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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실록 21권, 인조 7년 12월 4일 갑인 1번째기사 1629년 명 숭정(崇禎) 2년

조정호에게 명하여 함경도에 가서 선유를 겸하여 행하게 하다

조정호에게 명하여 함경도에 가서 선유(宣諭)를 겸하여 행하게 하였다. 유서(諭書)에,

"대저 듣건대 착한 일을 하는 자는 하늘이 복으로 보답하고 악한 일을 하는 자는 하늘이 화(禍)로서 보답한다고 하였다. 이 이치는 매우 명백하여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는 것과 같으니, 어찌 고금이나 원근으로 차이가 있겠는가. 지난번 적신(賊臣) 이이첨(李爾瞻) 등이 혼조(昏朝)를 광란시키고 국인(國人)을 선동하여, 모후(母后)를 유폐시키고 강상(綱常)을 두절시켜서 우리 나라를 불효의 나라로 만들었다. 그런 때에 이익을 즐기고 화란을 좋아하는 무리들이 위를 범하고 기강을 위반하는 논의를 멋대로 하여 대성(臺省)에 있으면서 잇따라 소장을 올리기도 하고, 혹은 초야에 있으면서 거듭하여 항소를 올려 흉언 패설(凶言悖說)이 이르지 않는 곳이 없었다. 이들은 귀천이나 대소를 논할 것 없이 대개 반역을 도모한 대역(大逆)들이었다. 다행히 종사(宗社)가 묵묵히 도움에 힘입어 대비(大妃)께서 반정(反正)하셨다. 흉의(兇議)에 관계되었던 사람들은 모두 대벽(大辟)의 형벌을 받을 자들이었으나 국가에서는 호생(好生)의 덕을 베풀어 가볍게 처벌하는 은전을 보였다. 이에 수종(首從)을 분별하여 괴수들만 주벌하고 그 나머지 도당들은 먼 변방에 나누어 정배(定配)시켜 마음을 고치고 죄를 깨달아서 그곳의 백성이 되어주길 바랐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경원(慶源)에 귀양살던 한옥(韓玉)·양경홍(梁景鴻)·신상연(申尙淵)·이극규(李克揆)·한회(韓會)·정운백(鄭雲白) 등이 화심(禍心)을 버리지 못하고 음흉한 꾀를 부려 토병(土兵)들을 꾀었다. 그리하여 함께 흉서를 작성하여 몰래 가까운 오랑캐를 불러들여 먼저 북로(北路)를 범하고 서울로 쳐들어 오려 하였다. 그들이 먹은 마음이나 부린 꾀가 이백 년의 종사를 위태롭게 할 뻔하였을 뿐만 아니라 수천리의 백성들을 도탄에 빠지게 하려 하였으니, 너희 관북(關北)의 사녀(士女)들이 먼저 잔혹스런 해를 받았을 것이다. 사람으로 악한 짓을 범함이 어찌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렀는가?

다행히 이일에 참여했던 진명생(陳命生)이 역모를 드러내어 상변(上變)하여 수범(首犯)들이 차례대로 실토하였으므로 벌써 몇 사람을 능지 처참하였다. 하늘은 악을 용서하지 않고 천리(天理)는 음흉한 자에게 화를 내림이 어찌 소소하게 밝지 않겠는가.

내가 생각건대, 관북은 실로 열조(列祖)께서 탄생한 고향이며 국조(國朝)가 창업한 터전이다. 그래서 나는 멀리 떨어진 궁벽한 곳으로 보지 않고 늘 서울이나 기전(畿甸)과 같이 여겼다. 그래서 반정한 뒤에 비록 선정(善政)은 없었으나 인휼(仁恤)하기에 힘써 앞뒤로 존무(存撫)했던 뜻을 사민(士民)은 알고 있을 것이다.

