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학 이경석 등의 간언·종묘의 예·백성·상벌 등을 내용으로 한 차자
부제학 이경석(李景奭), 부수찬 유철(兪㯙) 등이 상차하기를,
"국가의 상란(喪亂)은 이미 지극하다 하겠거니와, 하늘이 거의 재앙을 그만 내릴 만한데 변이(變異)가 일어나는 것이 갈수록 더욱 심합니다. 두려운 천재와 괴이한 지변과 놀라운 인요(人妖)가 몰려 이르고 거듭 나타나며 요즈음에는 또 유성(流星)·화기(火氣)가 경계를 보여 마지않는데, 간밤의 심한 비와 큰 바람이 또한 우연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지난해에 천둥하고 번개치며 비바람이 일어나는 것이 흔히 밤 사이에 나타나므로 식자가 참으로 갑작스런 변이 날까 근심하였는데 이제 또 어찌하여 불행히도 옛날과 비슷하니 이 또한 매우 두렵습니다. 하늘에 빌어 명을 길게 하는 것도 여기에서 나뉘고 마침내 멸망하게 되는 것도 여기에서 나뉩니다. 오직 전하의 한 마음이 공경하고 태만한 데에 흥하고 망하는 것이 달려 있으니, 아, 전하께서 어찌 감히 힘쓰시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하늘이 이미 우리 전하를 크게 경동(警動)하였는데, 전하께서 혹 천심(天心)을 크게 경동시키지 않는다면 그 또한 그만이겠습니다마는, 예전에는 말세의 임금 일지라도 재이를 만나면 반드시 뭇 신하에게 일러 각각 과실을 죄다 말하게 하였습니다. 이것은 말단의 일이기는 하나 또한 두렵게 여기는 뜻입니다. 더구나 과연 허물을 들어서 고치고 착한 것을 취하여 쓴다면 덕을 닦고 허물을 살피는 도리에 어찌 도움이 적겠습니까. 이제 전하께서는 그렇지 않아서, 경연을 열었을 때에 진언하는 자가 있어도 수작하시는 것이 소리에 울림이 따르듯이 빠르다는 말을 듣지 못하였습니다. 이것이 어찌 마음을 열고 정성을 보여 말하도록 유도하여 마치 미치지 못할세라 염려하듯이 착한 말을 따르는 뜻이겠습니까. 다른 일은 말할 것 없이 이 한 가지 일이 이미 전하의 허물이 됩니다. 신하로서 임금에게 진언하는 자는 보통 이야기라도 다 마음 속으로 미리 생각해 놓았다가 두려워하면서 무릅쓰고 아뢰나, 그 아뢰려던 것을 오히려 감히 죄다 아뢰지 못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간언(諫言)을 듣기 좋아하는 옛 임금은 반드시 부드러운 낯빛으로 꾸미고 부드러운 말로 너그럽게 하여 못내 신하의 뜻이 통하지 않을세라 염려하여, 광망(狂妄)하더라도 죄주지 않고 과격하더라도 노하지 않아서 애써 곧은 말을 듣지 못할세라 염려하였습니다. 바라옵건대, 전하께서는 큰 도량을 넓히고 성의를 다하도록 힘쓰며 허물 고치는 것을 꺼리지 말고 간언 따르는 것을 어기지 말며 천한 사람의 말이라 하여 채택 안하지 말고 외람되고 광망하다 하여 엄히 물리치지 말아 쓸 만하면 쓰고 쓸 만하지 않으면 버려두어, 반드시 한 나라의 뜻을 통하고 뭇 사람의 착한 말이 들려 오게 급히 힘쓰소서.
간언을 받아들이려면 너그러이 용서하는 것이 중요하나, 말을 들으려면 또한 자주 만나야 합니다. 근래 경연에 자주 납시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나, 사조(辭朝)하는 외관(外官)을 소견(召見)하시는 것이 매우 드뭅니다. 나라를 잘 다스린 옛 임금은 혹 말의 조리를 시험하거나 혹 그 때문에 불러서 만난 일이 자주 있었습니다. 더구나 위급한 이때를 당하여 백성의 고달픔이 심하니, 물을 만한 정령(政令)과 물을 만한 폐단이 어찌 한정이 있겠습니까. 새로 부임하는 관원에게 하문하셔야 할 뿐더러 공무 때문에 온 자도 불러들여 부지런히 묻는 것이 칠사(七事)의 겉치레에 응하는 것과 같지 않고, 쾌히 채택하고 시행하여 해조(該曹)가 막지 않게 하면, 사람마다 그 생각하는 바를 다 말하고 먼 외방의 백성이 그 바라는 바를 다 얻게 될 것입니다. 바라옵건대 전하께서는 사람이 미천하다 하여 경시하지 말고 외방의 관원이라 하여 소원하지 말며 편전에 자주 나아가 특별히 안색을 보이소서.
