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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실록15권, 인조 5년 1월 6일 갑술 5번째기사 1627년 명 천계(天啓) 7년

호패 정돈에 대해 각도 어사에게 구언하다

상이 순안 어사를 인견하였다. 전라 좌도 이경여, 경상 좌도 신계영(辛啓榮), 충청 좌도 최유해(崔有海), 경상 우도 강석기(姜碩期), 함경도 조정호(趙廷虎), 황해도 민응회(閔應恢), 강원도 이경의, 평안도 홍명구(洪命耉), 충청 우도 심지원(沈之源), 전라 우도 박황(朴潢) 등 열 사람이다. 상이 이르기를,

"그대들은 분부를 받은 지가 이미 오래이니 반드시 생각한 바가 있을 것이다. 사목 가운데에 소루한 곳이 있는가?"

하였다. 최유해가 아뢰기를,

"신의 소견은 상소 중에 이미 다 아뢰었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마땅히 의논하여 처리하겠다."

하였다. 홍명구가 말하기를,

"평안도는 호패에 입적(入籍)한 자가 열에 두셋은 되는데 적군(籍軍)을 함에 있어서는 서로 도피한다 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변통하는 방도는 사목에 있다."

하였다. 이경여가 아뢰기를,

"덕의(德意)를 선포하는 일은 사신에게 달려 있으니 늙어서 제대시킨 군인은 나이를 상고하여 영원히 면제를 허락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또 2∼3세 아동으로서 군역에 책정된 자가 있기 때문에 양민 중에 자식 많은 자들이 유망(流亡)하는 일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지금 이 사목 가운데에는 단지 5세 이하만 군역에 보충된 자를 면제시켰으니, 10세 이하의 은전을 입지 못한 자들은 또한 원통하지 않겠습니까. 신의 어리석은 생각에는 15세 미만인 자들은 우선 군역을 책정하지 말고 따로 성책(成冊)을 해 두고 뽑아 놓은 여정(餘丁)들로 그 빈 자리를 채워서 나이가 차기를 기다린다면 사의(事宜)에 합당할 듯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마땅히 본청으로 하여금 의논해 처치토록 하겠다."

하였다. 강석기가 아뢰기를,

"지금 경장(更張)을 하게 되면 반드시 산실하는 폐단이 있을 것입니다."

하니, 이경여가 아뢰기를,

"비록 군액이 날로 축소된다 하더라도 어찌 차마 미성인(未成人)을 군역에 충당할 수 있겠습니까."

하고, 조정호는 아뢰기를,

"이경여의 말이 진실로 옳습니다."

하였다. 이경여가 아뢰기를,

"왕자(王者)가 백성을 사랑하는 방도는 반드시 성의를 가지고 서로 신뢰한 뒤에야 민심이 스스로 복종을 하는 것입니다. 만일 적군만을 일삼고 백성의 원한과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는다면 군사가 아무리 많다 한들 어디에 쓰겠습니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노제(老除)003) 를 조사하면서 어린이들에게는 미치지 않았으니 원망이 있을 듯하다. 그러나 어린이를 군역에 충정한 것은 호패법 이전에 있었던 일이고 노제를 사문 조사한 것은 적군한 뒤에 있었던 일이니 정체(政體)로 헤아려 볼 때 다시 개혁하는 것은 타당치 않을 듯하다."

하였다. 상이 또 이르기를,

"강에서 낙방한 유생들에 대해 혹자는 ‘단지 군포만을 거두게 하는 것 또한 권장하는 일이 될 것이다.’ 하고, 혹자는 ‘이와 같이 허술하게 해서는 안 된다.’ 하니, 두 가지 말 중에 어느 것이 옳은가?"

하니, 이경여가 아뢰기를,

"강하는 책을 비록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다른 책을 가지고 시험하여 약간 문리가 있는 자는 입격시키도록 하고 그렇지 못한 자는 도태시키는 것도 또한 하나의 방도입니다."

하였다. 조정호가 아뢰기를,

"그렇게 되면 강에서 낙방한 자는 적고 낙방하지 않은 사람은 많을 것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남북이 현격하게 다르니 삼남(三南)의 명령을 받은 신하는 한결같이 사목에 의해서 하라. 서북도는 여유를 두지 않을 수 없다."

