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약속을 확인하려는 국서
이홍주·김신국·최명길을 보내 글을 받들고 오랑캐 진영에 가게 하였다. 그 글에,
"조선 국왕 신 성휘(姓諱)는 삼가 대청국 관온 인성 황제 폐하께 글을 올립니다. 신이 이달 20 일에 성지(聖旨)를 받들건대 ‘지금 그대가 외로운 성을 고달프게 지키며 짐이 절실히 책망하는 조서(詔書)를 보고 바야흐로 죄를 뉘우칠 줄 아니, 짐이 넓은 도량을 베풀어 그대가 스스로 새로워지도록 허락하고, 그대가 성에서 나와 짐을 대면하도록 명한다. 이는 한편으로는 그대가 진심으로 기뻐하며 복종하는지 확인하는 것이며, 한편으로는 그대에게 은혜를 베풀고 그대의 나라를 회복시켜줌으로써 회군한 뒤에 천하에 인애와 신의를 보이려고 함이다. 짐이 바야흐로 하늘의 돌보심을 받들어 사방을 어루만져 안정시키니, 그대의 지난날의 잘못을 용서함으로써 남조(南朝)의 본보기를 삼으려 한다. 만약 간사하게 속이는 계책으로 그대를 취한다면 천하가 크기도 한데 모두 간사하게 속여서 취할 수 있겠는가. 이는 와서 귀순하려는 길을 스스로 끊는 것이다.’고 하였습니다.
신은 성지를 받들고서부터 천지처럼 포용하고 덮어 주는 큰 덕에 더욱 감격하여 귀순하려는 마음이 가슴 속에 더욱 간절하였습니다. 그러나 신 자신을 살펴보건대 죄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기에, 폐하의 은혜와 신의가 분명하게 드러남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조서를 내림에 황천(皇天)이 내려다 보는 듯하여 두려운 마음을 품은 채 여러 날 머뭇거리느라 앉아서 회피하고 게을리하는 죄만 쌓게 되었습니다. 이제 듣건대 폐하께서 곧 돌아가실 것이라 하는데, 만약 일찍 스스로 나아가서 용광(龍光)을 우러러 뵙지 않는다면, 조그마한 정성도 펼 수 없게 될 것이니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다만 생각하건대 신이 바야흐로 3백 년 동안 지켜온 종사(宗社)와 수천 리의 생령(生靈)을 폐하에게 우러러 의탁하게 되었으니 정리(情理)상 실로 애처로운 점이 있습니다. 만약 혹시라도 일이 어긋난다면 차라리 칼로 자결하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삼가 원하건대 성자(聖慈)께서는 진심에서 나오는 정성을 굽어 살피시어 조지(詔旨)를 분명하게 내려 신이 안심하고 귀순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소서."
하였는데, 마부대가 글을 받고 말하기를,
"황제에게 품하여 날짜를 정해서 통보하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4책 34권 19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671면
- 【분류】군사-전쟁(戰爭) / 외교-야(野)
朝鮮國王臣姓諱, 謹上書于大淸國寬溫仁聖皇帝陛下。 臣於本月二十日, 欽奉聖旨: "今爾困守孤城, 見朕手詔切責, 方知悔罪。 朕開宏度, 許爾自新, 命爾出城面朕前, 一則見爾誠心悅服; 一則樹恩於爾, 復以(全)〔主〕 國, 旋師後示仁信於天下耳。 朕方承天眷, 撫定四方, 正欲赦爾前愆, 以爲南朝標榜。 若以詭計取爾, 天下之大, 能盡譎詐取之乎? 是, 自絶來歸之路矣。" 臣自承聖旨, 益感天地容覆之大德, 歸附之心, 益切于中。 而循省臣身, 罪積丘山, 非不知陛下恩信明著, 絲綸之降, 皇天是臨, 猶懷惶怖, 累日徘徊, 坐積逋慢之誅。 今聞陛下旋駕有日, 若不早自趨詣, 仰觀龍光, 則微誠莫伸, 追悔何及? 第惟臣方以三百年宗社, 數千里生靈, 仰托於陛下, 情理誠爲可矜。 若或事有參差, 不如引劍自裁之爲愈矣。 伏願聖慈, 俯鑑血忱, 明降詔旨, 以開臣安心歸命之路。
馬 胡受書曰: "當稟皇帝, 定日以報耳。"
- 【태백산사고본】 34책 34권 19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671면
- 【분류】군사-전쟁(戰爭) / 외교-야(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