예전 한 영제(漢靈帝) 때에 천지와 조종의 제례(祭禮)를 오랫동안 친히 거행하지 않자 채옹(蔡邕)이 봉사(封事)를 올렸습니다. 그 대략에 ‘대저 오교(五郊)064) 에서 신기(神氣)를 맞이하는 것은 황제의 큰 사업이고 조종께서 공경히 받드신 바인데, 번국(藩國)에 상(喪)이 있고 궁내에 출산이 있다는 이유로 유사(有司)가 그만두고 거행하지 않아 예경(禮敬)의 큰 것을 잊고 금기(禁忌)의 글을 핑계삼아 큰 전례(典禮)를 손상하였습니다. 이제부터 재계(齋戒)하는 제도는 옛 전례대로 해야 하겠습니다.’ 하였습니다. 대저 종묘의 예는 나라의 큰일이고 신주를 고쳐 쓰는 것도 변례(變禮) 중 큰 것입니다. 올 가을에 영녕전(永寧殿)의 신주를 고쳐 쓴 것이 두 위(位)인데 전하께서 이미 그 예를 친히 거행하지 못하셨고 또 전알(展謁)도 거행하지 않으셨습니다. 이것은 변례이므로 《오례의(五禮儀)》에 명백히 실려 있지 않더라도, 예관(禮官)으로서는 강구하여 여쭈어 거행해야 할 것인데 아예 유의하지 않았으니, 이것이 어찌 전례의 흠이 아니겠습니까. 전하께서 조상을 받들어 효도를 하는 뜻이 지극하지 않은 것이 아니나, 일을 함에 있어서 잘못을 면치 못함이 이러하십니다. 바라옵건대, 전하께서는 삼가 생각을 고쳐 종묘의 예를 존중하소서.
임금은 백성을 하늘로 여기고 나라는 백성을 근본으로 삼는 것인데, 그 백성을 잃는다면 어떻게 나라가 되겠습니까. 전하께서 즉위하신 지 이제 15년이 되었습니다. 무릇 백성을 편안하게 할 방도는 강구하여 행하지 않은 것이 없으나 국가가 불행하여 변란이 잇달고, 게다가 시행하는 방법이 마땅하지 못하여 백성이 회복하지 못한 것이 마치 종기가 몸 속에서 잠식하는 듯한데 이번의 큰 변란이 또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양남(兩南)은 온전하였으나 동요한 것은 마찬가지이니, 물건을 가져가고 보내는 비용은 어떠하였으며 사람이 죽은 슬픔은 어떠하였습니까. 더구나 옮겨 배정한 부역으로 거듭 치우치게 침탈하는 소요를 당하였는데, 전에 세공(歲貢)을 바치는 것은 그 3분의 1을 감면하였으나 병자년065) 조(條)는 이미 바친 고을이 자못 많고 정축년066) 조는 또 예전대로 회복되었습니다. 감면하였다 하더라도 감면한 것은 이미 지난 것이고, 새로 큰 변란을 겪은 지 1년도 못 되어 부역을 요구하는 것이 평시와 한결같으니, 이러하고도 백성이 은혜 입기를 바라고 백성의 원망이 없기를 바라기는 또한 어렵지 않겠습니까. 청나라도 우리가 탕진한 것을 생각하여 세폐(歲幣)의 시기를 잠시 두어 해 늦추어 주었는데, 우리가 백성에게 요구하는 것은 이처럼 급하니, 피폐한 백성이 날로 더욱 피폐하고 비방이 날로 더욱 심해가는 것은 괴이할 것도 없습니다. 게다가 소 역병의 재앙은 팔도가 다 같아서 가을갈이를 못 하였으니, 봄농사를 알 만합니다. 혹 사람이 대신 갈더라도 남은 힘이 이미 다하였고 철이 이미 늦었으니, 논밭을 갈아 일군 것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올해에는 여물더라도 앞으로 이어갈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때에 변괴가 갖가지로 나타나고 거짓말과 요사한 말이 일어나 못하는 소리가 없으므로, 백성은 굳은 뜻이 없어 짐을 꾸려 떠나려고 합니다.