하였다. 홍명구가 아뢰기를,

"신이 일찍이 고관(考官)으로서 본도에 명령을 받았었는데 그곳에도 글을 해독하는 자가 많이 있었습니다. 청천(淸川) 이남은 《대학》을 강하는 데서 낙방하는 자는 없을 듯합니다."

하였다. 이들 열 사람이 나갔다. 상이 하교하기를,

"호패를 정돈하는 일에 국가의 안위(安危)가 달려 있다. 상하(上下)가 경영해 온 지 수년 만에 일이 이제 겨우 질서가 잡혀가고 있다. 각도의 어사들이 만일 심력(心力)을 다해 받들어 행하지 않는다면 나라의 일은 잘못될 것이다. 어사 중 만일 사정에 끌려 국사를 생각하지 않는 자, 오랫동안 머무르는 것에 싫증을 내어 심력을 다하지 않는 자, 한갓 위엄만 숭상하고 원왕(冤枉)을 살피지 않는 자, 출척을 공정히 하지 아니하여 관사를 파괴하는 자, 주연(酒宴)에 흠뻑 빠져 열읍(列邑)에 폐해를 끼치는 자 등이 있다면 비단 일시적인 이의(吏議)를 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평생 동안 허물을 짊어지게 되어 영원히 다시는 조정의 대열에 서지 못하게 될 것이며 조금도 용서 받지 못할 것이니 각각 조심하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5책 15권 2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157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군사-군정(軍政) / 호구-호적(戶籍) / 신분(身分)

  • [註 003]
    노제(老除) : 늙은이에게 군역을 면제함.

○上引見巡按御史全羅左道 李敬輿慶尙左道 辛啓榮忠淸左道 崔有海慶尙右道 姜碩期咸鏡道 趙廷虎黃海道 閔應恢江原道 李景義平安道 洪命耉忠淸右道 沈之源全羅右道 朴潢等十人。 上曰: "爾等受命已久, 必有所懷。 事目中有踈漏處耶?" 有海曰: "臣之所見, 已盡於疏中。" 上曰: "當議處。" 命耉曰: "平安道則號牌入籍者, 十居二三, 及其籍軍, 爭相逃避云矣。" 上曰: "變通之道, 在於事目。" 李敬輿曰: "宣布德意, 在於使臣。 老除之軍, 考其年歲, 永許蠲除。 且有二三歲兒而定役者, 故良民多子者, 流亡相繼。 今玆事目中, 只除五歲以下之充役者, 十歲以下之未蒙恩典者, 不亦冤乎? 臣之愚意, 未滿十五歲者, 姑勿定役, 別令成冊, 以所得餘丁, 充其虛位, 以待年滿, 則似合事 宜。" 上曰: "當令本廳議處。" 碩期曰: "今欲更張, 則必有散失之弊。" 敬輿曰: "雖軍額日縮, 何忍以未成人充役?" 廷虎曰: "敬輿之言誠是。" 敬輿曰: "王者愛民之道, 必誠意相孚然後, 民心自服。 若以籍軍爲事, 不問民之怨苦, 則兵雖多, 焉用?" 上曰: "査問老除, 而不及幼稚, 似乎有冤。 然幼稚定役, 在於號牌之前, 査問老除, 在於籍軍之後, 揆諸政體, 似不當更革。" 上又曰: "落講儒生, 或者以爲: ‘只令收布, 亦涉勸奬。’ 或以爲: ‘不可如是歇後。’ 二說孰是?" 敬輿曰: "所講之書, 雖未通解, 試以他書, 稍有文理者, 許以入格, 不能者汰去, 是亦一道。" 廷虎曰: "然則落講者少, 不落者多。" 上曰: "南北懸殊, 三南受命之臣, 則一依事目, 西北道則不可不寬假。" 命耉曰: "臣曾以考官, 受命于本道, 其地亦多有解文者。 淸川以南, 則似無落講於《大學》者矣。" 十人出, 上下敎曰: "號牌整頓之擧, 係國家安危。 上下經營數年, 事纔就緖。 各道御史, 若不盡心奉行, 則國事去矣。 御史中如有循私情, 不念國事者; 厭久留, 不盡心力者; 徒尙威稜, 不察冤枉者; 黜陟不公, 壞了官事者; 沈酗酒宴, 貽弊列邑者, 則非但難免一時之吏議, 終身負累, 永不還齒朝列, 少無饒貸, 其各欽哉!"


  • 【태백산사고본】 15책 15권 2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157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군사-군정(軍政) / 호구-호적(戶籍) / 신분(身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