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직 등이 김경징 등의 극형을 청하는 차자를 올렸으나 윤허하지 않다
대사헌 한여직, 대사간 김수현, 집의 채유후가 차자를 올리기를,
"신들이 삼가 김경징 등에게 사형을 감하여 조율하라는 분부를 들었습니다. 모르겠습니다마는 전하께서는 무슨 용서할 만한 도리가 있다고 그들의 사형을 용서하십니까. 혹시 이 사람들의 죄상을 몰라서 그러시는 것입니까? 죽일 만한 죄가 있는데도 죽이지 못하시는 것입니까?
김경징은 비록 그의 검찰(檢察)하는 임무가 적을 방어하는 일과 관계는 없다 하더라도, 종묘 사직의 신주와 빈궁(嬪宮)·원손(元孫)이 모두 병화(兵禍) 중에 빠져 있는데도 일찍이 털끝만큼도 돌보며 염려하는 뜻이 없이 배를 타고 도망하느라 겨를이 없었으니, 원손이 다행스럽게 모면한 것은 하늘이 실로 도운 것입니다. 그렇다면 김경징의 죄는 여러 장수들이 군율(軍律)에 저촉된 것과 비교하여 조금도 차등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민구(李敏求)가 도망한 것 역시 김경징과 원래 차이가 없습니다. 장신(張紳)의 경우는 강도 유수로서 자신이 주사(舟師)를 총괄하고 있으면서도 천연의 요새를 잘 수비하지 못하였습니다. 적의 보병 수십 명이 두 개의 작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데도 방어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이 배를 타고 도망하면서 남보다 뒤떨어질까만 염려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국가로 하여금 부득이한 조처를 취하게 하였는가 하면, 사대부와 백성과 부녀자들이 베임을 당해 죽고 넘어져 죽고 줄지어 포로로 잡혀가게 하였으며, 10년 동안 국가가 저축한 것을 하루 아침에 다 없어지게 하여 장차 나라를 어떻게 할 수 없게 만들었으니, 이것이 누구의 죄입니까.
만약 극형으로 복주(伏誅)시키는 법을 시행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종묘 사직의 영혼을 위로하며 귀신과 사람의 분노를 풀겠습니까. 신들이 즉시 합계(合啓)하려고 하였으나 간원 성상소(諫院城上所)가 유고(有故)이기에 감히 소차(小箚)로 진달하니, 삼가 원하건대 전하께서는 시원하게 결단을 내리시어 속히 율대로 죄를 정하도록 명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김경징이 거느린 군사는 매우 적었고, 장신은 조수(潮水)가 물러감으로 인하여 배를 통제할 수 없었다고 한다. 율대로 처치하는 것은 혹 과할 듯싶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4책 34권 29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676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사법-탄핵(彈劾) / 군사-전쟁(戰爭) / 외교-야(野)
臣等伏聞金慶徵等減死照律之敎。 竊不知殿下, 有何可恕之道, 而貸其死乎? 或不知此人罪狀而然耶? 雖有可殺之罪, 而不能殺耶? 金慶徵, 雖曰檢察之任, 不關於禦敵, 然廟社主、嬪宮、元孫, 俱陷於兵塵, 而曾無一毫顧念之意, 乘船逃走之不暇, 則元孫之幸免, 天實佑之。 然則慶徵之罪, 比之諸將之失律, 少無差等。 李敏求之逃走, 亦與慶徵, 元無異同, 而至於張紳, 則留守江都, 身摠舟師, 以天塹之地, 不能守禦。 步賊數十, 乘二箇小船渡江, 而無一人防禁者, 乘船而走, 惟恐或後, 終致國家有不得已之擧。 士大夫、人民、婦女, 斬死踣斃, 係累顚連, 十年國儲, 一朝俱盡, 將不能爲國, 是誰之罪乎? 若不施誅殛之典, 則其何以慰廟社之靈, 洩神人之憤乎? 臣等卽欲合啓, 而諫院城上所有故, 敢陳小箚。 伏願殿下, 廓揮乾斷, 亟命依律定罪。
答曰: "金慶徵, 所領軍兵甚少, 張紳, 因潮退不能制船云, 依律處置, 似或過矣。"
- 【태백산사고본】 34책 34권 29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676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사법-탄핵(彈劾) / 군사-전쟁(戰爭) / 외교-야(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