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류·홍서봉·최명길 등이 청대하고 수정한 국서
김류·홍서봉·최명길 등이 청대하였다. 김류가 글을 보낼 것을 굳이 청하니, 상이 열람하고 하문하기를,
"고쳐야 할 곳은 없는가?"
하자, 최명길이 아뢰기를,
"성상 앞에서 여쭈어 고쳤으면 합니다."
하고, 인하여 붓을 잡고 문장의 자구를 고쳤는데, 그 글은 다음과 같다.
"지난번에 소방의 재신(宰臣)이 군문(軍門)에 글을 올려 품청(稟請)하였는데, 황제로부터 장차 후명(後命)이 있을 것이라고 돌아와서 말하기에, 소방의 군신(君臣)은 발돋움하고 목을 빼어 날마다 덕음(德音)을 기다렸으나 지금 열흘이 지나도록 분명한 회답이 없습니다. 이에 곤궁하고 사정이 급박하여 다시 아뢰지 않을 수 없게 되었으니, 황제께서는 살펴 주소서.
소방은 앞서 대국의 은혜를 입어 외람되게도 형제의 의리를 맺고 천지에 명백히 고하였으니, 지역은 구분이 있다 하더라도 정의(情意)는 간격이 없다 하겠습니다. 그래서 자손 만대의 한없는 복이 되었다고 스스로 여겼는데 맹서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의혹으로 인한 분쟁의 발단이 마음 속에서 생겨나 그만 위태롭고 급박한 화란을 당함으로써 거듭 천하의 웃음거리가 될 줄이야 어떻게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그러나 그 이유를 찾아 보건대, 모두가 천성이 유약한 탓으로 군신(羣臣)에게 잘못 이끌린 채 사리에 어두워 살피지 못함으로써 오늘날의 결과를 초래하였으니, 스스로를 책망할 뿐 다시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다만 생각건대 형이 아우에게 잘못이 있음을 보고 노여워하여 책망하는 것은 진실로 당연한 일이지만, 너무나 엄하게 책망한 나머지 도리어 형제의 의에 어긋나는 점이 있게 되면, 어찌 하늘이 괴이하게 여기지 않겠습니까.
소방은 바다 한쪽 구석에 위치하여 오직 시서(詩書)만을 일삼고 병혁(兵革)은 일삼지 않았습니다. 약한 나라가 강한 나라에 복종하고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섬기는 것이야말로 당연한 이치인데, 어찌 감히 대국과 서로 견주겠습니까. 다만 명나라와는 대대로 두터운 은혜를 받아 명분(名分)이 이미 정해졌습니다. 일찍이 임진년의 환란에 소방이 조석(朝夕)으로 망하게 될 운명이었는데, 신종 황제(神宗皇帝)께서 천하의 군사를 동원하여 수화(水火) 가운데 빠진 백성들을 건져내고 구제하셨으므로, 소방의 백성들이 지금까지도 그 은혜를 마음과 뼈에 새기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차라리 대국에게 잘못 보이는 한이 있더라도 차마 명나라를 저버릴 수는 없다고 하니, 이것은 다름이 아니라 은혜를 베푼 것이 두터워 사람을 깊이 감동시켰기 때문입니다. 은혜를 사람에게 베푸는 방법은 한 가지가 아닙니다. 진실로 생령(生靈)의 목숨을 살리고 종사(宗社)의 위태로움을 구원하는 것이라면, 군사를 일으켜 환란을 구제하거나 회군하여 보존되도록 도모해 주는 그 일이 비록 다르다고는 하더라도 그 은혜는 마찬가지라고 할 것입니다.
지난해 소방의 일처리가 잘못되어 대국으로부터 여러 차례나 진지하게 가르침을 받았는데 여전히 스스로 깨닫지 못하여 화란을 초래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만일 잘못을 용서하고 스스로 새롭게 되도록 허락하여 종사를 보존하고 대국을 오래도록 받들게 해 주신다면, 소방의 군신(君臣)이 장차 마음에 새기고 감격하여 자손 대대로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고, 천하에서도 이를 듣고 대국의 위신(威信)에 복종하지 않음이 없게 될 것입니다. 이는 대국이 한번의 거사로 큰 은혜를 조선에 베푸는 일이 됨과 동시에, 더 없는 영예를 사방의 나라에 베푸는 일이 될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오직 하루아침의 분함을 쾌하게 하려고 병력으로 추궁하기를 힘써 형제 사이의 은혜를 손상시키고 스스로 새롭게 하려는 길을 막음으로써 제국(諸國)의 소망을 끊어버린다면, 대국의 입장으로 볼 때에도 장구한 계책이 되지 못할 듯합니다. 고명하신 황제께서 어찌 이에 대해 생각이 미치지 못하시겠습니까.
