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례연을 행하고 중국 사신에게 더 머물기를 요청하면서 왕세자를 만나게 하다
상이 남별궁에 행행하여 회례연(回禮宴)을 행하였다. 상이 말하기를,
"대인께서 영광스럽게 와림하신 지 오래지 않아 갑자기 돌아가실 뜻을 보이시니 온 나라의 신민이 서운해 하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어제 조금 더 머물겠다는 명을 받았으니 이는 다행이지만 오래 머물러 동방 사람의 바람을 위로해 주시길 다시 바랍니다."
하니, 조사가 말하기를,
"사신의 직무는 조서를 반포하는 것에 불과하고, 더군다나 돌아가는 길에 모영(毛營)의 병마를 반드시 점검하라는 황제의 명을 받았으니, 어찌 감히 조금인들 늦출 수가 있겠습니까."
하였다. 상이 말하기를,
"병마를 점검하는 것이 급하다 하더라도 돌아갈 때 며칠이면 처리할 일에 불과하니 우리에게서 하루 이틀 더 묵으신다 해서 못 미칠 걱정이 뭐 있겠습니까. 전부터 조사가 오면 반드시 몇 순(旬) 동안 머문 것은 동방 사람의 바람을 위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대인께서는 돌아갈 기일을 조금 늦추어 이 소원에 부응해 주십시오."
하고, 누누이 머물기를 청해 마지않으니, 조사가 비로소 말하기를,
"우리들도 역시 전의 규례를 들었는데 사신으로 온 사람이 일찍이 5∼6일 동안 체류한 적이 없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이 후의에 감격하여 억지로 며칠 머물렀으니 또한 이미 족하였습니다. 현왕께서 또 머물기를 청하시는 것이 이처럼 지극하시니 의를 저버릴 수가 없습니다. 패문(牌文)을 돌이켜 날짜를 조금 물렸으면 합니다."
하였다. 상이 말하기를,
"대단히 기쁘고 다행스럽습니다."
하고는 이어서 의식대로 행주하였다. 상이 말하기를,
"돈아(豚兒)가 예절에 익숙하지 못하고 또 책명(冊命)을 받지 못하였기 때문에 감히 대인을 뵙도록 하지 못하였습니다. 이제 대인의 명을 어기기가 어려워 와서 알현하게 하고자 하니, 대인께서 불러다 가르쳐 주십시오."
하니, 조사가 말하기를,
"어진 부왕이 위에 계시어 가정의 교훈이 반드시 엄할 것인데 예절에 대해 어찌 모를까 걱정하겠습니까. 상견하기를 원합니다."
하자, 상이 말하기를,
"당치 않습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3책 13권 9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108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종친(宗親) / 외교-명(明)
○戊子/上幸南別宮, 行回禮宴。 上曰: "大人光臨未久, 遽示回程之意, 擧國臣民, 莫不缺然。 昨蒙少留之命, 此則多幸, 而更望久留, 以慰東人之望。" 詔使曰: "使臣之職, 不過頒詔而已。 況於歸路, 毛營兵馬, 必須點閱。 皇命在身, 豈敢少緩?" 上曰: "點兵雖急, 不過回還時數日底事也。 於我信宿, 何患不及? 自前詔使之來, 必留數旬者, 所以慰東人之望也。 願大人, 少遲回期, 以副此願。" 縷縷請留不已, 詔使始曰: "俺等亦聞前規, 奉使者未嘗有五六日淹留也,。 而俺等爲感厚情, 强留累日, 亦已足矣。 賢王又從而請留, 至於此極, 厚義不可孤。 請招還牌文, 差退其日字。" 上曰: "不勝喜幸。" 仍行酒如儀。 上曰: "豚兒不閑禮節, 且未受冊命, 故不敢使見於大人矣。 今者重違大人之命, 將欲使之來謁, 願大人, 進而敎之。" 詔使曰: "賢父在上, 庭訓必嚴, 其於禮節, 何患不識? 願與相見。" 上曰: "不敢。"
- 【태백산사고본】 13책 13권 9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108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종친(宗親) / 외교-명(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