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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실록33권, 인조 14년 10월 6일 정축 2번째기사 1636년 명 숭정(崇禎) 9년

호역을 보내는 문제로 옥당이 차차를 올리다

비국이 아뢰기를,

"심양에 들어갈 호역은 이미 행장을 꾸려 출발했는데 대론(臺論)이 갑자기 일어나 잠시 만상(灣上)에서 준비하고 기다리게 하였습니다. 방금 듣건대, 노한(虜汗)이 군대를 이끌고 산해관(山海關)으로 들어갔다는 설이 있으니, 사기(事機)가 종전과는 전혀 달라졌습니다. 그런데 저편의 소식을 막연히 들을 수 없으니 몹시 답답하고 민망스럽습니다. 호역을 보내어 오랑캐의 사정을 염탐하는 것은 그만둘 수 없을 듯하니, 만상에 머물러 있는 호역을 속히 들어가게 하소서."

하니, 아뢴 대로 하라고 답하였다. 이어 양사의 관원을 명초(命招)하여 효유하였는데 양사가 분부를 받들지 않고 종전과 같이 고집하여 논쟁하고, 또 말한 것이 행하여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피하였다. 옥당이, 양사가 힘써 간쟁하여 상의 마음을 감동시키지 못하고 관례를 따라 인피하여 체면을 추락시켰다는 것으로써 모두 논박하여 체직시켰다. 이어 차자를 올리기를,

"조정이 척화(斥和)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갑자기 오랑캐에게 호역을 보내어, 대의에 손상되는데도 돌아보지 않고 중정(衆情)에 거슬리는데도 생각을 아니하며 대간이 간쟁하는데도 따르지 않으시니, 신들은 실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번 일은 명분이 무엇입니까? 간첩을 행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미 당초 의논하여 보내려던 본의를 변경한 것이고, 격문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죄를 성토하고 절교를 고하는 글이 아니며, 정탐이라고 한다면 상국(上國)의 안위(安危)를 원수인 오랑캐에게 탐문하는 것이니 또한 그런 이치는 없습니다. 이것을 행하여 병화를 늦출 수 있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명분이 없을까 두려운데, 더구나 병화는 늦추지 못하고 대의를 손상하고 중정을 거슬리기만 하는 데이겠습니까. 신들이 대략 말씀드리겠습니다.

대체로 강화라고 하는 것은 간혹 우리가 강하고 저편이 약한 경우 돈이나 비단을 미끼로 주어 변경의 시끄러운 것을 중지시키거나 혹 강약이 서로 같을 적에 약속을 맺고 수호(修好)하여 군사와 백성을 휴식시키는 것을 이르는 것입니다. 어찌 우리는 자강책을 강구함이 없고 저들은 무한한 욕심이 있는데 사신만 부지런히 보낸다고 하여 흉측하고 교활한 그들의 마음을 감동시킬 수 있겠습니까. 아, 우리 나라는 명나라와 명분이 본디 정해져 있으니, 신라와 고려가 당(唐)나라와 송(宋)나라를 섬긴 것과는 같지 않습니다. 임진년 난리에 명나라의 도움이 없었으면 나라를 회복할 수 없었으니, 군신과 상하가 지금까지 서로 보존하여 어육이 되지 않은 것은 누구의 힘입니까. 지금 비록 불행하여 큰 화가 당장 닥친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죽음이 있을지언정 두 마음을 가져서는 아니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천하 후세에 무슨 할말이 있겠습니까. 지난 봄 화의를 거절한 일을 중외(中外)가 듣고서 모두 머리를 북으로 향하여 싸우다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으니, 그 사기를 인하여 고취시키면 나라를 일으킬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것은 생각하지 않고 도리어 명분이 없는 차사를 보내어 다시 기미(覊縻)할 단서를 열어 놓았으니, 비국의 의논은 여러모로 미봉책을 써서 명분을 잡고 그 사실을 숨기려고 하나 그 흔적은 이미 천하에 퍼졌습니다. 또 생각하건대 대간(臺諫)을 설치한 것은 중권(重權)을 빌려주어 시정(時政)의 득실을 논하게 한 것이니, 대론이 조정되지 않으면 크고 작은 일을 가릴 것 없이 거행할 수 없는 것은 곧 조종조가 이목을 중히 여기고 체면을 존중한 훌륭한 뜻입니다. 이번에 양사의 논의가 한창 펼쳐지고 있는데 비국이 갑자기 호역을 들여보내도록 주청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대론을 경시하니, 구규를 무너뜨리고 후일의 폐단을 여는 것이 이로부터 비롯될까 두렵습니다. 삼가 바라건대 성명은 속히 호역을 되돌아오도록 명하시어 공의(公議)에 부합하고 대의를 밝히소서."

