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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실록 25권, 인조 9년 윤11월 21일 경신 1번째기사 1631년 명 숭정(崇禎) 4년

집의 김세렴 등이 이귀의 일로 파직을 청하자, 대간의 신분으로 중신을 무함한 죄로 체차하다

집의 김세렴(金世濂) 등이 아뢰기를,

"전하께서 신들을 못났다고 여기지 않고 대성(臺省)에 근무하도록 하였습니다만, 충정이 격동되어 구차히 자리에 있는 것이 부끄럽기만 한데, 정성으로 임금의 마음으로 돌리지는 못한 채 도리어 엄한 분부를 받게 되었습니다. 대저 탑전에서 자천하고 불경스럽게 좌중을 욕한 것이야말로 얼마나 큰 죄입니까. 그런데도 이를 논하지 않는다면 조정은 높아지지 않고 기강은 서지 않으며 예양(禮讓)은 땅을 쓴 듯 없어지고 관방(官方)은 어지러워져 대각이 이로부터 외롭고 쓸쓸하게 될 것입니다.

예로부터 인군이 대간을 대하면서 물리쳐 내쫓거나 귀양보내는 일은 있었지만, ‘딴 마음을 가졌다.’든가 ‘염치가 없다.’는 것으로써 배척하기까지 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전하께서 신들을 의심하는 것이 너무 지나치지 않으십니까. 인신으로서 이같은 죄명을 갖게 된 이상 죽어도 죄가 남을 것이니, 신들의 파직을 명하소서."

하니, 사직하지 말라고 답하였다. 간원이 아뢰기를,

"집의 이하가 모두 인혐하고 물러갔습니다. 이귀가 자천한 혐의를 피하지 않고 또 좌중을 욕하는 잘못을 저질러 물의(物議)가 뒤따랐는데, 이는 대개 서로 바로잡아주려는 뜻에서 나온 것인 만큼 꼭 이 사람에게 약석(藥石)이 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성명께서 특별히 이귀의 본정(本情)을 살피면서 유독 대간에게는 딴 마음이 있다고 의심하여 심지어는 염치가 없다는 분부를 내리기까지 하였습니다. 지금 만약 좌우의 말에 치우친 나머지 지나치게 의심하여 꺼리는 마음이 생긴다면, 이는 언관을 대하는 도리가 아닐 듯싶습니다. 모두 출사를 명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연평 부원군(延平府院君) 이귀는 언어가 광포하고 난잡하여 예모(禮貌)에 익숙하지 못한데, 이것이 바로 그의 병통이다. 스스로를 천거한 것이나 좌중을 깔보고 꾸짖은 것 모두가 내 보기에도 좋은 일이 못 된다. 다만 그의 죄과(罪過)를 광포하고 난잡하여 무례하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관직을 구하는 데 뜻이 있었다고 논한다면 안 될 것이다. 그런데 오전(吳竱)이 앞에서 주창하자 이경(李坰)의 무리가 뒤에서 호응하여 반드시 실정에 벗어난 죄를 얽어 만들어 얼굴을 들고 공무를 보지 못하게 하려고 하니, 그들의 의도를 헤아려 알 수가 없다. 인군의 입장에서는 진실로 한 백성이라도 원통함을 품고 펴지 못하게 해서는 안 되는데, 더구나 나이가 많은 원훈(元勳)에게 있어서이겠는가. 대간의 신분으로 중신(重臣)을 무함한 죄를 다스리지 않을 수 없으니, 우선 체차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5책 25권 48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459면
  • 【분류】
    인사-임면(任免)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庚申/執義金世濂等啓曰: "殿下不以臣等無狀, 使待罪臺省。 愚衷所激, 苟容爲恥, 誠未格天, 反承嚴旨。 夫榻前自薦, 罵坐不敬, 是何等罪犯? 此而不論, 朝廷不尊; 紀綱不立, 禮讓掃地。 官方淆亂, 臺閣自此索然矣。 自古人君之待臺諫, 斥逐之、流竄之則有之, 至斥以別情、無恥, 則未之聞也。 殿下之疑臣等, 無乃太過耶? 人臣負此罪名, 死有餘辜, 請命鐫罷臣等之職。" 答曰: "勿辭。" 諫院啓曰: "執義以下, 竝引嫌而退。 李貴不避自薦之嫌, 又有罵坐之失, 物議之來, 蓋出於胥匡之意, 未必不爲是人之藥石也。 聖明特察李貴之本情, 而獨疑臺諫之有別情, 至下無恥之敎。 今若偏於左右, 過生疑阻, 則恐非所以待言官之道也。 請竝命出仕。" 答曰: "延平府院君 李貴, 言語狂雜, 不閑禮貌, 乃其病痛。 其自薦、慢罵, 擧非寡昧所好也。 但其罪過, 謂之狂雜無禮則可也, 論以有意求官則不可, 而吳竱倡之於前, 李坰輩和之於後, 必欲搆成情外之罪, 使不得擧顔行公, 其心所在, 未可測知也。 爲人君者, 固不可使一民抱冤莫伸, 而況年老元勳乎? 身爲臺諫, 構陷重臣之罪, 不可不治, 姑先遞差。"


  • 【태백산사고본】 25책 25권 48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459면
  • 【분류】
    인사-임면(任免)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