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감사 김경징이 자기집 종이 저주한 일로 아뢰자 국청을 열다
경기 감사 김경징(金慶徵)이 상소하기를,
"불행하게도 사패(賜牌)한 계집종이 남몰래 옛 주인의 사주를 받고서 감히 신의 집을 모조리 없앨 꾀를 내어 부엌·굴뚝·기둥·지붕에다 흉측한 물건을 묻어두었는데, 음험하고 사특한 짓이 빌미가 되어 어미의 병이 위독해졌습니다. 자식된 자의 망극한 정으로는 그의 살점을 저며도 분함을 씻기에 부족합니다만, 신은 일단 법조(法曹)에 고발하였습니다."
하니, 상이 그 소를 보고 금부에 명하여 사주한 자를 잡아다 국문해서 공신(功臣)을 모해한 죄를 다스리라고 하였다. 금부가 저주한 죄인 칠향(七香)이 끌어댄 박자흥(朴自興)의 처와 박승황(朴承黃)의 처를 잡아올 것을 청하니, 상이 따랐다. 박자흥의 아내는 이이첨(李爾瞻)의 딸인데 잡아들이라는 명이 있었다는 말을 듣자 즉시 자살하였고, 계집종 칠향은 형문(刑問)을 받고 승복하였다. 말질정(末叱貞)은 바로 박승황의 아내로서 신문(訊問)해도 승복하지 않았는데 위관(委官) 김상용(金尙容)이 ‘말질정의 박가(朴家)의 절친(切親)으로 설혹 그 일을 관여하여 알았더라도 고의로 살인을 도모한 죄를 받아야 옳지, 함께 삼성(三省)에서 국문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아뢰고, 양사도 삼성에서 국문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는 이유로 모두 인피(引避)하여 체직되었으나, 상이 끝내 상용의 의논을 따르지 않아, 말질정이 끝내 장하(杖下)에서 죽었다.
사신은 논한다. 박승황(朴承黃)이 자기의 형인 박승종(朴承宗)과 평생 동안 서로 화목하게 지내지 못했는데, 말질정이 박승종의 부자(父子)에게 무슨 연연한 생각이 있기에 몰래 앙갚음할 꾀를 품어 스스로 헤아리지 못할 처지에 빠졌겠는가. 다만 이 일이 김류(金瑬)의 집안에서 나왔기 때문에 위관 이하가 감히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고 곧장 형추(刑推)를 청하여 삼성에서 국문하다가 결국 장사(杖死)하기에 이르렀으므로 물의가 이를 그르게 여겼다.
- 【태백산사고본】 27책 27권 35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507면
- 【분류】사법-행형(行刑) / 사법-치안(治安) / 신분-천인(賤人) / 역사-편사(編史)
○朔甲子/京畿監司金慶徵上疏曰:
不幸賜牌之婢, 陰聽舊主之嗾, 敢生盡滅臣家之計, 竈堗楹廡, 埋置穢物, 陰邪作祟, 母病危篤。 人子罔極之情, 雖使臠其肉, 不足以洩其憤, 臣旣已告于法曹矣。
上覽其疏, 命禁府拿鞫指嗾之人, 以懲其謀害功臣之罪。 禁府請拿詛呪罪人七香所引朴自興妻及朴承黃妻, 從之。 自興之妻, 卽爾瞻女也。 聞有拿命, 卽自殺。 婢七香受刑承服。 末叱貞卽朴承黃妻也, 訊問不服。 委官金尙容以爲: "末叱貞以朴家切親, 設或與知, 當受謀故殺人之罪, 不當竝鞫於三省也。" 兩司亦以省鞫爲未妥, 皆引避而遞, 上竟不從尙容之議, 末叱貞遂死於杖下。
【史臣曰: "承黃與其兄承宗, 平生不相雍睦。 末叱貞於承宗父子, 有何眷念之意, 而潛懷報怨之計, 自陷於不測之地哉? 特以事出於金瑬之家, 故委官以下, 不敢出異議, 徑請刑推, 鞫於三省, 而竟至於杖死, 物議非之。"】
- 【태백산사고본】 27책 27권 35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507면
- 【분류】사법-행형(行刑) / 사법-치안(治安) / 신분-천인(賤人) / 역사-편사(編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