또한 너희 사민들은 순박하고 의리를 숭상하여 힘을 다해 변방을 지켜 왔다. 이에 이괄(李适)의 난리나 오랑캐의 변란에도 부르튼 발을 싸매고 정벌에 참여하여 현저한 공적을 세웠으며, 한 사람의 사졸도 미혹되어 역모를 범한 자가 없었다. 이것이 어찌 나라를 위해 충성을 바친 것일 뿐이겠는가. 실로 너희 부자(父子), 부부(夫婦)가 대대로 보전하여 살려는 착한 뜻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불행히도 토병 양사복(梁嗣福) 등이 적신에게 선동되어 스스로 패역(悖逆)에 빠졌으니, 아,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국가가 실형(失刑)하여 흉당에 오염되어서 그렇게 된 것이며, 너희 사민들은 모두 관계가 없는 일이다. 한두 사람을 잡아다 조사한 외에는 다시 더 문책하지 않을 것이니, 너희들도 의심하는 일 없이 오직 천도(天道)는 속일 수 없음과 국은(國恩)은 잊을 수 없다는 것만 알라. 그리하여 힘써 충의를 세워 강역(疆域)을 보전한다면 위대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제 시신(侍臣)을 보내어 나의 뜻을 유시하고 아울러 관리들의 탐오와 군민(軍民)들의 폐단을 살피게 하여 새로운 은택을 베풀고 중심(衆心)을 안정케 하노니, 너희들은 잘 알지어다."

하여다. 【 지제교(知製敎) 이식(李植)이 지은 글이다.】


  • 【태백산사고본】 21책 21권 49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357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어문학-문학(文學)

○甲寅/命趙廷虎咸鏡道, 兼行宣諭。 諭書曰:

蓋聞爲善者, 天報以福; 爲惡者, 天報以禍。 斯理甚明, 若影隨形, 豈以古今、遠近, 而有間哉? 曩者賊臣爾瞻等, 誑亂昏朝, 誘煽國人, 幽廢母后, 斁絶綱常, 環東土一方, 胥陷於梟獍之域。 伊時, 嗜利樂禍之徒, 肆爲犯上、干紀之論, 或居臺省而連章, 或自草茅而疊疏, 兇言悖說, 靡所不至, 無論貴賤、大小, 槪是無將之大逆也。 幸賴宗社默祐, 坤極反正。 凡係兇議之人, 擧在大辟之科, 而國家推好生之德, 示惟輕之典。 分其首從, 誅止渠魁, 其餘徒黨, 分配邊遠, 冀其革面知罪, 甘爲編戶矣。 不意慶源謫人韓玉梁景鴻申尙淵李克揆韓會鄭雲白等, 禍心未艾, 陰兇以逞, 誑誘土兵等, 共作兇書, 潛招隣虜, 使其先犯北路, 入寇京國。 其設心、造謀, 不惟危迫二百年宗社, 將欲塗炭數千里生靈, 而爾關北士女, 當先受其酷矣。 人之爲惡, 何至此極? 幸而參聞人陳命生, 發謀上變, 首犯人等, 次第吐實, 已將某某凌遲處斬。 天不容惡, 理必禍淫, 豈不昭昭哉? 予惟爾關北一道, 實乃列祖誕慶之鄕, 國朝創業之基。 予之視之不以遐僻, 常若輦轂之下、畿甸之內。 反正以後, 雖無善政, 務在仁恤, 前後存撫之意, 士民尙克知之。 爾士民, 又能純朴、尙義, 竭力守邊。 亂、變, 裹足征討, 顯立功效, 曾未聞有一卒, 詿誤犯逆者, 此豈徒爲國效忠? 實亦爾等父子、夫婦世世保居之善意也。 今者不幸, 土兵梁嗣福等, 爲賊臣所煽, 自陷悖逆, 嗚呼惜哉! 然此無非國家失刑, 兇黨汚染而然, 爾士民, 皆無所預。 一二人拿究外, 國家更無所問, 爾等亦無所疑, 惟當知天道之不可誣, 國恩之不可忘, 勉立忠義, 以保疆域, 顧不偉歟? 今遣侍臣, 以諭予意, 兼察官吏貪汚、軍民弊瘼, 以施新澤, 以安衆心, 爾等其知悉。 【知製敎李植所製也。】


  • 【태백산사고본】 21책 21권 49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357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어문학-문학(文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