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과 총융사 이서, 부원수 정충신 및 비국의 여러 재신들과 유흥치에 대해 논의하다
상이 대신과 총융사(摠戎使) 이서(李曙), 부원수 정충신(鄭忠信) 및 비국의 여러 재신들을 불러 보고 이르기를,
"방금 김시양(金時讓)의 장계를 보건대, 대개 유흥치(劉興治)가 오랑캐와 내통하지 않을까 염려하는 것이었다."
하니, 영의정 오윤겸(吳允謙)이 아뢰기를,
"이는 곧 소만량(蘇萬良)이 말한 것이니, 서로 통하고 있다는 것이 헛된 말은 아닌 듯합니다."
하자, 상이 이르기를,
"만약 그렇다면 그들 입장에선 계책을 잘못 세운 것이고, 우리 입장에선 토벌하는 일이 명분도 바르고 말하기도 편하게 되었다."
"듣건대 섬 안의 장사들이 유흥치를 보호해 주려고 거론한 일이 있다고 하는데, 중국 조정이 만약 이들을 무마하여 받아 줄 경우, 우리가 토벌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이 점이 신은 크게 걱정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그들이 주본(奏本)을 올렸다 하더라도 실은 중국 조정에 충성을 바치려고 한 것이 아니고 잠시 군대 출동을 늦추려는 계책에서 나온 것일 뿐이다. 그리고 설사 무마하여 받아 준다 하더라도 그것은 당(唐)나라 때 이름은 번진(藩鎭)이지만 실은 적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토벌하는 것이 옳다고 하는 것이다. 항우(項羽)가 경자관군(卿子冠軍)을 살해하였을 당시에 항우를 죽인 자가 있었더라면 그 누가 옳지 않다고 했겠는가. 더구나 유흥치의 죄는 항우보다 더 심하니, 말해 무엇하겠는가."
하였다. 오윤겸이 아뢰기를,
"중국 조정이 힘으로는 제압할 수가 없어서 임시로 붙잡아두려는 계책을 썼을 경우, 속국이 마음대로 토벌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을 것 같고, 후환이 없다고도 보장할 수가 없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경들은 그다지 염려할 것이 없다. 나는 후환이 진정 없을 것으로 알고 있다."
하였다. 병조 판서 이귀(李貴)가 아뢰기를,
"저 유흥치가 진계성(陳繼盛)이 진을 옮기는 일로 인하여 군사들이 원망하고 분노하는 기회를 틈타서 감히 반란을 일으켜 주장(主將)을 살해하였으니, 참으로 그의 죄를 성토하고 토벌해야 마땅하겠습니다마는 그에 따르는 이해와 시세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당초에 반란이 일어났다는 말을 듣고 누가 분개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러나 일을 시작할 때는 반드시 처음부터 계획을 잘 세워 형세를 살펴보고 힘을 비교해 본 다음에 시행해야만 싸웠다 하면 승리하게 되고 공략하였다 하면 차지하게 되어 후회가 없을 것입니다.
지금 군사를 일으키는 날을 당하여 어떻게 감히 저지하는 말씀을 드리겠습니까. 다만 바다를 건너 멀리 정벌하다 보면 자칫 한 달이 걸릴텐데 저들은 이미 정돈하여 휴식된 군사로 지친 병력을 기다릴 것이므로 싸우고 싶어도 이기지 못할 것이고 물러가고 싶어도 물러가지 못하게 될 것이니, 낭패당할 우려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또 설령 한바탕 싸워서 이긴다 하더라도 중국 조정과 상의하지 않고 임의로 정벌하는 이상 또한 의심을 살 우려가 없지 않으니, 신은 이 점이 걱정됩니다."
하니, 상이 노기 띤 목소리로 이르기를,
"오늘은 반역자를 토벌하는 일에 대해 의논하고 있지 군대의 해산을 의논하고 있지 않다."
하였다. 상이 총융사를 돌아보고 이르기를,
"완풍(完豊)이 그 전에 면대(面對)를 청했었는데,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하니, 이서가 대답하기를,
"신이 이미 명령을 받았습니다. 신의 행군은 정충신과 앞서거나 뒷설 것인데, 정충신이 먼저 떠나면 신이 뒤따라 갈 것입니다만, 반드시 본도와 상의하여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중국인이 서쪽 지방에 두루 퍼져 있어 군사 기밀이 누설될 염려가 있으니, 병사를 풀어 체포함으로써 서로 통하는 길을 끊어야 하겠습니다."
하자, 상이 이르기를,
"경의 말이 일리가 없지는 않으나 또한 그렇지 않은 점도 있다. 그들이 도망쳐 돌아가는 길목을 가로막아 과연 남김없이 붙잡을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만약 놓쳐 섬으로 달아난다면 병력을 출동시키기 전에 화가 먼저 닥칠까 염려된다."
하였다. 상이 또 정충신에게 이르기를,
"경은 가도(椵島)의 형세를 잘 알고 있는가?"
