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상세검색 문자입력기
인조실록 21권, 인조 7년 7월 16일 기해 2번째기사 1629년 명 숭정(崇禎) 2년

이귀가 나만갑의 일로 훈신들이 두려워한다고 아뢰다

상이 주강에 자정전에서 《서전》을 강하였다. 상이 병조 판서 이귀(李貴)에게 이르기를,

"경은 원훈(元勳)인 동시에 중신(重臣)이니 나라 안의 사습(士習)과 조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필시 잘 알 것이다. 지금 모두들 나만갑이 무죄라고 하는데 이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하니, 이귀가 아뢰기를,

"나만갑에게 병통이 없지는 않지만 기절(氣節)만은 가상했기 때문에 소신이 원수(元帥)에게 추천하려고도 하였습니다. 전일 좌상이 아뢴 것은 그 내용이 너무 지나쳤습니다. 신이 듣건대, 김경징(金慶徵)040)나만갑에게 묻기를 ‘너는 어찌하여 이 찬성 댁에는 자주 가면서 우리 집에는 오지 않느냐?’ 하니, 나만갑이 대답하기를 ‘이 찬성께서는 나를 아들처럼 대해 주시어 모든 시비에 관한 문제를 들어주지 않는 것이 없으시지만, 너희 집에서는 나를 서리배로 취급하기 때문에 내가 가지 않는 것이다.’ 하였답니다. 그런데 좌상은 성격이 온순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말을 듣고 너무 심하게 의심한 나머지 항상 외직에 보임시키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요즘 들어 전랑(銓郞)이 오랫동안 판서의 얼굴을 보지 못했는데, 판서 김상용도 이 때문에 노소간에 파벌을 벌이는가 의심하여 노서(老西)·소서(少西)의 제목까지 있었습니다. 나만갑이 이를 듣고 김광혁(金光爀)041) 에게 가서 말하기를 ‘정사(政事)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당상과 낭청이 틈이 벌어져서는 안 되니 너의 숙부인 판서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하였는데, 광혁이 이 말을 전해주자 상용이 연소한 무리들이 자기에 대해 논의를 한다고 더욱 의심하고는 차자를 올리기까지 했던 것입니다.

좌상은 들은 것을 가지고 말씀드렸고 영상과 우상은 직접 본 것을 가지고 말씀드렸으니, 본 것과 들은 것이 자연 다른 점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상께서 ‘나만갑은 어리석고 음험한 인물인데 말하는 자들은 본성이 선한 사람이라고 하니, 이 점이야말로 대단히 이상한 일이다.’ 하시고 또 ‘반드시 거간(巨奸)이 있어서 그럴 것이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삼공이 자리를 불안하게 여기고 있는데, 거간은 바로 신을 가리키는 듯싶습니다. 대개 훈신(勳臣) 중에서는 단 한 사람만이 좌상의 집에 왕래할 뿐, 다른 사람은 볼 수가 없습니다. 정승의 지위에 있는 자라면 가능한 한 포용하고 진정시키는 행동을 보여줘야 할텐데, 좌상은 사람들의 말에 동요되어 제대로 남을 포용하지 못하니 잘못되었습니다."

하고, 또 아뢰기를,

"나만갑의 죄에 대해 양 대신이 이미 짐작해서 논계했으니, 이는 실로 그를 두둔하려는 뜻에서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결과가 이렇게 되자 훈신들도 모두 두려워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자, 상이 이르기를,

"나만갑의 권세가 중하다고 하겠다. 나만갑 한 사람을 죄주었다고 해서 훈신들이 모두 두려워한단 말인가."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1책 21권 8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337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사법-재판(裁判) / 정론-정론(政論) / 인사-관리(管理)

  • [註 040]
    김경징(金慶徵) : 김류의 아들.
  • [註 041]
    김광혁(金光爀) : 김상용의 조카.

○上晝講《書傳》資政殿。 上謂兵判李貴曰: "卿以元勳重臣, 國中士習及朝著間事, 卿必知之。 今者羅萬甲皆以爲無罪, 此何如也?" 曰: "萬甲不無病痛, 而氣節可尙, 故小臣欲擬薦於元帥矣。 頃日左相所陳, 辭意過重。 臣聞金慶徴問於萬甲曰: "汝何頻往李二相家, 而不到吾家耶?’ 萬甲曰: ‘李二相待我如子弟, 凡有是非, 無不從之。 汝家則待我如胥徒, 吾所以不去也。’ 左相性不溫順, 故以此疑之太甚, 常欲補外矣。 且近來, 銓郞久不見判書之面。 判書金尙容, 亦以此致疑, 老少分朋, 至有題目。 萬甲聞之, 往見金光爀而謂之曰: ‘政曹堂、郞, 不宜乖隔。 宜通于汝叔父判書公’ 云。 光爀以此言告之, 尙容尤疑年少輩議己, 至於箚陳矣。 左相以所聞言之, 領、右相以所見言之, 聞見自不同也。 自上以爲 ‘羅萬甲愚險之人, 而言者以爲良善, 大是異事。’ 又曰: ‘必有巨奸。’ 故以此三公不安其位, 而巨奸, 似指臣身矣。 大槪勳臣中, 只一人往來於左相家, 而餘不得見。 在相位者, 務爲包容、鎭定之擧可矣, 而左相動於人言, 不能容物, 非矣。" 又曰: "萬甲之罪, 兩大臣旣已斟酌論啓, 實非容護之意也。 以此勳臣亦皆懷畏懼之心矣。" 上曰: "萬甲之權, 可謂重矣。 罪一萬甲, 諸勳臣皆懼耶?"


  • 【태백산사고본】 21책 21권 8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337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사법-재판(裁判) / 정론-정론(政論) / 인사-관리(管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