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 참판 정온과 예조 판서 김상헌이 자결 시도와 사론
이조 참판 정온이 입으로 한 편의 절구(絶句)를 읊기를,
사방에서 들려오는 대포 소리 천둥과 같은데
외로운 성 깨뜨리니 군사들 기세 흉흉하네
늙은 신하만은 담소하며 듣고서
모사에다 견주어 조용하다고 하네
하고, 또 읊기를,
외부에는 충성을 다하는 군사가 끊겼고
조정에는 나라를 파는 간흉이 많도다
늙은 신하 무엇을 일삼으랴
허리에는 서릿발 같은 칼을 찼도다
하고, 또 의대(衣帶)에 맹서하는 글을 짓기를,
군주의 치욕 극에 달했는데
신하의 죽음 어찌 더디나
이익을 버리고 의리를 취하려면
지금이 바로 그 때로다
대가(大駕)를 따라가 항복하는 것
나는 실로 부끄럽게 여긴다
한 자루의 칼이 인을 이루나니
죽음 보기를 고향에 돌아가듯
하고, 인하여 차고 있던 칼을 빼어 스스로 배를 찔렀는데, 중상만 입고 죽지는 않았다. 예조 판서 김상헌도 여러 날 동안 음식을 끊고 있다가 이때에 이르러 스스로 목을 매었는데, 자손들이 구조하여 죽지 않았다. 이를 듣고 놀라며 탄식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
사신은 논한다. 강상(綱常)과 절의(節義)가 이 두 사람 덕분에 일으켜 세워졌다. 그런데 이를 꺼린 자들은 임금을 버리고 나라를 배반했다고 지목하였으니, 어찌 하늘이 내려다 보지 않겠는가.
- 【태백산사고본】 34책 34권 21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672면
- 【분류】군사-전쟁(戰爭) / 외교-야(野) / 역사-편사(編史) / 인물(人物)
○吏曹參判鄭蘊口號一絶曰: "砲聲四發如雷震, 衝破孤城士氣恟。 唯有老臣談笑聽, 擬將茅舍號從容。" 又曰: "外絶勤王帥, 朝多賣國兇。 老臣何所事, 腰下佩霜鋒。" 又作衣帶誓辭曰: "主辱已極, 臣死何遲? 舍魚取熊, 此正其時。 陪輦投降, 余實恥之。 一劍得仁, 視之如歸。" 因拔所佩刀, 自刺其腹, 殊而不絶。 禮曹判書金尙憲, 亦累日絶食, 至是自縊, 爲子所救解, 得不死, 聞者莫不驚歎。
【史臣曰: "綱常節義, 賴此二人而扶植。 忌之者, 以棄君負國目之, 其無天哉?"】
- 【태백산사고본】 34책 34권 21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67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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