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상세검색 문자입력기
인조실록18권, 인조 6년 2월 22일 갑인 5번째기사 1628년 명 천계(天啓) 8년

청이 회령에서도 개시할 것을 요구하자 대책을 논의하다

신경원(申景瑗)고아부(高牙夫)가 가지고 온 금(金)나라 한(汗)의 글을 치계하였는데, 그 글에,

"금국의 한은 조선 국왕(朝鮮國王) 아우에게 글을 보냅니다. 이제 두 나라가 이미 한 나라를 이루어 중강(中江)에다가 크게 개시(開市)하였습니다. 그러나 생각건대 우리의 동쪽 변방 백성들이 원래는 회령(會寧)에다 개시했었는데 이제 이곳에 개시한 것을 보고 모두 회령으로 가서 무역하려 하지만, 왕명(王命)이 없으면 회령의 관리가 어떻게 마음대로 결단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사유를 갖추어 미리 알리니 윤당하다고 여기면 명을 내려 회령의 관리로 하여금 속히 준행하게 하기 바랍니다."

하였다. 비국이 아뢰기를,

"이제 호서(胡書)를 보건대 ‘회령에다 개시하였다.’ ‘윤당하다고 여긴다면’이라는 말이 있는 것으로 보아 긴요하게 여겨 기필코 해야겠다는 의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고아부신경원에게 말하기를 ‘중남(仲男)이 자기의 부모를 만나보려고 자로(者老)와 함께 회령으로 갔다’고 하니, 이런 것으로 헤아려 본다면 한(汗)의 본의가 아닌 것을 또한 알 수 있습니다. 속히 승문원으로 하여금 답서를 짓게 하되 그 내용은 ‘전에는 육진(六鎭)에 살고 있는 번호(藩胡)가 매우 많았으므로 온 나라의 장사치들이 그 곳에 많이 모여들어 물화가 폭주(輻輳)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임진 왜란을 겪고 나서 번호가 한 사람도 없으므로 매매를 행하지 못한 지가 오래이다. 그런데 동쪽의 호인들이 이곳에다 개시하기를 청하는 것은 필시 옛일만 알고 지금의 상황은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두 나라가 이미 화친하여 중강에 개시를 허락한 이상 어찌 이곳에는 허락하면서 저곳에는 허락하지 않을 리가 있겠는가. 양서(兩西) 지방이 새로 병화를 겪어 재화의 저축이 아주 없는 상황이므로 중강의 개시도 제대로 모양을 이룰 수 없을까 싶은데, 더구나 회령의 텅빈 곳이야 어떠한 사람과 물화로 시장을 이루어 매매할 수 있겠는가. 자로중남 등이 이미 회령으로 갔다고 하니 필시 그런 상황을 직접 보고 와서 입으로 말할 것이고 수다스런 변명을 기다릴 것도 없이 반드시 시장을 이룰 수 없는 상황을 알게 될 것이다.’라고 하는 것이 온당할 것 같습니다."

하니, 답하기를,

"말을 만드는 데 있어 타당하지 못한 부분이 없지 않을 것이니 답서를 지을 적에 상의하여 고치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8책 18권 30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260면
  • 【분류】
    무역(貿易) / 외교-야(野)

    申景瑗高牙夫齎來汗書, 馳啓。 其書曰:

    金國汗, 致書于朝鮮國王弟。 今兩國旣成一國, 中江大開關市。 竊思東邊之民, 原在會寧做市矣。 今見此處開市, 皆欲往會寧貿易, 料無王命, 會寧官豈敢擅專? 故具悉預報, 如允當, 速令會寧官遵行。

    備局啓曰: "今見書, 有會寧做市, 如允當之語, 似非緊着必爲之意。 且高牙夫申景瑗曰: ‘仲男要見其父母, 與者老, 同往會寧’ 云。 以此參商, 則非汗之本意, 亦可知矣。 速令承文院, 修書答之曰: ‘前者藩之居六鎭者甚多, 一國商賈, 多聚其地, 物貨輻輳。 今則壬辰變後, 藩無一人在者, 不得行買賣已久, 而東邊之, 有此開市之請, 必是知舊而不知今也。 兩國旣與相和, 許開中江關市, 豈有許此, 而不許彼之理乎? 兩西新經兵火, 財畜蕩然, 中江開市, 亦恐無以成形。 況於會寧空虛之地, 以何人物, 得成市貿也? 者老仲男等已往會寧云, 必目見而來, 口能言之, 不待多辨, 而必知其不能爲市之狀矣云云’, 似當。" 答曰: "措語中, 不無未妥處, 撰出時商量改之。"


    • 【태백산사고본】 18책 18권 30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260면
    • 【분류】
      무역(貿易) / 외교-야(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