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실록 33권, 인조 14년 12월 15일 을유 1번째기사
1636년 명 숭정(崇禎) 9년
대가가 강도로 떠났다가 되돌아오다. 양사가 김자점 등을 정죄하길 청하다
대가가 새벽에 산성을 출발하여 강도로 향하려 하였다. 이때 눈보라가 심하게 몰아쳐서 산길이 얼어붙어 미끄러워 말이 발을 디디지 못하였으므로, 상이 말에서 내려 걸었다.026) 그러나 끝내 도착할 수 없을 것을 헤아리고는 마침내 성으로 되돌아 왔다. 양사가 아뢰기를,
"장수를 명하여 군사를 출동시킨 것은 오로지 변방을 굳게 지키고 적을 방어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적병이 강을 건넌 뒤로 어느 한 곳도 막아내지 못한 채 적을 깊이 들어오도록 버려둠으로써 종묘 사직이 파월(播越)하고 거가가 창황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국가의 큰 변란이요, 신민의 지극한 고통이니, 어찌해야 한단 말입니까. 도원수 김자점(金自點), 부원수 신경원(申景瑗), 평안 병사(平安兵使) 유림(柳琳), 의주 부윤(義州府尹) 임경업(林慶業)을 모두 율(律)대로 정죄하도록 명하소서."
하니, 상이 따르지 않았다.
- 【태백산사고본】 33책 33권 41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657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정론-간쟁(諫諍) / 사법-탄핵(彈劾) / 군사-군정(軍政) / 외교-야(野)
- [註 026]산길이 얼어붙어 미끄러워 말이 발을 디디지 못하였으므로, 상이 말에서 내려 걸었다. : 원문의 "山路乃舍馬 不得着足 上永滑馬步行"은 어순이 뒤바뀐 듯하다. 번역에서는 《대동야승(大東野乘)》 권34의 "山路氷滑 馬不得着足 上乃下馬步行"에 의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