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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실록10권, 인조 3년 9월 21일 병인 1번째기사 1625년 명 천계(天啓) 5년

출사한 이원익에게 국정에 대해 묻다

상이 자정전에 나아가 영의정 이원익을 인견했는데 상이 환관에게 명하여 부축하고 들어오게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경이 나라를 걱정하다가 병이 되어 여러 달 동안 위독했는데 지금 다시 만나게 되니 내 마음만 기쁠 뿐 아니라 실로 백성들의 복이다."

하니, 이원익이 눈물을 흘리면서 아뢰기를,

"신이 외람되이 소명을 받고 부축받으며 대궐에 나왔습니다. 그런데 특별히 은지(恩旨)를 내려 숙배(肅拜)하지 말고 견여(肩輿)로 들어오게 하셨으니 더욱 감당할 수 없어 엉금엉금 기어 들어왔습니다. 성상을 지척에 모신 자리에 실례가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황공하여 대죄합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대궐에 들어올 즈음에 기운이 손상되지는 않았는가? 마음이 실로 편치 못하다."

하니, 대답하기를,

"신이 반정(反正) 초기에 들어올 때에도 나이가 80에 가까웠으므로 종사(宗社)가 다시 평안하고 시사(時事)가 조금 안정되면 물러가려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인심과 세도가 날로 글러지고 변방의 일도 매우 허술하고 우려스러워 신의 분의에 물러가서는 안 되겠다고 여겼습니다. 상께서 시세가 이렇다고 하여 지기가 저상되지 않고 한결같이 마음에 새겨 면려하시어 아름다운 말이 감춰지지 않게 하시고 인재가 등용되지 않음이 없게 하시면 국가가 잘 다스려질 것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하늘의 재변이 이와 같아 밤낮으로 우려스럽고 두렵다. 경이 이제 출사했으니 위태로움을 편안함으로 돌이켜 주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하니, 원익이 아뢰기를,

"전일 직언을 구하는 교서를 내리신 것만도 깨달은 바가 많은 것입니다. 이 마음을 시종 한결같이 하신다면 국사가 자연히 태평해질 것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경은 편안히 앉아서 품고 있는 생각을 모두 말하라."

하고, 이어 이르기를,

"하늘의 재변과 사람의 원망은 반드시 불러들인 이유가 있는 것이다. 조정의 정사에 어떤 일이 잘못되었으며 나에게 또한 어떤 잘못이 있어 그런지 모르겠다."

하니, 원익이 아뢰기를,

"구언하는 전교가 간절하고 애절하신데 누군들 말을 다하지 않겠으며, 성명께서 채용하신다면 무슨 일인들 이루지 못하겠습니까. 신이 한두 가지 일을 덧붙여 말씀드린다고 한들 다스리는 도리에 무슨 도움이 있겠습니까."

하였다. 상이 또 이르기를,

"지금 사람을 기용하는 도리를 상실했다고 할 만하다. 그러나 등용할 만한 사람은 누구이고 등용해서는 안 될 자는 누구인지 모르겠다."

하니, 원익이 아뢰기를,

"신하를 아는 데는 임금만한 이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는 점차적으로 해야 하는 것입니다. 어찌 한두 사람을 가지고 다스릴 수 있겠습니까."

하였다. 상이 다시 이르기를,

"나라를 다스리는 도리는, 인재를 얻는 것을 우선으로 하는 것이다. 경은 반드시 등용할 만한 사람을 알 것이다. 재신(宰臣) 가운데 누가 쓸만한 사람이고 낭료(郞僚) 가운데 누가 쓸만한 사람인가?"

하니, 원익이 아뢰기를,

"신은 이미 나이가 늙어서 같은 때의 서로 알던 사람들 가운데 생존한 사람이 없습니다. 그리고 어느 사람이 쓸만한 사람이라고 한다고 하더라도 관직을 맡겨 보지 않았으니 어떻게 확실히 알 수 있겠습니까."

하였다. 상이 재삼 하문하였으나 원익은 여전히 사양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대신이 국사를 담당하지 않기 때문에 국사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흐트러지게 되었다."