아아, 지금이 참으로 어떤 때인데 중외에서 하는 것은 오히려 구습을 따라 겉치레만 하고 있으니, 구습을 고쳐 새로워지기를 꾀하는 데에 대해서는 이미 말할 거리도 못되지만 눈앞의 급한 것을 구제하는 것도 속수무책입니다. 제향(祭享)과 어공(御供)을 이미 절감하였으면 그 나머지는 다시 어려울 것이 없을 것인데, 구습이 이미 깊은 병폐가 되고 사사로운 뜻이 횡행하여 고쳐야 할 것을 오히려 죄다 고치지 못하고 줄여야 할 것을 오히려 죄다 줄이지 못하여 선조(宣祖) 임진년 이후로 늘 행하던 일도 오히려 죄다 거행하지 못하니, 백성이 어찌 곤궁하지 않겠으며 나라가 어찌 위태하지 않겠습니까. 유사(有司)로서는 나라를 제 집처럼 근심하고 밤낮으로 생각하여, 제향에 관계되더라도 백성의 폐해를 덜 수만 있으면 반드시 공가(公家)에서 장만하여 쓰고, 항공(恒貢)에 관계되더라도 백성의 힘을 펴게 할 수만 있으면 항식(恒式)대로 맞추어 받지 말며, 전세(田稅)를 거두는 것으로 말하면 올가을에는 이미 늦었지만 반드시 내년 봄부터 그 받아 들이는 것을 줄여서 차라리 맥도(貊道)067) 가 될지언정 원망을 듣는 일을 아주 없애어, 마치 자모(慈母)가 어린아이를 젖먹이듯이 하고 양의(良醫)가 큰 병을 고치듯이 해야 할 것입니다. 반드시 서너 해 동안 이렇게 하면 마지못하여 백성에게 부과하는 것이 있더라도 백성이 반드시 은혜를 알아서 원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바라옵건대, 전하께서는 강구하여 반드시 거행해서 백성을 소생시키소서.
상벌(賞罰)은 임금의 큰 권세입니다. 예로부터 나라를 다스리는 요체를 말할 때 반드시 신상필벌(信賞必罰)이라 하였으니, 상벌이 명백하지 않으면 성인일지라도 다스릴 수 없을 것입니다. 작상(爵賞)은 임금의 비와 이슬 같은 은혜이고 형벌은 임금의 천둥과 벼락 같은 위엄이니, 때를 맞추지 않아서는 안 되는 것이 명백합니다. 지금으로 말하면 작상이 외람된 것은 본디 이미 근심스러운데 군공(軍功)까지도 아직 죄다 살피지 못하여 절의(節義)를 지키다가 죽은 신하를 정표(旌表)하는 것이 오래 지체되었습니다. 큰 형벌로 말하면 천연의 요새지인 강도(江都)가 함몰된 것은 사람들이 모두 분하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당초 합계(合啓)가 시작된 지 오래되었는데도 김경징(金景徵)을 곧 처형하지 않다가 한 해가 거의 다 되어서야 비로소 사사(賜死)하였습니다. 작은 형벌로 말하면 호종(扈從)에 뒤진 사람 가운데에도 사대부가 모두 억울하게 여기는 자가 있는데 해조(該曹)가 재차 살필 때에도 우연히 살피지 못하였습니다. 이것으로 미루어 보면 죄받은 사람 가운데에 억울한 마음을 품은 자가 반드시 많을 것이니, 상벌이 모두 잘못되었다 하겠습니다. 이러하기 때문에 상주어도 권장이 되지 못하고 벌주어도 징계가 되지 못하니, 또한 매우 아깝지 않습니까. 또 예전에 사람을 죽이는 데에는 반드시 그 시기가 있어서, 반역을 하거나 군율을 어긴 것이 아니면 봄·여름철에 처형한 적이 없었는데, 지금은 사람을 죽이는 데에는 다시 이런 일이 없으니, 이것도 천시(天時)를 따르는 방도가 아닙니다. 바라옵건대, 전하께서는 큰 권세를 삼가 써서 그 시기를 잃지 마소서."
