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빠지는 일, 대군의 집 짓는 일, 왕자군의 채무 독촉 등의 일을 아뢰다
상이 소대를 명하여 《서전》 주고(酒誥)편을 강하였다. 부제학 최명길이 아뢰기를,
"술에 빠지는 일은 고금의 공통된 근심거리인데, 근래 사대부들 사이에 이런 습성이 있으니 어찌 염려되지 않겠습니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덕을 잃고 품위를 손상할 뿐만 아니라 끝내는 그 몸을 망치는 데 이른다. 그런데 심한 자는 가는 곳마다 술을 찾으면서 구차한 것도 따지지 않으니 어찌 염치에 손상되는 일이 아니겠는가. 손님을 접대하고 제사를 지내는 데 술이 없을 수는 없지만 그 화가 매우 크다."
하였다. 최명길이 아뢰기를,
"여염간에 잔치를 하는 자가 매우 많은데, 심지어 외방 사람들 중에는 이런 흉년을 만나서도 살림은 헤아리지 않고 먹고 마시는 것을 일삼는다고 하니, 매우 놀라운 일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일찍부터 금령이 있었는데도 그 폐단이 이같으니, 정원은 다시 경계시켜 금지하도록 하라."
하였다. 최명길이 아뢰기를,
"이처럼 가뭄이 극심한 날에 대군의 집을 짓는 공사가 있는데, 외간에서 모두 때가 아니라고 합니다. 신의 생각으로는, 혼인한 뒤에 집이 없어서는 안 되니 공사를 정지할 수는 없지만, 그 칸수를 줄여서 민정(民情)에 부응해야 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전번에 대간의 계사로 인하여 수십 칸을 줄였는데, 가뭄이 이같으니 결국 공사를 중지시켜야 하겠다."
하였다. 최명길이 아뢰기를,
"노비도 서울에 있는 각 관청의 하인으로 뽑아 준다고 하는데, 만약 그렇게 한다면 각 관청이 꼴사납게 될 것입니다. 외방에도 노비가 있는데 하필이면 각 관청의 노비로써 뽑아 준단 말입니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나도 이것을 염려하였기 때문에 각 관청마다 한 사람씩으로 정해서, 그 숫자가 수십 명에 불과하다."
하였다. 최명길이 아뢰기를,
"근일 여염간에는 장사와 빚을 거두는 폐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여러 왕자들이 전택(田宅)을 점유하고 백성들에게 해를 끼쳐 원성이 길에 가득한데, 상께서 어떻게 모두 살필 수 있겠습니까. 선왕조에서는 왕자·대군들이 대간을 두려워하였고, 임해군의 숙노(稤奴)는 여러 번 법사에서 죄받았습니다. 지금의 왕자군은 모두 숙부의 항렬입니다만, 국가의 법금이 지엄하니 어찌 그들의 폐단을 알면서 막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김남중(金南重)은 아뢰기를,
"여염 사람들이 빚을 받을 수 없으면 그 문권(文券)을 왕자군의 집에 넘겨 줍니다. 그러면 가두고 독촉하는데 사람들은 감히 따지지도 못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다른 왕자는 이같지 않을 것인데, 그 중에 경평군(慶平君)은 실성한 사람이다. 그리고 문권을 넘겨 주는 자는 법사에서 치죄하되 사죄(死罪)로 처리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4책 24권 40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431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풍속-풍속(風俗) / 풍속-연회(宴會) / 과학-천기(天氣) / 금융-식리(殖利) / 왕실-종친(宗親)
○上命召對, 講《書傳》 《酒誥》。 副提學崔鳴吉曰: "沈湎于酒,古今之通患, 而近來士夫間, 亦有此習, 豈不可慮也?" 上曰: "非徒喪德、失儀, 終至於喪其軀, 而甚者到處求索, 不計苟且, 豈非有傷於廉恥乎? 其於接賓客、享祭祀, 雖不可去, 而其禍甚大矣。" 鳴吉曰: "閭閻之間, 宴會者甚多。 至於外方之人, 値此凶年, 而不計其資, 日以酒食爲事云,極可駭也。" 上曰: "曾有禁令, 而其弊如此, 政院更加申飭禁斷。" 鳴吉曰: "當此災禍切迫之日, 有大君家舍營造之役, 外間皆以爲非時。 臣意則吉禮之後, 不可無家舍, 雖不能停役, 而宜減損其間架, 以副民情。" 上曰: "頃因臺諫啓辭, 已減數十間, 而旱災如此, 從當停役耳。" 鳴吉曰: "奴婢亦以京各司下人抄給云。 若然則各司將不能成形矣。外方亦有奴婢, 何必以各司奴婢抄給乎?" 上曰: "予亦慮此故, 於各司每定一人, 不過數十口耳。" 鳴吉曰: "近日閭閻貿販及徵債之弊, 愈往愈甚。 諸王子各占田宅, 貽害百姓, 怨聲盈路, 自上豈能盡察耶? 先王朝則王子、大君, 頗畏臺諫, 臨海君稤奴, 累次被罪於法司矣。 今之王子君,皆是叔父之行, 然國家法禁至嚴, 豈可知其弊端, 而不爲之防遏乎?" 金南重曰: "閭閻之人, 不得徵債, 則納其文券於王子君家, 囚禁督責, 而人莫敢誰何矣。" 上曰: "他王子則必不如此, 而其中慶平君, 則乃是失性之人也。 且其納文券者, 則自法司囚治, 置之死罪。"
- 【태백산사고본】 24책 24권 40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4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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