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미정에 행차하여 나룻터 기찰·방패선·군량·임진강 방어·화친 등에 대해 논하다
상이 연미정(燕尾亭)에서 군사를 사열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승천부(升天府)는 어느 곳에 있으며 형석(衡石)은 어느 방향에 있는가?"
하니, 김류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대답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경은 어찌 나루터를 기찰하지 않는가?"
하자, 김류가 아뢰기를,
"원망하는 말이 매우 많습니다. 이 때문에 중지하였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장계를 가지고 오는 사람이 아니면 일체 나루터를 건너도록 허락하지 말라."
하였다. 김류가 아뢰기를,
"그러면 피란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모두 군색하게 될 것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일이 이미 위급한데 어찌 작은 폐단을 생각할 수 있겠는가."
하고, 상이 승지 오숙으로 하여금 형세를 두루 살펴보게 하였다. 주사 대장 구인후가 와서 알현하자, 상이 이르기를,
"새로 건조한 방패선(防牌船)이 몇 척이나 되는가?"
하니, 인후가 아뢰기를,
"이미 건조한 것이 4척이고 앞으로 완성될 것이 1척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그것은 너무 적지 않은가?"
하니, 인후가 아뢰기를,
"목수만 적을 뿐 아니라 선재도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였다. 방어사 이시백(李時白)이 장수와 군사를 거느리고 뜰에서 알현하니, 상이 이르기를,
"그대들이 나라를 위해 근로하여 여러 날을 한데서 거처하니, 내가 몹시 염려하여 한밤중에 잠이 오지 않는다. 지금 흉봉이 날로 핍박하니, 그대들은 각각 생각해서 힘을 다하여 불세지공(不世之功)을 도모하라."
하였다. 시백이 아뢰기를,
"군량이 장차 떨어지게 되었고 화약도 매우 적은데 어찌해야 되겠습니까?"
하니, 상이 아뢰기를,
"마땅히 체신에게 말하여야 한다. 듣건대 경이 사졸과 더불어 고락을 함께 한다고 하니 진실로 가상하고 기쁘다."
하였다. 박동선이 아뢰기를,
"임진강을 방어하여 지키는 것에 있어서 시기를 놓칠 수 없습니다."
하고, 이목이 아뢰기를,
"장강(長江)은 천연적인 해자인데 버리고 지키지 않으니, 적이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통곡할 일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이미 의논하여 결정하였으니 지금 다시 고치기가 어렵다."
하였다. 윤황(尹煌)이 아뢰기를,
"상께서 대간은 모두 오활한 선비라서 더불어 일을 계획할 수 없다고 하셨는데, 오늘날 나라를 그르친 것이 묘당이 아니고 누구입니까. 적의 침공 소식이 이르자마자 앞다투어 서울을 버릴 것을 청하였으며, 오랑캐의 차인이 한번 오자 화친을 요구하기를 미처 하지 못할 듯이 하였으며, 임진강의 천연적인 해자를 버리고 지키지 않았으며, 남한의 고립된 성에 대군을 헛되이 묵히고 있으니, 나라가 망하지 않기를 바란들 될 수 없는 것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지금 화친을 허락한 것은 계책이 전쟁을 완화시키려는 데에 있는데, 대론이 이에 이른 것은 역시 과하지 않는가."
하였다. 윤황이 아뢰기를,
"화의가 한번 나오자 군정(軍情)이 해이해졌으니, 오랑캐의 사자를 참하여 삼군의 사기를 고무시키소서."
하였으나, 상이 답하지 않았다. 집의 엄성이 아뢰기를,
"모름지기 전후의 적의 글과 답서를 명나라에다 아뢴 뒤에야 할 말이 있게 될 것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진실로 그대의 말과 같다. 의논하여 조처하겠다."
하였다. 상이 연미정에서 돌아오면서 송악산(松岳山)에 올라 지형을 두루 살펴보았다.
- 【태백산사고본】 15책 15권 29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170면
- 【분류】군사-군정(軍政) / 외교-야(野) / 교통-수운(水運)
○上視師于燕尾亭。 上曰: "升天府在何地, 衡石在何方?" 金瑬指點而對之。 上曰: "卿何不譏察津渡乎?" 瑬曰: "怨言甚多。 是以止之。" 上曰: "非狀啓持來人, 切勿許渡。" 瑬曰: "避亂之人, 必皆窘憫。" 上曰: "事已危急, 何慮小弊?" 上使承旨吳䎘, 周覽形勢。 舟師大將具仁垕來謁, 上曰: "新造防牌船, 幾艘?" 仁垕曰: "已造者四, 將完者一。" 上曰: "不其太少乎?" 仁垕曰: "非但木手, 船材亦難。" 防禦使李時白, 率將士, 見於庭。 上曰: "爾等爲國勤勞, 累日暴露, 予甚念慮, 中夜無寐。 今者兇鋒日逼, 爾等各思竭力, 以圖不世之功。" 時白進曰: "軍糧將絶, 火藥甚少, 奈何?" 上曰: "當言于體臣。 聞卿與士卒同甘苦, 良用嘉悅。" 朴東善啓曰: "臨津防守, 時不可失。" 李楘曰: "長江, 天塹, 棄而不守, 賊其謂何? 可爲痛哭。" 上曰: "旣已講定, 今難更改。" 尹煌曰: "自上以爲, 臺諫皆是迂儒, 不足與計事, 而今日之誤國, 非廟堂而誰乎? 賊報纔至, 爭請去邠; 虜差一來, 求和如不及。 臨津天塹, 棄而不守; 南漢孤城, 虛老重兵, 欲國無亡, 不可得也。" 上曰: "今之許和, 計在緩兵, 而臺論至此, 不亦過乎?" 尹煌曰: "和議一出, 軍情解弛。 請斬虜使, 以鼓三軍之氣。" 上不答。 執義嚴惺曰: "須將前後賊書及答書, 具奏天朝然後, 可以有辭。" 上曰: "誠如爾言, 當議處焉。" 上還自燕尾亭, 遂登松岳, 周覽地形。
- 【태백산사고본】 15책 15권 29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170면
- 【분류】군사-군정(軍政) / 외교-야(野) / 교통-수운(水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