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신이 제천정에 나가 유람하다
조사가 제천정(濟川亭)에 나가 놀았다. 우의정 신흠(申欽), 관반 이정구(李廷龜), 원접사 김류 등이 재배례(再拜禮)를 행하기를 청하니, 양사가 사양하며 말하기를,
"해가 이미 저물어가고, 정자가 빼어난 경치이긴 하지만 배에 올라 양화도(楊花渡)로 내려가 배를 타고 돌아가지 않을 수 없으니, 이것이 매우 좋은 일이외다. 더군다나 제현(諸賢)의 좋은 모임에 함께 배를 타고 가면서 중류에서 정답게 이야기를 하면 되니, 여기에서 연회를 베풀 것은 없소이다."
하고는 즉시, 배에 올라 모두 편복으로 자리에 앉게 하였다. 또 행주(行酒)를 청하니, 양사가 말하기를,
"오늘은 바로 좋은 모임이고 이미 관대를 벗었으니, 술잔을 돌리며 이야기를 나눌 것이지 하필 예수(禮數)로 사람을 피곤하게 하겠소이까."
하여, 드디어 자리 위에서 행주하여 5∼6순배가 돌았다. 두 사신이 노를 빨리 저으라고 재촉하여 양화도로 내려가게 하였다. 관반과 여러 사람이 상의하기를,
"이제 이미 해가 졌는데, 만약 잠두령(蠶頭嶺)으로 내려가면 거의 4경(更)에 이르러 형세상 반드시 낭패할 것이다."
하고는, 역관으로 하여금 고하게 하기를,
"잠두령은 본디 경치가 좋은 곳이어서 전부터 조사들이 놀지 않음이 없었으나 하루에 다 가서 본 때는 드물었습니다. 대인의 행차가 바쁘시고 또 왕래하는 폐단을 생각하시어 오늘 가서 보고자 하시지만 마침 해가 저물어 갔다 돌아오기 어려운 형세입니다. 오늘은 중류에서 흔들거리며 달빛을 타고 돌아갔다고 모름지기 다른 날 가서 유람하소서."
하니, 양사가 말하기를,
"행차가 바빠 다른 날 가기는 어려울 듯하외다."
하였다. 술을 8∼9순배 돌리고는 파하여 돌아왔다.
- 【태백산사고본】 13책 13권 8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108면
- 【분류】외교-명(明)
○丁亥/詔使出遊濟川亭。 右議政申欽、館伴李廷龜、遠接使金瑬等行再拜禮, 請行酒禮, 則兩使辭曰: "日已向暮, 亭雖奇勝, 不可不上船, 流下楊花渡, 乘船而歸, 甚是勝事。 況諸賢高會, 可與同舟, 中流穩話, 不必排宴於此。" 卽爲上船, 皆令以便服就坐。 又請行酒, 則兩使曰: "今日乃是佳會, 旣脫落冠帶, 把杯相話, 何必以禮數困人哉?" 遂於座上行酒, 至五六巡。 兩使促櫓, 令下楊花渡。 館伴諸人相議曰: "今已日沒, 若下蠶頭嶺, 則幾至四更, 勢必狼狽", 令譯官告之曰: "蠶頭固是勝地, 自前詔使, 無不往遊, 而鮮有一日竝行之時。 大人行忙, 且念往來之弊, 欲於今日往觀, 而適日晩, 勢難往還。 今日則中流搖曳, 乘月以返, 須於別日往遊" 云, 兩使曰: "行忙似難別往矣。" 酒行八九巡, 遂罷歸。
- 【태백산사고본】 13책 13권 8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1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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