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대제학 장유를 나주 목사에 제수하다
특별히 대제학 장유(張維)를 나주 목사(羅州牧使)로 삼았다. 그 전에 장유가 차자를 올려 나만갑을 신구(伸救)하였는데, 차자의 말 가운데에 ‘어미와 영결(永訣)하게 되었다.’는 등의 말이 있었으므로 상이 장유가 만갑의 당이 아닌가 의심하였다. 그러던 중에 장유가 그의 말[馬]을 빌려주어 만갑으로 하여금 어미를 모시고 가게 하였다는 말을 듣게 되자, 상이 노여워하며 이르기를, "그의 차자 내용을 보면 ‘그의 어미와 영결하게 되었다.’고 말을 하였는데 또 말을 빌려주어 그 어미를 태우고 가게 했으니, 이는 임금에게 거짓으로 고한 것이다." 하고, 마침내 이렇게 제수하는 명이 있게 된 것이다. 대체로 태학사(太學士)를 고을의 수령으로 내보내는 일은 과거에 없었던 일이므로, 명이 내려지자 조야(朝野)가 모두 경악하였다.
사신은 논한다. 장유는 염정(恬靜)한 인물로서 본래 경망스러운 거동이 없었는데 더구나 군부(君父)를 기망하면서 동류(同類)를 곡진히 감싸주겠는가. 어미와 영결하게 되었다고 한 말은 정리상 그의 절박한 상황을 거론함으로써 상을 감동시켜 깨닫게 해드리기 위한 기대에서였다. 그리고 그 모자(母子)가 서로 떨어지는 것을 차마 보지 못하고 자신의 말을 빌려주어 급한 처지를 구제해 준 것은 같은 조정의 동료로서 서로 돌보아주는 의리인 것이다. 그런데 어찌 이것을 가지고 죄안(罪案)으로 삼을 수 있단 말인가.
- 【태백산사고본】 21책 21권 8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337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 역사-편사(編史) / 사법-행형(行刑)
○甲辰/特以大提學張維爲羅州牧使。 初, 維上箚伸救羅萬甲, 而箚中有與母永訣等語, 上疑維黨萬甲。 及聞維借其馬, 使萬甲將母而去, 上怒曰: "渠之箚辭, 以與其母永訣爲言, 又借馬載其母, 是告君不以直也", 遂有是除。 蓋以太學士出宰郡邑, 前此未有。 命下, 朝野莫不驚駭。
【史臣曰: "維之恬靜, 素無浮妄之擧, 而況欺罔君父, 曲護同類也哉? 以與母永訣, 爲之辭者, 擧其情理之切迫, 而冀其天聽之感悟也。 不忍見其母子之隔離, 借己馬而濟急者, 同朝相厚之義也。 豈可以此爲罪案哉?"】
- 【태백산사고본】 21책 21권 8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337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 역사-편사(編史) / 사법-행형(行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