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건너 행궁에 도착하고, 청 사신이 화친의 뜻을 보이다
상이 강을 건너가 진해루로 나아갔다. 하교하기를,
"충청 수사 정응성(鄭應聖)이 인솔한 전선(戰船)의 여러 가지 기구가 완벽하고 충실하니 가자토록 하라."
하였다. 윤방이 나아가 아뢰기를,
"답서와 예물을 의논해서 결정해야 하는데, 마땅히 목면(木綿) 1백 동(同)을 보내야 합니다."
하고, 오윤겸도 그렇게 하자고 하였다. 이정구가 아뢰기를,
"강을 건너서 들어온 군병은 마땅히 맡길 지역을 결정해야 하는데 군병이 적으니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전라 병사는 어찌하여 지금까지 오지 않는가. 그리고 주사 대장(舟師大將)은 누가 적합한가?"
하였다. 김류가 구인후(具仁垕)로 차정할 것을 청하니, 상이 그대로 따랐다. 상이 최명길에게 이르기를,
"호차가 뭐라고 하던가?"
하니, 최명길이 아뢰기를,
"단지 화친을 할 것인가 화친을 하지 않을 것인가에 대해서만 말하였다 합니다."
하였다. 이경직(李景稷)이 뵙기를 청하여 아뢰기를,
"지금 들으니 호차가 현재 승천부에 와 있다고 하는데 우리측에서 한 번도 치문(致問)하지 않았으니 저들이 비록 미개하다고 하지만 어찌 박대하는 줄 모르겠습니까. 호차가 ‘화친하는 일이 성사되면 마땅히 머리를 조아리고 돌아가겠다.’고 하였다 하니 이것이 화호(和好)할 의사가 아니겠습니까. 일이 매우 시급한데 이렇게 지연시키니 오늘은 저물었고 내일이면 늦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이미 묘당으로 하여금 의논해서 결정하도록 하였다."
하였다. 상이 타던 말이 미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이에 건너 왔다. 상이 드디어 말을 타고 행궁에 이르니 날이 이미 어두웠다. 시신과 종관(從官)은 사람과 말이 서로 떨어져 강위에 서 있기도 하고 남쪽 언덕에 있기도 하여 서로 부르는 소리가 밤새도록 그치지 않았다. 당시의 사람들이 말하기를 ‘병기 한림(並騎翰林)·도보 간관(徒步諫官)’이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5책 15권 20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166면
- 【분류】인사-관리(管理) / 군사-군기(軍器) / 무역(貿易) / 외교-야(野)
○上渡江, 御鎭海樓, 下敎曰: "忠淸水使鄭應聖所領船, 凡具完實, 加資。" 尹昉進曰: "答書及禮物, 可以講定, 宜送以木綿百同。" 允謙曰: "然。" 廷龜曰: "入來軍兵, 當定信地, 而兵少如之何?" 上曰: "全羅兵使, 何至今不來乎? 且舟師大將, 誰可者?" 瑬請以具仁垕差定, 上從之。 謂鳴吉曰: "胡差有所云云耶?" 鳴吉曰: "只言其和與不和云矣。" 李景稷請對曰: "今聞胡差時在昇天府, 而自我一不致問, 彼雖禽獸, 豈不知薄待乎? 胡差自言: ‘和事將成, 則當叩頭而去’ 云, 此非和好之意乎? 事在呼吸, 而若是遲難, 今日已暮, 明日則晩矣。" 上曰: "已令廟堂講定矣。" 上所乘馬未及渡, 良久乃至, 上遂行至行宮, 日已暝矣。 侍臣、從官, 人馬相失, 或立江上, 或在南岸, 呼號之聲, 終夜不止。 時人語曰: "竝騎翰林、徒步諫官。"
- 【태백산사고본】 15책 15권 20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16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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