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가 대제학의 직을 사양하는 차자를 올리다
장유가 차자를 올리기를,
"관각(館閣)의 직임은 청선(凊選)이 아닌 것이 없지만 대제학의 경우는 더욱 지극합니다. 문장의 권형(權衡)을 잡고 선비들의 종장(宗匠)이 되는바, 문풍(文風)의 흥쇠와 선비들 취향의 좋고 나쁨과 외교 문서의 득실이 모두 달려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연 재주와 학식이 모두 넉넉하고 명망과 실재가 완전하게 갖추어진 자가 아니면 차지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어리석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신을 아는 데에는 밝은 법입니다. 신은 어려서 문장을 배워 외람되게 과거에 급제하였고 중간에 폐고(廢錮)되어 칩거해 있으면서 대략 문자를 익혔습니다. 그러나 학문에 연원(淵源)이 없고 식견이 고루하며 오경(五經)도 다 읽지 못하여 재주와 생각이 꽉 막혔습니다. 더구나 관각에서 쓰는 변려문(駢儷文)에 이르러서는 전혀 깨치지 못하여 일반 교서를 제술하는 임무도 책임을 다하지 못할까 염려하여 왔습니다. 그러므로 제학이 된 이후로 글을 지을 때마다 군색한 모습이 수없이 나와 항상 시위 소찬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 왔습니다. 그런데 더구나 이 문형의 중임을 어찌 꿈엔들 생각하였겠습니까. 전하께서는 곡진히 양찰하시어 속히 새로 제수하는 명을 거두시고 어질고 뛰어난 사람으로 고쳐 제수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경의 재주와 학식은 실로 대제학에 합당하니, 모름지기 다시 사직하지 말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8책 18권 61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276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庚子/張維上箚曰:
"館閣之職, 莫非淸選, 至于大提學而極矣。 握文章之權衡, 爲多士之宗匠, 凡文風之隆替, 士趣之淑慝, 辭命之得失, 皆係焉, 自非才學兼優, 望實全備者, 莫宜居之。 人雖至愚, 各有自知之明。 臣少業雕蟲, 叨竊科目, 中經廢蟄, 粗習數卷文字。 然學無淵源, 聞識孤陋, 五經之書, 亦有所未讀者, 才思鈍滯, 至於館閣駢偶之文, 全未曉解, 尋常製敎之任, 猶恐不能稱塞。 及叨提學以來, 每當述作, 窘態百出, 恒以尸素自愧。 況此文衡重任, 夫豈夢寐所及乎? 伏願聖明, 曲賜矜諒, 亟收新命, 改授賢儁。
答曰: "卿之才學, 實合此任, 須勿更辭。"
- 【태백산사고본】 18책 18권 61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276면
- 【분류】인사-임면(任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