의 기틀이 달린 것이었습니다. 그 사이에 조처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이 어찌 없었겠습니까. 그런데 조정에서 처치한 것은 사리에 있어 근거가 없고 조처한 것이 마땅하지 못했으므로 인심이 복종하지 않고 여론이 분분하니 어찌 안타까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전하의 뜻은 필시 진위 여부가 확실하지 않다고 여기시어 그렇게 신중히 하셨을 것입니다만, 성상의 의중을 어떻게 사람마다 일일이 납득시킬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원수(元首)와 고굉(股肱)은 의리상 일체이므로 성패와 이해에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하는 법이니, 득실과 편부에 대하여 충분히 따져보고 의논을 일치시키는 것이 사리상 마땅합니다. 그런데 성비(聖批)에, 논의를 주창한 자가 담당하라고까지 분부하셨으니, 신은 삼가 전하를 위하여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옛날의 명철한 임금은 반드시 절의를 중요시하여 오히려 미치지 못할세라 급급하게 부식하고 권장하여 융숭한 상과 높은 벼슬을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았고 엄중한 형벌을 늦추어 주지도 않았으니, 멀리 생각한 것은 천 년 후에도 본받을 만합니다. 절의를 지키다가 죽은 대소 진신(搢紳)들과 귀하거나 천하거나 변란을 당해서도 정절을 지킨 부인들을 남김없이 찾아내어 정려하고 포장하는 은전을 속히 거행하여 구천에 떠도는 영혼을 달래소서. 혹 살았더라도 제몸을 깨끗하게 지켜 인륜을 부지하고 절의를 우뚝 세운 자는 비록 중도에 맞지 않더라도 퇴폐한 풍속을 진작시킬 만하니, 너무 심하게 냉대하여 중외(中外)의 의혹을 자라게 하지 마소서.

포로로 잡혀갔던 여자들은 본심이 아니었으니, 그들에게 목숨을 버려 죽지 않은 것을 책할 수는 없다 해도 남편의 집안에서 볼 때 이미 대의(大義)가 끊어진 것이니, 어찌 강제로 다시 결합하게 하여 사대부의 가풍을 더럽힐 수 있겠습니까. 국가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 비록 그들이 의지할 데 없음을 가엾게 여겨 제 살 곳을 찾게 하고자 한 것이지만 보고 듣는 이들이 의혹하여 원근이 떠들썩하니 풍속을 해침이 작지 않습니다. 비록 일제히 이혼하게 하는 것은 불가하더라도 재취(再娶)하거나 그대로 데리고 살거나 하는 것은 마음대로 하게 하는 것이 마땅할 것 같습니다.

신들이 삼가 여론을 듣건대, 전하께서 성절(聖節)과 천추(千秋) 및 동지(冬至)와 원단(元旦)에 궁정에 위차(位次)를 설치하여 예를 행하고 서쪽을 향하여 통곡하셨다니, 신들은 성덕에 감동하여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천지 신령과 조종(祖宗)의 영혼이 반드시 지하에서도 감동하였을 것이고 온 나라 신민들도 우러르고 의지하는 마음으로 굳게 뭉쳐 흩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옛사람과 같은 공을 곧 세울 수 있을 것이니, 오늘날의 일이 어찌 흠이 되겠습니까."

