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이 청 군대의 이동 상황, 국서의 천계 용어 등에 대해 치계하다
강인이 치계하기를,
"호병이 처음에는 보산평(寶山坪)에 병사를 주둔시키고 화친이 결정되기를 기다리고자 하더니, 갑자기 오늘 평산(平山)으로 이주한다면서 고집하기를 ‘군사가 군량과 꼴이 없어 부득이 앞으로 가지만 지금 이후로 다시는 한 걸음도 전진하지 않기로 하늘을 가리켜 맹세하겠다.’ 하였습니다. 이 말을 믿을 수는 없지만 충돌하는 걱정에 대해서는 수일 동안은 무사함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니, 우선은 강홍립이 돌아가기를 기다리소서. 다소의 곡절은 모두 홍립이 입으로 전하기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하고, 또 치계하기를,
"신이 평산 보산평의 호장이 주둔한 군영에 이르자 호인 고가(高哥)·유해(劉海)·박 통사(朴通事) 등이 신을 보고 국서를 보자고 요구하기에 신이 꺼내어 보여주니, 유해가 글로 써서 보여주기를 ‘보아하니 문서 내용에 타당하지 않는 곳이 있으니 강화하기 어려울 것 같다. 또 천계(天啓) 두 글자도 타당하지 않으니 계(啓)자를 총(聰)자로 바꾸는 것이 어떻겠는가?’ 하기에, 신이 2백 년 동안 신하로 섬긴 의로 답하니 매우 성내지는 않았습니다. 야간에 호장이 강홍립·오신남(吳信男)·박난영(朴蘭英) 등과 고(高)·유(劉) 두 호인을 신이 유숙한 곳으로 보내왔는데, 고·유가 말하기를 ‘화친하는 일은 이미 결정되었으나 다만 한 가지 일이 완결되지 않았다. 이 일이 완결되지 않으면 물러갈 수 없다. 전진하려고 하면 민정이 놀라 동요하여 화친하는 일에 방해가 있을 것이며, 여기에 머물러 결과를 보고 돌아가려 하면 들판에서 노숙하게 되고 군량과 꼴도 곤란할 것이다.’ 하였습니다. 이렇게 말했기 때문에 본도의 관찰사에게 이문하여 그로 하여금 군량과 꼴을 나누어 배정하게 하였습니다. 화친하려는 뜻이 실정에서 나온 것 같으므로 홍립이 그 상황을 말로 개진하기를 기다리려 합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5책 15권 32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172면
- 【분류】군사-군정(軍政) / 외교-야(野)
○姜絪馳啓曰: "胡兵初欲於寶山坪駐兵, 以待和好之定, 忽於今日, 移駐平山, 執言以爲: ‘軍士無糧草, 不得已前往, 今後則更不進一步, 指天爲誓。’ 此言雖不可信, 衝突之患, 可保數日無事, 姑待姜弘立之還。 多少曲折, 都在弘立口傳云。" 又馳啓曰: "臣到平山 寶山坪胡將駐營之所, 胡人 高、哥、劉海、朴通事等見臣, 要見國書, 臣出而示之, 則劉海書以示之曰: ‘看來, 文書內, 有不妥處, 似難講和也。 又天啓二字, 亦不妥當, 以聰字, 易啓字何如?’ 臣以二百年臣事之義, 答之則不甚發怒。 夜間, 胡將使弘立、吳信男、朴蘭英等及高、劉兩胡, 來見臣于宿處, 高、劉言: ‘和事已定, 但一事未完。 此事未完, 不可退去。 欲前進則民情駭動, 有妨和事; 欲留于此, 以待結末而還, 則暴露郊野, 糧草亦艱。’ 以此爲言, 故移文本道觀察使, 使之分定糧草。 和意似出於實情, 而欲待弘立口陳其狀云。"
- 【태백산사고본】 15책 15권 32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172면
- 【분류】군사-군정(軍政) / 외교-야(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