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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실록 28권, 인조 11년 3월 25일 병진 3번째기사 1633년 명 숭정(崇禎) 6년

비국이 창덕궁 수리를 다시 청하다

비국이 아뢰기를,

"삼가 듣건대, 인경궁(仁慶宮)은 수리하지 말고 창덕궁(昌德宮)의 담장을 축조하라는 하명을 하셨다 하는데 이는 필시 성상의 생각에 재물의 소비를 아깝게 여기시어 거처를 옮기는 일을 정지하려고 한 것일 것입니다. 그러나 일기가 점점 더워지고 있는 이 때에 협착한 곳에 거처하신다면 어떻게 기온을 조절하고 정신을 수양하여 병을 조리하는 방법을 다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생각건대 인경궁은 혼조(昏朝) 때 미친 중이 건의하여 건축한 곳이니 풍수의 길흉은 논할 틈도 없거니와 가옥의 제도가 너무나 사치스럽고 화려하여 정말 이른바 목요(木妖)009) 입니다. 그러므로 본래부터 제왕이 거처하기엔 맞지 않으나 다만 사세가 급박한 관계로 일찍이 이곳으로 거처를 옮기자는 뜻으로 아뢰었는데 이는 대개 부득이해서 한 것입니다만 성상의 뜻이 옮기고 싶지 않으시다면 신 등은 감히 다시 간청하지 않겠습니다.

창덕궁은 본래 조종의 법궁(法宮)010) 으로 선조(宣祖) 말년에 중건하였는데 불행하게도 지금 잿더미가 되었으니 또한 몹시 애석합니다. 만약 인경궁 주변의 두어 곳 전각 재목과 기와를 옮겨다 이 대궐을 지을 경우, 인경궁 수리에 비하여 난이의 차이는 있겠으나 또한 그리 큰 차이가 나지는 않을 것이며, 조종의 법궁도 이로 인해 세워질 것이니 사리에 있어서 더없이 편리하고 마땅하겠습니다. 성상께서는 혹시라도 때 아닌 역사를 일으키는 것으로 염려하시겠지만 각 아문에 저축된 쌀이나 베 또한 충분히 그 비용을 댈 만하여 민력을 괴롭히는 데에는 이르지 않을 것입니다."

하니, 답하기를,

"창경궁은 불에 탄 곳이 많지 않으니 이를 수리해야 할 것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8책 28권 17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519면
  • 【분류】
    건설-건축(建築) / 왕실-종사(宗社)

  • [註 009]
    목요(木妖) : 호사스러운 집을 지어서 목재를 낭비하는 것. 《남부신서(南部新書)》에 "당(唐)의 내신(內臣)과 장수들이 다투어 정자와 저택을 크게 짓자, 당시 사람들이 이를 목요라고 불렀다." 하였다.
  • [註 010]
    법궁(法宮) : 정전(正殿).

○備局啓曰: "伏聞有仁慶宮勿令修理, 而昌德宮築墻之命。 此必聖意以費財爲重, 欲停移御之擧也。 當此天氣漸熱, 處於狹窄之所, 其何以節適寒暖, 導養精神, 以盡調病之方乎? 第念仁慶宮, 乃昏朝狂僧倡議營建之地。 風水吉凶, 有不暇論, 棟宇之制, 極其奢麗, 眞所謂木妖者也。 本不合於帝王居處, 而只緣事勢急遽, 曾以移御之意仰稟, 蓋出於不得已也。 聖意旣不欲移, 則臣等固不敢更請, 昌德宮本爲祖宗法宮, 宣祖末年, 遂命重建, 而不幸今爲灰燼, 亦甚可惜。 若撤仁慶宮數處殿閣材瓦, 移搆此闕, 則比諸仁慶修理, 雖有難易之差, 亦不至大相懸絶, 而祖宗法宮, 因此修建, 其在事理, 尤極便當。 聖上雖或以非時起役爲慮, 而各衙門所儲米布, 亦足支用, 必不至於勞費民力也。" 答曰: "昌慶宮灰燼處不多, 修理此闕可也。"


  • 【태백산사고본】 28책 28권 17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519면
  • 【분류】
    건설-건축(建築) / 왕실-종사(宗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