하고, 또 아뢰기를,

"봉공(奉供)하는 외물을 염두에 두지 마시고 거처와 의복 및 거마는 어려웠던 시절을 잊지 마소서. 매우 공정하게 삼가 살피시어 상벌을 내리시되 사욕을 따르지 말고 한결같이 공의(公議)를 들어 덕 있는 이를 명하고 죄 있는 이는 벌주는 하늘의 뜻을 받들며, 마음에 안 드는 말이나 뜻에 맞는 말이 있으면 반드시 도(道)에 맞는지 어긋나는지를 헤아려보아 물 흐르듯 따르는 도량을 넓히고, 호오의 편벽된 마음에 얽매이지 말아서 충직한 이들이 권장되게 하소서. 용렬하고 구차하게 비위 맞추는 것을 후중(厚重)하다 하지 말고, 강개(慷慨)하게 나라를 근심하는 것을 지나치게 과격하다 하지 말고, 아첨하고 순종하는 것을 임금을 사랑하는 것이라 하지 말고, 직언으로 과감히 간하는 것을 정직을 파는 것이라 하지 말고, 대열을 뒤쫓아 가는 것을 안정된 것이라 하지 말고, 탁한 것을 배격하고 맑은 것을 앙양하는 것을 부박한 짓이라 하지 말고, 능력을 자랑하고 원망을 전가하는 것을 국사에 마음을 다한다고 하지 말고, 백성을 사랑하고 근본을 굳건히 하는 것을 명예를 구하는 것이라 하지 마소서. 그리하여 한 시대의 사대부(士大夫)로서 직분을 다하는 자들이 뜻을 펼 수 있는 자리를 얻어 제각기 몸과 마음을 다하여 국난을 극복해 나가게 한다면 인심이 결속되고 나라의 기강이 점차 확립되어 장차 반드시 천하에 대의를 펼치게 될 것입니다."

하였는데, 답하기를,

"차자를 살펴보고 잘 알았다. 차자의 내용이 모두 나라를 근심하고 임금을 사랑하는 것이었다. 마땅히 유념하고 채택하여 시행하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6책 36권 35장 B면【국편영인본】 35책 18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副提學李敬輿、校理沈東龜成以性, 修撰崔有海等上箚曰:

殿下以聰明睿智之資, 孝友恭儉之德, 憂勤願治, 籲俊共理, 十六年于玆, 而國事終至於此, 天不悔禍, 民不釋怨, 災害竝至, 危亡無日, 將與庸君暗主, 同歸於淪喪而後已, 其故何哉? 臣等竊痛焉。 臣等未知殿下之心, 體用顯微之間, 果皆合於天, 而天不應耶? 於其所當然, 盡其當然之, 則是爲合理, 事皆合理, 動應徯志, 何畏乎夷狄, 何患乎禍亂, 何慮乎災異? 殿下其在昏朝, 龍潛閭巷, 而以宗社、倫紀爲念, 以撥亂反正爲己任, 出萬死不顧一生之計, 糾合同德, 昭擧大義, 使彝倫復明, 廟社再安, 中興之美, 夐掩前後。 此, 無他, 心之所之, 以義爲主, 不懼不沮, 利害之私, 不得干於其間, 志氣剛果, 終成丕烈。 以數百烏合之卒, 致會朝淸明之績, 天實默佑, 此豈人謀得? 天之佑, 義理所在故也。 癸亥以後, 殿下倘以當日之心爲心, 不以千乘之尊爲樂, 而唯以正心修德, 敬天安民爲務, 慄慄危懼, 罔敢或怠, 信任忠良, 樂聞直言, 克去私意, 廓恢公道, 嚴宮禁杜邪徑, 崇節儉省賦役, 無惑功利之說, 不崇聚斂之臣, 振肅紀綱, 痛革文具, 嚴明軍律, 整頓戎政, 則不待十年, 國事就緖, 邦本漸固, 形勢自壯矣。

又曰:

宮室膳服之飾, 輿馬玩好之具, 掖庭嬪御之奉, 猶夫前也。 斥逐直士, 崇信諛侫, 拒諫自用, 杜塞言路, 猶夫前也。 甚至於全沒義理之公, 唯惑利害之私, 天經地緯, 以爲薄物細故, 民彝物則, 任其泯滅斁敗, 無以存天下之大防, 而慰一國之群情。 若奄奄就盡之人, 猶不戒得病之源, 凡所以伐性傷生者, 力行而不怠, 一縷殘喘, 朝夕待盡, 寧不寒心? 噫! 天怒於上, 民怨於下, 遠近人情, 爲之哀恫怫鬱, 皆有渙散之心, 無足異也。