하니, 답하기를,

"묘당의 계책은 우연한 것이 아닌 듯싶으니 경들은 심사 숙고하고 번거롭게 하지 말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3책 33권 27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650면
  • 【분류】
    군사-군정(軍政) / 외교-야(野) / 정론-간쟁(諫諍) / 인사-임면(任免)

    ○備局啓曰: "入瀋胡譯, 旣已裝束發送, 而臺論旋發, 姑令等待於灣上矣。 卽聞汗領軍入之說, 事機與前頓異, 而彼中消息, 漠然不聞, 殊極鬱悶。 委遣譯, 詗得情, 似不可已。 留 譯, 請急令入去。" 答曰: "依啓。" 仍命招兩司官諭之, 兩司不奉敎, 爭執如前, 又以言不行, 引避。 玉堂以兩司不能力爭, 感動天聽, 而循例引避, 墜落體面, 盡皆駁遞, 仍上箚曰:

    朝廷斥和未幾, 遽遣譯于中, 傷於大義而不顧, 咈於衆情而不恤, 臺諫爭之而不從, 臣等實未曉。 是擧也, 何名也? 以爲行間也, 則旣變當初議遣之本意; 以爲傳檄也, 則非聲罪告絶之書; 以爲探聽也, 則探上國安危於仇敵之, 亦無是理也。 行而可以緩禍, 猶患其無名, 而況於禍不可緩, 而但傷大義、咈衆情者乎? 臣等請略言之。 夫所謂和者, 或我强彼弱, 餌以金帛, 止其擾邊; 或强弱相敵, 而結約修好, 休兵息民之謂。 安有我無自强之策, 彼有不厭之欲, 而只憑使价之勤, 能感其凶狡之心者乎? 噫! 我國之於天朝, 名分素定, 非若之事也。 壬辰之役, 微天朝則不能復國, 至今君臣上下, 相保而不爲魚者, 其誰之力也? 今雖不幸而大禍迫至, 猶當有殞而無二也。 不然, 將何以有辭於天下後世乎? 春間絶和之擧, 中外聞之, 莫不有北首爭死之志。 因其氣而皷之, 庶乎有爲也。 不此之思, 反遣無名之差, 復開羈縻之端, 備局之議, 雖欲曲爲彌縫, 操其名而諱其實, 其跡固已布於天下矣。 且念設置臺諫, 借以重權, 使之論時政得失。 臺論未停則事無大小, 不得擧行者, 乃祖宗重耳目、尊體面之盛意也。 今者兩司之論方張, 而備局徑請入送。 臺論不能有無如此, 則竊恐壞舊規、啓後弊, 自此而始也。 伏願聖明, 亟命追回譯, 以副公議, 以明大義。

    答曰: "廟堂之計, 似非偶然。 卿等宜加三思, 勿煩。"


    • 【태백산사고본】 33책 33권 27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650면
    • 【분류】
      군사-군정(軍政) / 외교-야(野) / 정론-간쟁(諫諍) / 인사-임면(任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