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금의 사신들이 명나라의 사신과 같이 대접해 주기를 바란다는 민성휘의 치계
당초에 노한(虜汗)이 추신사(秋信使)의 예단(禮單)을 받지 않고 국서(國書)도 회답하지 않더니, 이에 이르러 소도리(所道里)·사흘자(沙屹者)·박중남(朴仲男) 세 장수를 보내 봉황성(鳳凰城)에 도달하여 전언(傳言)하기를,
"이번에 접대하는 예를 한결같이 천사(天使)의 전례와 같이 한다면 가겠거니와, 그렇지 아니한다면 마땅히 여기에서 돌아가야 하겠다."
하니, 민성휘(閔聖徽)가 치계하기를,
"세 장수는 저들 중에서 소중한 사람입니다. 지금 옴에 있어 소망이 반드시 높을 터이니, 만약 모두 힘써서 따라주면 앞으로의 소망이 반드시 한층 더할 것이기 때문에, 이미 강력히 따져 따르지 말도록 하였습니다. 저들이 만약 성을 내어 가게 되면, 마땅히 담략이 있는 한 사신을 특별히 차견하여 심양(瀋陽)으로 들여보내, 그들이 까닭없이 뻣뻣하여 맹호(盟好)의 뜻을 파괴하려는 것을 꾸짖도록 하여야 합니다."
하자, 비국이 회계하기를,
"명나라 사신처럼 대접하여 달라는 말은 큰소리로 우리를 위협하여 그들의 하고 싶은 것을 성취하려는 것에 불과할 뿐입니다. 대개 임기 응변하여 격하지도 않고 굴하지도 않은 것은 오로지 변신(邊臣)이 잘 처리함에 달려 있으니, 사신을 보내 엄하게 꾸짖는 한 사항은 마땅히 금차(金差)의 행동을 보아 가장 좋은 방안을 따라 처리해야 합니다."
하니, 상이 따랐다. 또 아뢰기를,
"금차를 접대하는 예는 그들의 말을 다 따를 수는 없지마는, 또한 다른 차사와 비할 수 없습니다. 변신(邊臣)의 치계한 뜻이 진실로 소재가 있지마는, 혹시 준엄하게 거절하다가 성을 내게 하는 걱정도 없지 않습니다. 저들이 나쁜 마음이 없는데 자그마한 일을 다투어 그의 성을 잘못 돋우워내면, 또한 좋은 계책이 아닙니다. 한번 사람을 차견하여 오도록 청하는 것이 불가하지 않으니, 부원수(副元帥) 정충신(鄭忠信)으로 하여금 변방을 순찰한다는 명목을 내걸고 검산(劒山)에 진주하여 임기 응변하도록 하는 것이 마땅할 것 같습니다."
하니, 답하기를,
"병사(兵使)로 하여금 사람을 보내 오도록 청하게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7책 27권 29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504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외교-야(野)
○初, 虜汗不受秋信禮單, 不答國書。 至是, 遣所道里、沙屹者、朴仲男三將, 來到鳳凰城, 傳言曰: "今番接待之禮, 一如天使例則前進, 不然則當自此還去" 云。 閔聖徽馳啓曰: "三將, 彼中所重之人。 今來, 意望必高。 若皆勉從, 則前頭所望, 必加一節, 故已令力爭勿從矣。 彼若發怒而去, 則宜特差有膽略一使臣, 入送瀋陽, 責其無故生梗, 欲敗盟好之意。" 備局回啓曰: "待以天使之說, 則不過大言脅我, 以成其所欲者耳。 蓋臨機酬酢, 不激不屈, 專在邊臣善處。 遣使嚴責一款, 則宜觀金差擧措, 從長議處。" 上從之。 又啓曰: "金差接待之禮, 雖不可盡從其言, 亦不可與他差比。 邊臣之馳啓, 意固有在, 而或不無峻斥生怒之患。 彼無歹心, 而爭競細故, 橫挑其怒, 則亦非得計。 一番差人請來, 未爲不可, 令副元帥鄭忠信, 稱以巡邊, 進駐劒山, 隨機接應似當。" 答曰: "令兵使, 遣人請來。"
- 【태백산사고본】 27책 27권 29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50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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