하니, 정충신이 아뢰기를,
"일을 할 때는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먼저 그들의 배를 제거하여 중국과 통하는 양도(糧道)를 끊으면 그들의 형세가 필시 군색하게 될 것인데, 이렇게 하면 틀림없이 무찌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였다. 김류가 아뢰기를,
"충신의 계책이 잘못되었습니다. 짐승도 몰리다 보면 덤벼드는 법인데, 만약 그들의 도망갈 길을 끊는다면 반드시 죽을 힘을 다할 것입니다. 유흥치가 이렇게 패역스러운 일을 저질렀는데, 성 사람들이 어찌 심복할 리가 있겠습니까. 한 쪽을 터놓아 살아갈 길을 가리켜 주고, 거역하고 순종하는 것에 관한 도리를 설명함과 동시에 그에 따른 화복(禍福)의 이치를 일깨워 주는 것이 제일입니다. 그렇게 하면 그로부터 유혹과 협박을 받았던 무리들이 반드시 저절로 무너져 흩어질테니, 병사의 칼날에 피를 묻히지 않고도 평정될 것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경의 말이 바로 나의 뜻과 맞다."
하였다. 이귀가 아뢰기를,
"지금 상께서 결단을 내려 정하셨으니 말씀드려도 소용이 없겠습니다마는 어리석은 신의 소견을 조금 아뢸까 합니다. 훈련도 안 된 병력으로 하루 아침에 멀리 정벌하여 이처럼 성공할 수가 없는 일을 한다는 것이 신은 걱정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경이 병조 판서로 이러한 말을 하다니, 서쪽으로 정벌하러 가는 장사들도 반드시 맥이 풀리고 말 것이다. 만약 중국 조정의 율로 말한다면 불문에 부쳐서는 안 될 것이다."
하자, 이귀가 대답하기를,
"신을 군법으로 처벌하면 신도 달갑게 죽을 것이고, 신에게 정충신을 따라 가도록 한다면 신이 또한 가겠습니다. 삼가 바라건대, 우레와 같은 위엄을 조금 거두시고 죽음에 다다른 사람의 말을 굽어 살피소서."
하였다. 상이 노여워하며 대답하지 않고 소대(召對)를 파하도록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2책 22권 31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374면
- 【분류】외교-명(明) / 군사-군정(軍政) / 정론-정론(政論)
○甲戌/上召見大臣及摠戎使李曙、副元帥鄭忠信及備局諸宰曰: "卽見金時讓狀啓, 則蓋慮興治之與虜通矣。" 領議政吳允謙曰: "此乃蘇萬良之言, 交通之狀, 似不虛矣。" 上曰: "若然則在彼爲失計, 而在我致討之擧, 則名正言順矣。" 君 尹昉曰: "聞島中將士有保擧興治之事者云。 天朝若撫而有之, 則我之致討, 未知如何。 此臣之所大慮也。" 上曰: "彼雖奏本, 實非效忠於天朝也, 姑爲緩兵之計耳。 設或撫而有之, 如唐之藩鎭, 而其實賊也。 故曰伐之, 是也。 項羽殺卿子冠軍。 當是時, 若有誅羽者, 其誰曰不可? 況興治之罪, 甚於項羽者乎?" 允謙曰: "天朝力不能制, 以爲羈縻之計, 則屬國之擅伐, 似不合理。 其無後患, 亦不可必也。" 上曰: "卿等不須多慮。 予固知無後患矣。" 兵曹判書李貴曰: "彼興治, 因繼盛移鎭之擧, 乘軍情怨憤之機, 敢行悖逆, 戕殺主將。 固當聲罪致討, 而但未知利害、時勢之如何耳。 初聞變起, 孰不憤惋? 然作事者必謀始, 審勢度力而動然後, 戰勝攻取, 可無後悔。 當此擧兵之日, 何敢爲沮抑之言? 但涉海遠征, 動經旬月, 而彼已整頓士卒, 以逸待勞, 則欲戰不勝, 欲退不得, 狼狽之患, 不可不慮。 設令一戰而捷, 不稟天朝, 擅行征伐, 則亦不無致疑之慮, 臣竊憂之。" 上厲聲曰: "今日之事, 只議伐叛, 不論罷兵。" 顧謂摠戎使曰: "完豐曾請面對, 今欲何言?" 李曙對曰: "臣旣受命矣, 臣行當與鄭忠信相先後。 忠信先行, 則臣可隨後, 而必須相議於本道。 且漢人遍滿西土, 機事恐泄, 宜發兵捕之, 以絶相通之路。" 上曰: "卿言不無所見, 而亦有不然者。 遮遏走歸之路, 果能盡獲則善矣, 如或失捕, 走入島中, 則恐兵未出, 而禍先及也。" 上又謂鄭忠信曰: "卿能知椵島形勢乎?" 忠信曰: "事必求萬全。 宜先去其船, 使絶天朝糧道, 則勢必窘矣, 如此則破之必矣。" 瑬曰: "忠信之計過矣。 困獸猶鬪。 若絶其飛走, 則必致其死力矣。 興治行此悖逆之事, 島中豈有心服之理? 莫若開其一面, 指示可生之道, 陳其逆順之分, 諭以禍福之理, 則誘脅之衆, 必自潰散, 兵可無血刃而定。" 上曰: "卿言正合予意。" 李貴曰: "今睿斷已定, 言之無及, 然臣請少布愚見。 以不敎之兵, 一朝遠征, 爲此不可成之事, 臣竊憂焉。" 上曰: "卿以兵判而爲此言, 則西征將士, 亦必解體矣。 若以中朝之律言之, 則不當置而不問也。" 貴對曰: "使臣伏軍法, 臣亦甘心而死。 使臣從鄭忠信而往, 臣亦往矣。 伏願少霽雷霆之威, 俯察垂死之言。" 上怒而不答, 因令罷對。
- 【태백산사고본】 22책 22권 31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37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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