하니, 답하기를,
"차자에 아뢴 일은 모두가 바르고 지극한 말이니, 감히 두렵게 생각하여 시행하지 않겠는가."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5책 35권 26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705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과학-천기(天氣) / 왕실-경연(經筵) / 왕실-국왕(國王) / 재정-전세(田稅) / 재정-진상(進上) / 인사-관리(管理)
- [註 064]오교(五郊) : 다섯 근교, 곧 동교(東郊)·남교(南郊)·중교(中郊)·서교(西郊)·북교(北郊). 황제가 입춘(立春)에는 동교에서 청제 구망(靑帝句芒)을, 입하(立夏)에는 남교에서 적제 축융(赤帝祝融)을, 입추(立秋) 전 18일에는 중교에서 황제 후토(黃帝后土)를, 입추에는 서교에서 백제 욕수(白帝辱收)를, 입동(立冬)에는 북교에서 흑제 현명(黑帝玄冥)을 제사한다. 《후한서(後漢書)》 권2(卷二) 명제기(明帝紀).
- [註 065]
병자년 : 1636 인조 14년.- [註 066]
정축년 : 1637 인조 15.- [註 067]
맥도(貊道) : 맥의 방도. 맥은 중국 북방에 있던 미개한 나라의 이름. 맥의 방도란 생산의 20분의 1을 세로 거두는 것. 백규(白圭)가 말하기를 "나는 20분의 1을 받으려 하는데 어떻겠습니까?" 하니, 맹자가 말하기를 "그대가 말하는 것은 맥의 방도입니다. 맥에는 오곡이 나지 않고 기장만이 나며 성곽(城郭)·궁실(宮室)과 종묘에 제사하는 예도 없고 제후(諸侯)의 폐백(幣帛)·옹손(饗飱)도 없고 백관의 직무도 없으므로 20분의 1을 받아도 넉넉하나, 지금 중국에서 살면서 인륜을 버리고 관원을 없앴다면 어찌 옳겠습니까?" 하였다. 《맹자(孟子)》 고자하(告子下).國家之喪亂, 旣云極矣。 惟天汔可悔禍, 而變異之生, 愈往愈甚。 天災之可畏, 地變之可怪, 人妖之可愕者, 沓至而疊出, 近又流星、火氣示警未已, 而去夜之甚雨大風, 亦非偶然者也。上年雷電、風雨之作, 多出於夜間, 識者固憂其倉卒之變矣。今者又何不幸而近之也, 斯又可懼之甚者也。 祈天永命, 判於是; 終底滅亡, 判於是。 惟殿下一心之敬怠, 而興亡係焉, 嗚呼! 殿下其敢不勉? 天旣大警動我殿下, 而殿下若或無以大警動乎? 天心則其亦已矣, 昔者雖季世之主, 如遇災異, 則必勑群下, 使各盡言其過失。 斯雖末節, 亦是恐懼之意。 況果能聞其過而改之, 取其善而用之, 則其於修省之道, 豈少補哉? 今殿下則不然, 開筵之際, 雖有進言者, 而未聞酬酢之如響。 此豈開心見誠, 導之使言, 從善如不及之意乎? 休論他事, 此一事已爲殿下之過矣。 人臣之進言於君上者, 雖尋常說話, 莫不預思於心中, 惶恐而冒達, 然其所欲達者, 尙有所不敢盡達。 是以古之好諫之君, 必假之以和顔, 優之以溫言, 眷眷焉惟恐下情之不通,雖狂妄而不之罪, 雖過激而不之怒, 勉勉焉惟恐直言之不得聞也。 伏願殿下, 克恢大度, 務盡誠意, 毌憚於改過, 毋咈於從諫, 毌以芻蕘而不擇, 毌以猥妄而峻斥, 可用則用之, 不可用則置之, 必以通一國之志, 來衆人之善爲急焉。 納諫, 雖主於寬假, 聞言, 亦在於頻接。 比來數御經筵, 誠爲幸甚, 而外官之辭朝者, 召見絶罕。 古之治國之主, 或試以詞理, 或爲之引接者, 比比有之。 況當此危急之日, 民之困悴極矣。 政令之可訪者非一, 弊瘼之可詢者何限? 非但新赴之官, 可賜之淸問, 因公幹來者, 亦爲召入。 咨訪之勤, 無若七事之應文; 採施之快, 不爲該曹之防塞, 則人人皆盡其所懷, 而遐外之元元, 皆得其所願矣。 