又曰:

臣等忝冒邇列, 非今斯今, 而未聞殿下有崇酒近色之失, 至于今日, 此說始行于閭巷。 宮省事秘, 臣等未知其言之虛實, 而如其不誣, 亦必有爲而然。 臣等於此, 哽塞不忍言。 殿下一身, 宗社之所托, 臣民之所仰。 大亂靡定, 丕責方新, 何忍自輕, 以遺列聖之戚, 以貽臣民之憂乎? 宜加猛省, 剛制斥遠也。 逆女子, 皆得嫁娶, 此實聖德事也。 廢東宮一女, 年旣長成, 聖上克體 宣祖在天之意, 已許廷臣之請, 宜令有司, 及時擧行, 亦召和之一助也。 向日受書與否, 實關大義, 亦涉國家安危之機。 善處其間, 豈無其道, 而朝家處置, 於理無據, 措事失宜, 人心不服, 巷議紛然, 寧不惜哉? 殿下之意, 必未決於眞贗之間, 有此愼重之擧, 而聖心所在, 安得家喩而戶說? 況元首股肱, 義同一體, 成敗利鈍, 休戚與共, 得失便否, 熟講歸一, 事理當然。 聖批至以主論者當之爲敎, 臣竊爲殿下惜之。 古之明王, 必以節義爲重, 扶植奬勸, 猶恐不及; 隆賞顯典, 曾不少吝, 刀鉅鈇鉞, 亦不少㒃, 慮事之遠, 千載可法。 大小搢紳之伏節死義者, 貴賤婦人之臨變全節者, 亦當無遺搜訪, 亟加旌褒之典, 以慰泉壤之魂也。 或生而自靖, 扶持人紀, 特立一節者, 雖或不合於中道, 足以振勵乎頹俗, 不宜厭薄太甚, 以滋中外之惑也。 被擄之女, 非其本心, 舍命不渝, 雖不足竝責於此輩, 然其在夫家, 大義已絶, 何可勒令復合, 以汚士大夫之家風乎? 國家此擧, 雖矜憐其無所依歸, 欲使得所, 而觀聽疑惑, 遠近譁然, 傷風敗俗, 所系非細。 雖不可一齊離異, 而再娶仍畜, 許令任意, 似爲得宜也。 臣等竊聞於輿言, 聖節、千秋, 至、元兩節, 殿下於宮庭, 設位行禮, 西向痛哭, 臣等欽嘆聖德, 不覺涕洟之交頣也。 天地神祇, 祖宗神靈, 亦必感動於冥冥, 而數千里臣民之心, 亦且尊仰歸向, 固結而不解。 古人之功, 可以立辦, 今日之事, 豈足爲病乎?

又曰:

供奉外物, 勿留宸衷, 居處、服御, 毋忘在。 大公至正, 恭己照臨, 慶賞威刑, 毋循己私, 一聽公議, 以奉命德, 討罪之天, 逆心遜志, 必救諸有道無道, 克恢如流之量, 毋係好惡之偏, 使忠讜競勸, 毋以庸陋苟容爲厚重, 毋以慷慨憂國爲矯激, 毋以阿意順旨爲愛君, 毋以直言敢諫爲沽直, 毋以隨行逐隊爲安靜, 毋以激濁揚淸爲浮薄, 毋以衒能嫁怨爲盡心國事, 毋以愛民固本爲要名干譽。 俾一時士大夫, 有爲有守者, 得有容身之地, 各盡心力, 以濟艱虞, 而人心旣結, 國紀漸張, 必將伸大義於天下矣。

答曰: "省箚具悉。 箚辭無非憂國愛君之言, 當留念而採施焉。"


  • 【태백산사고본】 36책 36권 35장 B면【국편영인본】 35책 18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