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간 윤황이 지금의 화친은 항복이니 화친하지 말 것을 상소하다
사간 윤황(尹煌)이 소장을 올렸다.
"오늘 화친한 것은 이름은 화친이지만 실지는 항복입니다. 전하께서 간신의 요행을 바라는 계책에 현혹되어 공의(公議)를 강력히 배격한 채 굴복하는 것을 마음에 달게 여겨, 이에 천승의 존엄함으로써 더러운 오랑캐의 차인(差人)을 친히 접견하였는가 하면 거만하고 무례한 모욕이 도를 넘었는데도 전하께서는 태연히 부끄럽게 여길 줄을 모르시니, 신은 통곡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더구나 이 적은 외로운 군대로 깊이 들어온 것이 이미 천리가 넘고 후원 부대가 없는데다 병졸은 피로하고 말은 지쳤으니, 이는 이른바 강노(强弩)의 마지막 형세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근왕병(勤王兵)은 바야흐로 모여들고 있으니, 강나루를 파수하기도 하고 들을 말끔히 치워놓고 기다리기도 하고 험한 곳에 의거해서 복병을 배치하여 유격병으로 섬멸하기도 한다면, 저들은 전진하여 싸울 수 없고 후퇴하여도 노략질할 데가 없어 열흘을 지나지 않아 저절로 무너질 형세입니다.
삼가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속히 오랑캐의 사자(使者)를 참수하여 뭇사람들의 심정을 위로해 주고 화친을 주장하여 나라를 그르친 신하를 참수하여 사특한 말을 끊어버리고 머뭇거리면서 무너져 버린 군대의 장수를 참수하여 군율을 진작시키소서. 그리고 오랑캐에게 뇌물로 준 물건을 회수하여 삼군(三軍)을 호궤하면 인심이 격려되고 사기도 자연히 배로 격앙될 것입니다."
- 【태백산사고본】 15책 15권 38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175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군사-군정(軍政) / 외교-야(野)
○司諫尹煌上疏曰:
今日之和, 名爲和, 而實則降也。 殿下惑於奸臣僥倖之計, 力排公議, 甘心屈伏, 乃以千乘之尊, 親接醜虜之差。 悖慢無禮, 侮辱備至, 而殿下恬然不知爲恥, 臣不勝痛哭焉。 況此賊, 懸軍深入, 已踰千里, 軍無後繼, 卒疲、馬倦, 此所謂强駑之末勢, 而我勤王之師方集, 或把守江津, 淸野以待; 或據險設伏, 勦殺游騎, 則彼前不得鬪, 退無所掠, 不過十日, 有自破之形矣。 伏願殿下, 亟斬虜使, 以慰群情; 斬主和誤國之臣, 以絶邪說; 斬逗撓奔潰之將, 以振軍律; 回賂胡之物, 以犒三軍, 則人心激厲, 士氣自倍矣。
- 【태백산사고본】 15책 15권 38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175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군사-군정(軍政) / 외교-야(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