伏願殿下, 勿以人微而輕之, 勿以外官而踈之, 數御便殿, 特賜顔色焉。 昔在漢 靈之世, 久不親郊廟之禮, 蔡邕上封事。 其略曰: "夫迎氣五郊, 皆帝者之大業, 祖宗之所祇奉也, 而有司數以藩國踈喪, 宮內産生, 廢(闕)〔閣〕 不行, 忘禮敬之大, 任禁忌之書, 以虧大典。 自古齊制, 宜如故典。" 夫宗廟之禮, 國之大事,而改題主, 又變禮之大者也。 今秋永寧殿改題主者二位, 而殿下旣不得親行其禮, 又不行展謁。 此禮之變者, 雖於《五禮儀》, 無所明載, 爲禮官者, 所當講定而稟行者也, 而曾不以爲意, 此豈非典禮之虧缺者乎? 殿下奉先思孝之意, 非不至矣, 而行事之際, 未免有欠闕者如此。 伏願殿下, 惕然改圖, 以重廟禮焉。 君, 以民爲天; 國, 以民爲本。 苟失其民, 何以爲國乎? 殿下卽位以來, 十五年于玆矣。 凡所以安民者, 靡不講行, 而國家不幸, 變亂相仍, 重以設施之方, 未得其宜, 民生之未復, 如內癰之潛鑠, 今番大亂, 又至十分地頭。 兩南雖全, 其動則一也。 齎送之費如何, 死亡之慘如何? 況復移定之後, 偏被侵擾, 往者歲貢之入, 減其三分之一, 而丙子條則已捧之邑頗多, 丁丑條則又復依舊矣。 雖曰減除, 所減者旣往也, 新經大亂, 曾未一年, 而責其賦役, 一如平日。 若是而冀民蒙惠, 望民無怨, 不亦難乎?淸國亦念我之蕩然, 歲弊之期, 姑寬數年, 而我之所以責民, 如此其急, 則殘氓之日凋, 謗讟之日甚, 無足怪也。 從而牛疫之災, 八路同然, 秋耕已廢, 春事可知。 雖或以人代耕,餘力已盡, 時節已闌, 南畝西疇, 耕墾者幾何? 今歲雖稔, 將無以繼矣。 至於此際, 變怪百出, 興訛鼓妖, 無所不至, 民無固志, 荷擔而立。 噫! 此誠何時, 而中外之所作爲者, 尙未免文具之因循? 其於革舊圖新, 已不足言, 而救目前之急, 亦無以爲矣。 祭享及御供, 旣爲之裁減, 則其餘無復有難者, 而習尙已痼, 私意橫流, 宜革者猶未盡革, 宜減者猶未盡減, 宣祖朝壬辰以後, 所常行之事, 猶未盡擧而行之, 民安得不困, 國安得不危? 爲有司者, 所當憂國如家,日夜思度, 雖係祭享, 苟可以除民弊, 則必自公家備用, 雖係恒貢, 苟可以紓民力, 則勿以常式而準之。 至於田稅之收,今秋則雖已無及, 須自明春, 減省其所納, 寧爲貊道之歸,切無斂怨之擧, 如慈母之乳赤子, 若良醫之救大病, 期以三四年, 則雖有不得已而賦於民者, 民必知惠, 而不以爲怨矣。 伏願殿下, 講而必行, 以蘇邦本焉。 賞罰者, 人主之大柄。 自古言治國之要, 必曰信賞必罰。 賞不信、罰不必, 雖聖人, 亦無以爲治矣。 爵賞者, 人主之雨露也; 刑罰者, 人主之雷霆也。 其不可以不時也明矣。 以今言之, 爵賞之濫, 固已可憂, 而至於軍功, 尙未盡査, 節死之臣, 旌表久稽。 以刑之大者, 則江都天塹之陷, 人所共憤。 當初合啓之發, 亦非不久, 而金慶徵則不卽行誅, 一年將盡, 始賜其死。 以罰之小者, 則扈從落後之中, 尙有士夫之所共冤者, 而該曹再査, 偶失審察。 以此推之, 被罪之人, 抱冤者必多, 可謂刑賞俱失矣。 惟其如是, 故賞不足以爲勸, 刑不足以爲懲, 不亦可惜之甚乎? 且夫古之戮人, 必有其時。 自非犯逆、失律, 則春夏之月, 未嘗行刑, 而今之戮人, 無復是事, 此亦非所以順天時也。 伏願殿下, 謹用大柄, 無失其時焉。
答曰: "箚陳之事, 無非格言至論, 敢不惕念, 而施行哉?"
- 【태백산사고본】 35책 35권 26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705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과학-천기(天氣) / 왕실-경연(經筵) / 왕실-국왕(國王) / 재정-전세(田稅) / 재정-진상(進上) / 인사-관리(管理)
- [註 0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