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진기가 청대전의 곡식을 진휼할 수 있게 하라고 치계하다
개성부 유수(開城府留守) 권진기(權盡己)가 치계하기를,
"부 안팎의 3천 4백여 호에 거주하는 허다한 주민들 모두가 꼭 상고(商賈)라고 할 수 없는데, 그 중에서 궁핍할 정도로 몰락한 사자(士子)와 의지할 곳 없는 빈민들이 굶주리고 있는 현상이 가을이 지난 뒤로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농민의 경우는 오로지 농사만을 기대하고 있는데, 타작이 거의 끝나가고 있는 요즈음 집안에는 한 해를 넘길 밑천도 마련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니, 내년 봄 진대(黛貸) 할 일에 대해 차마 소홀히 하지 못하겠습니다.
본부에 제용감(濟用監) 소속의 청대전(靑黛田)이 있는데, 올해만은 특별히 제감(除減)케 하여 피잡곡을 막론하고 소출을 바치게 하면, 양은 얼마 안 되더라도 진휼하는 자본으로 보태 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서적전(西籍田)의 경우는 원래 관개지(灌漑地)이기 때문에 예년과 마찬가지로 풍년이 들었는데, 자성(粢盛)063) 으로 상공(上供)하는 외에는 적당량을 제급(題給)하여 종자곡으로 삼게 하는 일을 더욱 그만둘 수 없습니다. 해조로 하여금 품달하여 조처하게 하소서."
하였는데, 호조가 회계하기를,
"청대전의 소출은 긴급한 용도와 관련되어 있으니 제급해 주기 곤란합니다. 그러나 적전에서 생산되는 것은 자성으로 상공하는 외에 수백 석을 덜어내어 종자곡으로 나누어 준 뒤, 명년 가을에 소모량을 제외하고 도로 바치게 하는 것이 마땅하겠습니다."
하니,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19책 19권 28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292면
- 【분류】농업-권농(勸農) / 재정(財政)
- [註 063]자성(粢盛) : 식물성 제사음식.
○辛巳/開城府留守權盡己馳啓曰: "府內外三千四百餘戶許多居民, 未必皆是商賈, 而其中窮殘士子、無賴貧民窮餓之狀, 秋後益甚。 至於農民, 專仰穡事, 滌場在卽, 家無卒歲之資, 明春賑貸之擧, 不忍小忽。 本府有濟用監靑黛田, 今年則特令除減, 毋論皮雜穀, 以其所出捧之, 則所得雖少, 可補賑救之資。 西籍田則素是灌漑之地, 豐稔依舊, 請於粢盛上供外, 量宜題給, 以爲種子, 尤不可已。 着令該曹稟處。" 戶曹回啓曰: "靑黛田所出, 則係是緊用, 難可題給, 而籍田所出, 則粢盛上供外, 除出數百石, 分給種子, 待明秋除費耗, 還捧宜當。" 從之。
- 【태백산사고본】 19책 19권 28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292면
- 【분류】농업-권농(勸農) / 재정(財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