하자, 원익이 아뢰기를,

"신의 역량으로 어떻게 진정시킬 수 있겠습니까."

하였다. 상이 환관을 시켜 안에서 낙죽(酪粥)을 내어다 먹이게 하였다. 승지 이민구(李敏求)가 아뢰기를,

"영상이 아직 숙배하지 않았기 때문에 밀부(密符)를 받지 않는데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주어서 보내야 한다."

하였다. 상이 또 이르기를,

"요즘 시행하고 있는 호패법은 어떠한지 모르겠다."

하니, 원익이 아뢰기를,

"신이 당초 의논드릴 때에 이미 호패법을 시행해서는 안 된다고 진달했으므로 다시 진달할 말이 없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세자가 경을 만나고 싶어하니 경은 나갈 때 잠깐 보고 가는 것이 좋겠다."

하였다. 원익이 물러나오니, 세자가 이원익을 보고 말하기를,

"오랫 동안 만나지 못하여 늘 연모하는 마음이 간절하였는데 이제 출사(出仕)하였으니 매우 기쁘고 다행스럽소."

하니, 원익이 아뢰기를,

"저하(邸下)께서는 춘추(春秋)가 한창이시니 십분 학문에 힘쓰시면 다행이겠습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0책 10권 11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33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丙寅/上御資政殿, 引見領議政李元翼。 上命小宦, 扶掖而入。 上曰: "卿憂國成病, 彌留數月。 今得再見, 非徒予心則喜, 實蒼生之福也。" 元翼垂淚曰: "臣猥承召命, 扶曳詣闕, 而特降恩旨, 使勿肅拜。 肩輿之命, 尤不敢當, 匍匐入來。 咫尺天威, 失禮至此, 惶恐待罪。" 上曰: "入來之際, 無乃致傷耶? 心實未安。" 對曰: "臣反正初入來時, 年近八十, 宗社旣已再安, 時事少定, 則思欲退去矣。 近來人心、世道日非, 邊事亦甚踈虞, 臣已分其不可退去。 自上若不以時勢如此而摧沮, 一向刻勵, 使嘉言罔攸伏, 人才無不用, 則國其庶幾矣。" 上曰: "天災如此, 晝夜憂懼。 卿今出仕, 轉危爲安, 深有望焉。" 元翼曰: "前日求言之敎, 思過半矣。 此心終始如一, 則國事自然安泰矣。" 上曰: "卿其安坐, 畢言所懷。" 仍曰: "天災、民怨, 必有所召。 未知朝政, 何事爲失, 而寡昧亦有何闕失耶?" 元翼曰: "求言懇惻, 誰不盡言? 聖明若加採用, 何事不成? 臣雖贅言一二事, 豈能有補治道乎?" 上又曰: "方今用人, 可謂失其道矣。 未知可用者, 誰; 不可用者, 誰歟?" 元翼曰: "知臣莫如君, 且當漸次爲之。 豈可以一二人爲治乎?" 上更曰: "爲國之道, 得人爲先。 卿必知可用之人, 宰臣中誰可用; 郞僚中誰可用乎?" 元翼曰: "臣旣年老, 同時相知, 已無存者。 雖或言某人可用, 而不曾任使, 何能灼知?" 上再三咨訪, 而元翼辭謝如前。 上曰: "大臣不爲擔當國事, 故國事渙散至此也。" 元翼曰: "以臣力量, 何能鎭定乎?" 上令小宦, 出酪粥於內, 以饋之。 承旨李敏求曰: "領相以時未肅拜之故, 不受密符, 何以爲之?" 上曰: "授送可也。" 上曰: "近日方行號牌之法, 未知何如耶?" 元翼曰: "臣當初獻議時, 已陳其不可, 更無所達矣。" 上曰: "世子欲見卿, 卿出去時, 暫見可也。" 元翼退出。 世子見元翼曰: "久不相見, 常切戀思。 今也出仕, 喜幸極矣。" 元翼曰: "邸下春秋方盛, 十分勉學幸甚。"


    • 【태백산사고본】 10책 10권 11장 B면【국편영인본】 34책 33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