가을에 만물을 죽이고 봄에 살리는 것은 천지의 도이고, 약한 나라를 어여삐 여기고 망해가는 나라를 불쌍히 여기는 것은 패왕(伯王)의 사업입니다. 지금 황제께서 바야흐로 영명하고 용맹스런 계략으로 제국을 어루만져 안정시키고 새로 대호(大號)를 세우면서 맨 먼저 관온 인성(寬溫仁聖) 네 글자를 내걸었습니다. 이 뜻이 대체로 장차 천지의 도를 체득하여 패왕의 사업을 넓히려고 하는 것이니, 소방처럼 지난날의 잘못을 고치고 스스로 넓은 은혜에 의지하기를 바라는 자에 대해서는 의당 끊어서 버리는 가운데에 포함시키지 않아야 할 듯합니다. 이에 다시 구구한 정을 펴 집사(執事)에게 명을 청하는 바입니다."
- 【태백산사고본】 34책 34권 6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664면
- 【분류】군사-전쟁(戰爭) / 외교-야(野)
○金瑬、洪瑞鳳、崔鳴吉等請對, 瑬固請送書, 上覽之, 問曰: "無可改處乎?" 鳴吉曰: "請於上前稟改", 仍把筆點竄。 其書曰:
屬者小邦宰臣, 奉書軍門, 有所稟請, 回稱, 皇帝將有後命, 小邦君臣, 延頸企踵, 日俟德音, 今已浹旬, 迄無皂白。 勢窮情迫, 未免再鳴, 惟皇帝垂察焉。 小邦前蒙大國之惠, 猥托兄弟, 昭告天地。 雖疆場有分, 而情意無間, 自以爲子孫萬世無疆之福。 豈料盤血未乾, 疑釁中結, 坐蹈危迫之禍, 重爲天下所笑哉? 然求厥由, 皆緣天性柔弱, 被誤群臣, 昏迷不察, 致有今日, 自責而已, 更有何說? 但念兄之於弟, 見有罪過, 怒而責之, 固其宜也, 責之太嚴, 反有乖於兄弟之義, 則豈不爲上天之所怪乎? 小邦僻在海隅, 惟事詩書, 不事兵革。 以弱服强, 以小事大, 乃理之常, 豈敢與大國相較哉? 徒以世受皇明厚恩, 名分素定。 曾在壬辰之難, 小邦朝夕且亡, 神宗皇帝動天下之兵, 拯濟生靈於水火之中, 小邦之人, 至今銘鏤心骨。 寧獲過於大國, 不忍負皇明, 此無他, 其樹恩厚, 而感人深也。 恩之加人, 非一道, 苟有能活其生靈之命, 救其宗社之危者, 則發兵而救難, 與回兵以圖存, 其事雖殊, 其恩則一也。 上年小邦, 處事昏謬, 蒙大國勤敎屢矣, 而猶不自悟, 以致禍敗。 今如捨過, 許其自新, 俾得保守宗社, 長奉大國, 則小邦君臣, 將銘鏤感戴, 至于子孫, 永世不忘, 而天下聞之, 亦無不服大國之威信。 是大國一擧, 而結大恩於東土, 施廣譽於四國也。 不然, 而惟快一朝之忿, 務窮兵力, 傷兄弟之恩, 閉自新之路, 以絶諸國之望, 其在大國, 恐亦未爲長算。 以皇帝之高明, 何不慮及於此乎? 秋殺而春生, 天地之道也; 矜弱而恤亡, 伯王之業也。 今皇帝方以英、武之略, 撫定諸國, 而新建大號, 首揭寬溫仁聖四字。 蓋將以體天地之道, 而恢伯王之業, 則如小邦之願改前愆, 自托洪庇者, 宜若不在棄絶之中。 玆欲更布區區, 以請命於執事。
- 【태백산사고본】 34책 34권 6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664면
- 【분류】군사-전쟁(戰爭) / 외교-야(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