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조에서 화폐 유통에 대해 아뢰다
호조가 아뢰기를,
"삼가 생각건대, 화폐의 사용이 위로는 소호 금천씨(小昊金天氏) 시대부터 아래로는 한(漢)·당(唐)·송(宋)·원(元) 시대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통용하여 오늘날에 이르렀습니다. 그 화폐는 아주 가볍지만 그 용도가 매우 광범위해서 중국에 두루 쓰이고 있는데 그 효과가 곡식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유독 우리 나라만은 아직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으니, 이 어찌 재물을 늘리는 데 있어서 하나의 크게 잘못된 점이 아니겠습니까. 지난 병인년에 본조에서 청을 설치하여 돈을 주조하여 시행한 지 겨우 두서너 달만에 정묘 호란을 만나서 그만 중지하고 말았습니다. 지금도 주조한 것이 상당히 남아 있고, 또 왜인이 조공하는 동전이 해마다 몇만 근에 밑돌지 않습니다. 만일 상평청(常平廳)에 저축해 둔 쌀과 베로 보조하여 더 만든다면 적은 것으로 말미암아 점점 많아지고 안으로부터 외부에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집집마다 재산이 넉넉해지고 국가 재정이 여유가 있게 될 것입니다. 묘당으로 하여금 화폐를 사용하는 것이 편리한가 아니한가를 조사하게 하여, 만일 그것이 불가하다고 할 때에는 놔두고 쓰지 말고 할 만한 일이라고 할 때에는 단연코 시행해서 금방 설치했다가 금방 폐지하는 병폐가 없게 하소서."
하였다. 이에 대해 비국이 회계하기를,
"마땅히 호조가 아뢴 것을 따라서 돈을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이 되게 하소서."
하니, 상이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28책 28권 47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534면
- 【분류】금융-화폐(貨幣)
○戶曹啓曰: "竊念錢幣之行, 上自少昊之世, 下至漢、唐、宋、元, 通用不廢, 式至于今。 其貨甚輕, 其用甚廣, 流行中國, 與菽粟同其功。 獨我國尙不能用, 豈非生財之一大欠乎? 丙寅年間, 本曹設廳鑄錢, 行之纔數月, 而因丁卯之亂, 遽爾停廢。 今其所鑄, 尙有餘儲, 且倭貢銅錢, 歲不下數萬斤。 若以常平廳所儲米布, 添補加鑄, 可以由小至多, 自內及外, 家財可足, 國儲可裕。 請令廟堂, 商確便否, 如其不可, 則置而不用, 事如可爲, 則斷然行之, 俾無旋設旋廢之患。" 備局回啓以爲: "宜從戶曹陳啓, 以爲久遠流行之地。" 上從之。
- 【태백산사고본】 28책 28권 47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534면
- 【분류】금융-화폐(貨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