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한의 졸기
청나라 사람이 홍익한(洪翼漢)을 죽였다.
홍익한은 일찍이 장령이 되어 노사(虜使)를 베어 대의를 밝히자고 상소하였다. 이때 청나라 군병이 침입하여 서울을 떠나는 날 묘당에서 건의하여 홍익한을 평양 서윤으로 차출하여 속히 부임하게 하였다. 오달제(吳達濟)와 윤집(尹集)이 잡혀가게 되자 조정에서 평안 도사에게 홍익한을 함거에 실어 함께 노진(虜陣)에 보내게 하였는데, 심양에 들어가 마침내 해를 당하였다. 죽을 때 지필을 구하여 글을 지어 그 뜻을 말하고 노인(虜人)을 꾸짖었는데, 그 글은 다음과 같다.
"대명 조선국의 잡혀온 신하 홍익한이 화친을 배척한 뜻을 역역히 진달할 수 있으나, 다만 언어를 서로 알아듣지 못하므로 감히 글로써 밝힌다. 무릇 사해의 안이 모두 형제는 될 수 있으나 천하에 아버지가 둘인 자식은 없다. 조선은 본래 예의를 숭상하고 간신(諫臣)은 오직 직절(直截)로 기풍을 삼는다. 그러므로 지난해 봄에 마침 언책(言責)의 임무를 부여받고, 금(金)나라가 맹약를 어기고 황제라 칭한다는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만일 과연 맹약을 어겼다면 이는 패역한 형제이며 만일 과연 황제라 칭했다면 이는 두 천자가 있는 것이다. 한 집안에 어찌 패역한 형제가 있을 수 있으며, 천지간에 어찌 두 천자가 있을 수 있겠는가. 더구나 금나라는 조선과 새로운 교린(交隣)의 조약이 있는데 먼저 배반하였고 명나라는 조선에 옛부터 돌보아준 은혜가 있어 깊이 맺어졌다. 그런데 감히 맺어진 큰 은혜를 망각하고 먼저 배반한 헛된 조약을 지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고 의리에도 부당하다.’고 여겼다. 그러므로 맨 먼저 이 논의를 주장하여 예의를 지키려고 한 것이다. 이는 신하의 직분일 뿐이다. 어찌 다른 뜻이 있겠는가. 다만 신자의 분의는 충과 효를 다할 뿐인데, 위로는 임금과 어버이가 있으나 모두 보호하여 안전하게 하지 못하였고 왕세자와 대군을 포로가 되게 하였으며, 노모의 생사도 알지 못한다. 진실로 쓸데없는 상소 한장을 올림으로써 가정과 나라에 패망을 초래하였으니, 충효의 도리로 헤아려 보면 비로 쓸어버린 듯이 없어진 것이다. 나의 죄를 스스로 생각해 보아도 죽어야 하고 용서될 수 없다. 비록 만번을 도륙당한다 할지라도 진실로 달게 받을 뿐, 이 밖에 다시 할 말은 없다. 오직 속히 죽여주기를 바랄 뿐이다."
- 【태백산사고본】 34책 34권 33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678면
- 【분류】인물(人物) / 외교-야(野)
○甲辰/淸人殺洪翼漢。 翼漢曾爲掌令, 上疏請斬虜使, 以明大義。 至是, 淸兵入寇, 去邠之日, 廟堂建議以翼漢差平壤庶尹, 促行赴任。 及吳達濟、尹集被執而去也, 朝廷令平安都事, 械繫翼漢, 竝送于虜陣, 入瀋陽, 遂被害。 臨死, 索筆爲文, 言其志, 以責虜人。 其文曰:
大明朝鮮國纍臣洪翼漢, 斥和事意, 歷歷可陳, 而但語音不相慣曉, 敢以文字控白。 夫四海之內, 皆可爲兄弟, 而天下無兩父之子矣。 朝鮮本以禮義相尙, 諫臣唯以直截爲風, 故上年春, 適授言責之任, 聞金國將渝盟稱帝, 心以爲: "若果渝盟, 則是悖兄弟也; 若果稱帝, 則是二天子也。 門庭之內, 寧有悖兄弟哉; 覆載之間, 寧有二天子哉? 況金國之於朝鮮, 新有交隣之約, 而先背之; 大明之於朝鮮, 舊有字小之恩, 而深結之, 則忘深結之大恩, 守先背之空約, 於理甚不近, 於義甚不當, 故首建此議, 欲守禮義者, 是臣職耳, 豈有他哉? 但臣子分義, 當盡忠孝而已。 上有君親, 俱不得扶護而安全之, 王世子、大君, 皆爲俘, 老母存歿, 亦不知。 良由一疏之浪陳, 以致家國之禍敗, 揆諸忠孝之道, 掃地蔑蔑矣。 自究乃罪, 可殺罔赦, 雖萬被誅戮, 實爲甘心。 此外更無所言, 惟願速死惟願速死云。
- 【태백산사고본】 34책 34권 33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67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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