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자점이 하직하자 어의를 동반하도록 하다
도원수 김자점이 하직하였다. 상이 그를 침소에서 불러 보고 이르기를,
"임기 응변은 오직 대장에게 있다. 서흥(瑞興)에다 본영을 설치한다면 진주할 곳은 어느 곳이 편리한가?"
하니, 김자점이 대답하기를,
"넓은 들판에서 마주 보고 진을 치고는 사세상 적의 예봉을 당해내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험준한 곳에 복병을 설치하여 유기(游騎)로 하여금 노략질하러 나오지 못하게 하고, 또 밤을 이용하여 그들의 군사를 놀라게 하면 그 세력이 쉽게 약해질 것입니다. 또 정방 산성(正方山城)이 만약 완성된다면 봉산(鳳山) 근처의 주민으로 하여금 산성으로 들여 보내 지키게 하오리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그 성의 형세를 보아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하니, 김자점이 손가락으로 자리에다 지형을 그리면서 아뢰기를,
"정방 산성이 극성(棘城)의 곁에 있고 그 사이에 토성(土城)이 네댓 군데가 있는데, 저기에서 여기에 이르기까지 형세가 이와 같고 모처에서 모처에 이르기까지 험조함이 또 이와 같습니다. 황성(黃城)은 형세가 너무나 외롭지만 지금 극성을 쌓고 있으니, 황성과 기각의 형세를 이룰 것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지세를 보아 선처하라."
하고, 이어 어의(御醫)로 하여금 약을 가지고 수행하게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8책 28권 10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515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 군사-군정(軍政) / 왕실-사급(賜給)
○壬午/都元帥金自點辭朝, 上召見于臥內曰: "臨機應變, 惟在大將。 瑞興則設老營, 進駐之所, 則何處爲便耶?" 自點對曰: "廣野對陣, 勢難當鋒。 據險設伏, 使游騎不得出掠, 又乘夜驚動其軍, 則勢易弱矣。 且正方山城若已完役, 則使鳳山近處居民, 使之入守乎?" 上曰: "見其城形勢然後, 可決也。" 自點以指畫席上曰: "正方在棘城之傍, 其間有土城四五處, 自彼抵此, 形勢如此; 從某至某, 險阻又如此。 黃城則勢甚孤單, 今築棘城, 可爲黃城掎角之勢也。" 上曰: "觀勢善處。" 仍令御醫, 齎藥隨往。
- 【태백산사고본】 28책 28권 10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515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 군사-군정(軍政) / 왕실-사급(賜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