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국이 박난영을 사신보낼 것과 적의 침입에 대비할 것을 아뢰다
비국이 아뢰기를,
"신들이 박인범(朴仁範) 등의 서계(書啓)를 보고, 또 김명길(金命吉)의 말을 들으니, 저 오랑캐가 우리 나라와 절교하려고 아니하는 것이 말이나 표정에 나타났다고 합니다. 우리로서는 막연히 보답하지 않아 짐승 같은 자들의 노기를 도발시켜서는 안 될 것입니다. 춘추로 정례적으로 보내는 사신은 보낼 수 없다고 하더라도 박난영(朴蘭英)을 별사(別使)로 삼아 일찍 들여보내서 한편으로는 그들의 정황을 탐색하고 한편으로는 우리가 절교하지 않았다는 뜻을 보이는 것이 타당합니다."
하니, 상이 허락하였다. 또 아뢰기를,
"인범(仁範) 등이 격문을 전달하지 못하고 돌아왔으니 적의 발동은 아침이 아니면 저녁에 있을 것입니다. 얼음이 언 후에 불의의 변고가 있게 되면 하도(下道)의 군사를 징발하는 일은 매우 곤란하게 될 것입니다. 지난번 이미 삼남(三南)과 강원도로 하여금 정초군(精抄軍) 1만 8천 3백여 명을 단속하여 대기하게 하였으니, 지금 경상 좌·우 병사와 전라·공청도 병사, 강원도 춘천 영장(春川營將)으로 하여금 거느리게 하여 오는 12월 10일에 각각 필요한 무기를 가지고 경상(境上)에 진주(進駐)하여 해빙되기 전까지 변고에 대비하게 하고, 경유하는 각 관아에서는 산료(散料)를 공궤(供饋)하고, 국경에 유주(留駐)하는 기간은 그 본읍으로 하여금 군량을 운반하여 계속 공급하게 하며, 또 머물러 있을 때는 항시 조련(操練)을 시켜 위기에 대비하게 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이 뜻을 선전관을 보내어 하유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서둘지 말라. 그리고 각읍이 군량을 계속 대는 것은 참으로 지탱하기 어려우니 해조로 하여금 조용히 다루어 처리하여 미리 첫들머리 고을에 비축하여 큰 폐단을 제거케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3책 33권 32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653면
- 【분류】군사-군정(軍政) / 외교-야(野)
○癸丑/備局啓曰: "臣等見朴仁範等書啓, 且聞金命吉之言, 彼虜之不欲與我國相絶, 見於辭色云。 在我之道, 不宜邈然無報, 以挑犬羊之怒。 春秋例送使臣, 雖不可送, 以朴蘭英爲別使, 趁卽入送, 一邊探試其情, 一邊示以自我不絶之意爲當。" 上許之。 又啓曰: "仁範等不得傳檄而還, 伊賊之發動, 非朝卽夕。 氷合之後, 不意有警, 則下道軍兵徵發之擧, 難免窘迫。 頃日已令三南及江原道, 團束精抄軍一萬八千三百餘人以待之, 今宜使慶尙左右兵使, 全羅、公淸道兵使, 江原道 春川營將將之, 以來十二月初十日, 各持該用器械, 進駐於境上, 限解氷前待變, 而所經各官, 散料供饋, 境上留駐之日, 則令其本邑, 運餉繼給。 且令留駐時, 常加操練, 以備緩急爲當。 請以此意, 發遣宣傳官下諭。" 答曰: "姑徐。 且各邑繼餉, 實所難支, 令該曹從容料理, 預先儲置於初面官, 以除巨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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