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서봉이 건원릉의 사초에 대해 아뢰다
상이 주강에 자정전에서 《서전》을 강하였다. 동경연 홍서봉(洪瑞鳳)이 아뢰기를,
"건원릉(健元陵) 사초(莎草)를 다시 고친 때가 없었는데, 지금 본릉에서 아뢰어 온 것을 보면 능 앞에 잡목들이 뿌리를 박아 점점 능 가까이까지 뻗어 난다고 합니다. 원래 태조의 유교(遺敎)에 따라 북도(北道)의 청완(靑薍)을 사초로 썼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다른 능과는 달리 사초가 매우 무성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나무 뿌리가 그렇다는 말을 듣고 어제 대신들과 논의해 보았는데, 모두들 나무 뿌리는 뽑아버리지 않으면 안 되고, 사초가 만약 부족하면 다른 사초를 쓰더라도 무방하다고들 하였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한식(寒食)에 쑥뿌리 등을 제거할 때 나무 뿌리까지 뽑아버리지 않고 나무가 큰 뒤에야 능 전체를 고치려고 하다니 그는 매우 잘못된 일이다. 지금이라도 흙을 파서 뿌리를 잘라버리고 그 흙으로 다시 메우면 그 뿌리는 자연히 죽을 것이다. 예로부터 그 능의 사초를 손대지 않았던 것은 다른 뜻이 있어서였던 것이니 손을 대서는 안 된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0책 20권 16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321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왕실-궁관(宮官)
○乙亥/上晝講《書傳》于資政殿。 同經筵洪瑞鳳曰: "健元陵莎草, 無修改之時, 而今見本陵所報, 則陵前雜木着根, 漸近隨生。 太祖遺敎以北道靑薍爲莎草, 故至今莎草甚茂, 異於他陵, 今聞木根如此。 昨與大臣相議, 則皆以爲: ‘木根則不可不去, 而莎草若不足, 則雖用他莎草無妨’ 云。" 上曰: "寒食拔去蓬艾時, 不拔木根, 旣大之後, 乃欲盡改陵上, 甚不可也。 今若掘其土, 而斫其根, 還塡其土, 則其根必自死。 自古此陵不改莎草者, 其意有在, 不可改也。"
- 【태백산사고본】 20책 20권 16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3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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