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극사 한여직 및 민여징·김상빈을 인견하고 중국 사정을 듣다
상이 《서전》 순전편을 강하였다. 강을 마친 뒤 등극사 한여직(韓汝溭), 부사 민성징(閔聖徵), 서장관 김상빈(金尙賓) 등을 인견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새로 등극한 황제가 명철하고 슬기롭다고 하던데, 중국의 구습(舊習)이 많이 변했던가?"
하니, 여직이 아뢰기를,
"전에 듣던 것과는 달랐습니다. 모든 돈이 다 내고(內庫)로 들어가고 지나치게 세밀하다고 합니다."
하고, 성징이 아뢰기를,
"비록 세밀한 것 같지만 실상은 많은 일이 엉성하였습니다. 변경의 군사들에게 전혀 식량을 주지 않아 군중에서 난이 일어났는데, 원수(袁帥)가 와서 우두머리를 베어 지금은 조금 진정되었다고 하였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천계(天啓)076) 때에는 내쫓기거나 죄를 얻은 자가 많았는데, 지금은 모두 조정에 복귀시켰던가?"
하니, 여직이 아뢰기를,
"한광(韓廣)이란 자에 대해 사람들의 신망이 큰데 현재 밖에 내쫓겨 있습니다. 만약 그를 등용한다면 필시 많이 경장(更張)될 것이라고 모든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중국에서는 신황제를 천계 때와 비교하여 어떠하다고 하던가?"
하니, 여직이 아뢰기를,
"어떻게 천계 때와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보위에 올라 첫 정사로 환관 위충현(魏忠賢)을 먼저 처형하여 사람들이 모두 태평시대를 기대했는데, 지금은 점차 처음과 같지 않으므로 실망하고 있다 하였습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9책 19권 55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305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외교-명(明) / 왕실-국왕(國王)
- [註 076]천계(天啓) : 명 희종(明熹宗)의 연호.
○庚午/上講《書傳》 《舜典》篇。 講訖, 引見登極使韓汝溭、副使閔聖徵、書狀官金尙賓等。 上曰: "新皇帝明聖云, 中朝舊習頓變乎?" 汝溭曰: "異於前所聞, 凡錢貨皆入內庫, 且過於察察云矣。" 聖徵曰: "雖似察察, 事多踈漏。 關上軍兵, 專不給餉, 軍中遂作亂, 袁帥來斬其魁, 今則稍定云矣。" 上曰: "天啓時, 多有廢置之人, 又多得罪者。 今則盡令還朝乎?" 汝溭曰: "有韓廣者, 人皆倚重, 而方廢黜于外。 若起而用之, 則必多更張, 人皆望之云。" 上曰: "中國以新皇帝比之天啓, 則何如云耶?" 汝溭曰: "豈可比於天啓乎? 初政, 先誅魏宦, 人皆想望太平, 今則漸不如初, 故失望云矣。"
- 【태백산사고본】 19책 19권 55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305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외교-명(明) / 왕실-국왕(國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