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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실록 20권, 인조 7년 3월 3일 기미 2번째기사 1629년 명 숭정(崇禎) 2년

사관을 보내 영부사 이원익를 부르라는 하교

상이 하교하기를,

"옛날 상(商)의 수(受)가 무도하였으나, 삼인(三仁)009) 이 떠나고 난 뒤에 나라가 망하였다. 그것을 보더라도 나라에 있어서 인인(仁人)이란 물고기에게 물이나 가뭄에 비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영부사 이원익(李元翼)은 선왕조의 공로 있는 구신으로 충성과 절개가 현저하였으며, 옛날 누구 못지 않는 청고한 덕이 있으니, 참으로 이 나라 대로(大老)이다. 그런데 그가 미련없이 훌쩍 떠난 후로는 다시 마음을 고쳐 들어올 의향이 없으니, 이는 내가 무도하고 성의가 부족한 소치다. 아, 만약 나라가 잘못되었을 때에는 어떻게 감히 나는 집에 있었기에 몰랐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또 후일에 조종(祖宗)을 대하여 어떻게 사죄할 것인가. 영부사가 나라를 떠난 후로 나의 죄과가 날로 쌓여짐에 따라 하늘의 꾸짖음은 점점 겹쳐지고 백성의 원성도 더욱 심하여졌다. 그래서 밤낮으로 걱정하고 두려워하고 있으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으니, 사세가 다급하고 심정이 절박하다 하겠다. 내 그를 한 번 만나 보고 도(道)를 논하여 천선개과의 기회로 삼고 싶다. 승지는 나를 대신하여 교서를 지어서 사관(史官)에게 주어 보내 그를 친절하게 타이르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0책 20권 10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318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인사-관리(管理)

  • [註 009]
    삼인(三仁) : 은(殷)의 충신 비간(比干)·미자(微子)·기자(箕子)를 말함.

○上下敎曰: "昔商受無道, 三仁去後, 國乃滅亡。 以此觀之, 則仁人之於國, 不翅如魚之有水, 旱之有雨也。 領府事李元翼, 以先朝勳舊, 忠貞茂著, 淸德冠古。 此實國之大老也。 而望望然去之, 無意於幡然入來, 此寡昧無道誠薄之致也, 噫! 國家顚隮, 則其敢曰在家不知, 又何以謝祖宗於他日也? 領府事去國之後, 予罪過日積, 天譴層疊, 民怨愈甚。 夙夜憂懼, 罔知攸濟, 可謂其勢急, 而其情切也。 予欲一見論道, 以爲遷善改過之地, 承旨宜代予草敎, 遣史官敦諭。"


  • 【태백산사고본】 20책 20권 10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318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인사-관리(管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