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캐가 답서를 보내어 화친을 배격한 신하를 묶어 보내라 하다
이홍주(李弘胄) 등을 보내 지난번의 국서를 가지고 오랑캐 진영에 가도록 하였는데, 답서를 받아 가지고 돌아 왔다. 그 글에,
"그대가 하늘의 명을 어기고 맹세를 배반하였기에 짐이 매우 노엽게 여겨 군사를 거느리고 정벌하러 왔으니 뜻이 용서하는 데 있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그대가 외로운 성을 고달프게 지키며 짐이 직접 준절하게 책망한 조서(詔書)를 보고 바야흐로 죄를 뉘우칠 줄 알아 여러 번 글을 올려 면하기를 원했으므로, 짐이 넓은 도량을 베풀어 스스로 새로워지기를 허락하는 바이다. 하지만 이는 힘으로 공격해서 취할 수 없거나 형세상 에워쌀 수 없어서가 아니라 불러서 오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 성은 공격하기만 하면 진실로 함락시킬 수 있다.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그대의 꼴과 식량을 군사와 말이 다 먹도록 해서 저절로 곤궁하게 하면 또한 함락시킬 수 있다. 이처럼 보잘것 없는 성을 함락시킬 수 없다면 장차 어떻게 유연(幽燕)을 함락시키겠는가.
그대에게 성을 나와 짐과 대면하기를 명하는 것은, 첫째로는 그대가 진심으로 기뻐하며 복종하는지를 보려 함이며, 둘째로는 그대에게 은혜를 베풀어 나라를 온전하게 회복시켜 줌으로써 천하에 인자함과 신의를 보이려 함이다. 꾀로 그대를 유인하려는 짓은 하지 않는다. 짐은 바야흐로 하늘의 도움을 받아 사방을 평정하고 있으니, 그대의 지난날의 잘못을 용서하여 줌으로써 남조(南朝)에 본보기를 보이려고 하는 것이다. 만약 간사하게 속이는 계책으로 그대를 취한다고 하더라도 이 큰 천하를 어떻게 모두 간사하게 속여서 취할 수 있겠는가. 이는 와서 귀순하려는 길을 스스로 끊는 것이니, 진실로 지혜로운 자나 어리석은 자를 막론하고 다 아는 일이다. 그대가 만약 날짜를 미루고 나오지 않는다면, 지방이 유린되고 꼴과 식량이 모두 떨어져 생령이 도탄에 허덕이고 재해와 고통이 날마다 더할 것이니, 진실로 잠시도 늦출 수 없는 일이다.
맹서를 어기도록 앞장 서서 모의한 그대의 신하에 대해 짐이 처음에는 모두 죽인 뒤에야 그만 두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지금 그대가 정말로 성에서 나와 귀순하려거든 먼저 앞장 서서 모의한 신하 2, 3명을 묶어 보내도록 하라. 짐이 효시(梟示)하여 후인을 경계시키겠다. 짐이 서쪽으로 정벌하려는 큰 계책을 그르치게 하고 백성을 수화(水火)에 빠뜨린 자가 이들이 아니고 누구이겠는가. 만약 앞장 서서 모의한 자를 미리 보내지 않더라도 그대가 이미 귀순한 뒤에 비로소 찾아 내는 짓은 짐이 하지 않겠다. 그러나 그대가 만약 나오지 않으면 아무리 간절하게 빌고 청하더라도 짐은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 특별히 유시한다."
하였다. 상이 하문하기를,
"오늘 저들의 말이 어떠하였는가?"
하니, 최명길이 아뢰기를,
"용골대와 마부대가 말하기를 ‘처음에는 정말로 조금도 호의를 가지지 않았는데, 그대 나라가 한결같이 사죄하였기 때문에 황제께서 지난날의 노여움을 모두 푼 것이다. 지금 만일 성에서 나오려거든 먼저 앞장 서서 화친을 배척한 1, 2명을 잡아 보내라. 이와 같이 한다면 내일 포위를 풀고 떠나겠다. 그렇지 않으면 성에서 나온 뒤에 또 한 번 다투는 단서가 될 것이다.’ 하였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화친을 배척한 신하를 어찌 차마 묶어서 보내겠는가?"
하니, 김류가 아뢰기를,
"우리 나라가 남조(南朝)에 복종하여 섬겨 온 지 이미 오래되었기 때문에 배신할 수 없다고 한 몇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오늘부터 대국(大國)을 섬긴다면 그들도 오늘날 남조를 배반하지 않는 것처럼 뒷날 대국을 배반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으로 말을 해야 할 것입니다."
하고, 최명길이 아뢰기를,
"조약(條約)을 강정(講定)하면서 그들의 답변을 살펴 보아야 하겠습니다."
하자, 상이 이르기를,
"경들은 다만 답서를 지어내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4책 34권 11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667면
- 【분류】군사-전쟁(戰爭) / 외교-야(野)
○遣李弘冑等, 持前書如虜營, 受其答書而還。 其書曰:
爾違天背盟, 朕赫斯怒, 統兵來征, 志在不赦。 今爾困守孤城, 見朕手詔切責, 方知悔罪, 屢屢上書求免。 朕開宏度, 許以自新者, 非力不能攻取, 勢不能圜圍, 招之使來也。 此城, 攻固可得, 不然, 因爾芻糧, 食兵秣馬, 令自窮困, 亦可得。 似此蕞爾小城, 旣不能取, 將何以下幽燕哉? 命爾出城面朕者, 一則見爾誠心悅服, 二則樹恩於爾, 復以全國, 示仁信於天下耳。 若以計誘, 則朕方承天眷, 撫定四方, 欲赦爾前愆, 以爲南朝標榜。 若以詭計取爾, 天下之大, 能盡譎詐取之乎? 是自絶來歸之路矣, 斯固無智愚之所共識者也。 爾若猶豫不出, 則地方蹂躪, 芻糧罄盡, 生靈塗炭, 災苦日增, 誠不容時刻緩者也。 爾首謀敗盟之臣, 朕初意欲盡戮之而後已, 今爾果能出城歸命, 可先縛送首謀二三臣。 朕當梟示, 以警後人。 誤朕西征大計, 陷生靈於水火之中者, 非此人而誰歟? 若不預送首謀, 於爾旣歸之後, 始行索取, 朕不爲也。 爾若不出, 縱諄諄祈請, 朕不聽矣。 特諭。
上問曰: "今日彼言何如?" 鳴吉曰: "龍、馬云: "初果少無好意, 爾國一向謝罪, 故皇帝盡釋前怒。 今如欲出城, 先取首倡斥和者, 一二人以送。 如是則明日解圍而去, 不然則出城後, 又有一爭端矣。" 上曰: "斥和之臣, 何忍縛送乎?" 金瑬曰: "我國服事南朝已久, 故有若干人以爲不可背也。 自今日事大國, 則他日之不背大國, 亦猶今日之不背南朝, 宜以此爲辭。" 鳴吉曰: "宜講定約條, 以觀其答。" 上曰: 卿等第出撰答書。"
- 【태백산사고본】 34책 34권 11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667면
- 【분류】군사-전쟁(戰爭) / 외교-야(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