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방이 군적 편성보다 호패법을 먼저 시행할 것을 건의하다. 김류가 나만갑의 부임지를 바꾸어 주기를 청하다
상이 조강에 자정전에서 《맹자》를 강하였다. 영사 윤방(尹昉)이 아뢰기를,
"병조의 의사는 군적(軍籍) 편성하는 일을 먼저 거행하려고 하는데 이것은 도망하고 죽은 자를 깨끗이 정리하는 급무입니다. 그러나 만일 군적 편성하는 법을 먼저 시행하면 사족(士族)의 자제가 반드시 의구심을 품게 될 것이니, 호패법(號牌法)을 먼저 시행하는 것만 못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호패법이 좋지 않은 것이 아니나 인심이 조금 안정되기를 기다리는 것만 못하다."
하였다. 지사 김류가 아뢰기를,
"폐조 초년에도 이 법을 행하려 하였는데 그때 신 또한 낭청으로 있었습니다. 호족의 백성이 모두 이 법을 꺼리어 거짓말이 크게 일어났으나 일을 담당한 사람은 단연히 결행하여 동요되지 않아 거의 완료되기에 이르렀는데, 마침 김제세(金濟世)의 옥사가 있었습니다. 이이첨(李爾瞻)이 대사간으로 있으면서 ‘김제세의 모역(謀逆)이 호패에서 말미암았다.’ 하면서 계청하여 파하였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그때에는 백성들이 일정한 산업이 있어 오늘날과 비할 바가 아니다."
하였다. 김류가 아뢰기를,
"요즘 박정 등의 일로 삼사가 논열하고 대신·중신도 모두 갖추어 진달하였으나, 상께서 조용하지 못한 단서를 막고자 하여 끝내 윤허를 않으시니, 신이 감히 우러러 진달하지 못하겠습니다. 다만 나만갑(羅萬甲)은 홀어미가 있는데 나이 늙고 눈이 어두워 사물을 보지 못하여 오직 나만갑을 의지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가 제수받은 고을이 서쪽 변경에 가까이 있으므로 어머니를 모시고 가지 못한다고 하니, 이 또한 효도로 다스리는 시대에 결점이 되는 것입니다. 옛날 유우석(劉禹錫)·유자후(柳子厚)가 왕비(王伾)·왕숙문(王叔文)의 당에 연좌되어 자후는 유주 자사(柳州刺史)에 제수되고 유우석은 파주 자사(播州刺史)에 제수되자, 유자후가 유우석은 노모가 있고 유주는 파주보다 낫다 하여 상소하여 바꾸어주기를 청하였는데 당 헌종(唐憲宗)이 마침내 유우석을 연주(連州)로 옮겼습니다. 나만갑이 외직에 보임된 것만으로도 그 죄를 징계하기에 족하니 편리한 고을에 바꾸어 차임하여 그로 하여금 어미를 모시고 가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상이 답하지 않았다.
사신은 논한다. 지금 세 신하가 외직에 보임된 것은 모두 김류가 얽어 배척한 데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므로 일시의 사대부가 모두 그의 행사를 바르지 않게 여겼다. 이에 이르러 겉으로 구해(救解)하는 빛을 보였으나 은연중 이 세 신하를 왕비·왕숙문의 당에 비하였으니, 아, 너무도 심하다.
시독관 이경석(李景奭)이 중원에 사람을 보내어 서책을 구득(購得)하여 옥당에 간직하기를 청하니 따랐다. 이때에 변란을 갓 겪어서, 옥당에 소장된 책이 거의 다 산실(散失)되었으므로 이경석이 청한 것이다.
- 【태백산사고본】 9책 9권 33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17면
- 【분류】외교-명(明) / 무역(貿易) / 왕실-경연(經筵) / 군사-군정(軍政) / 호구-호적(戶籍) / 인사-임면(任免) / 역사-편사(編史)
○辛亥/ 上朝講《孟子》于資政殿。 領事尹昉曰: "本兵之意, 欲先行籍軍之擧。 此是蕩滌逃故之急務, 但若先行籍軍之法, 則士族子弟, 必懷疑懼, 莫若先行號牌。" 上曰: "號牌之法, 非不美矣, 莫如稍待人心之定也。" 知事金瑬曰: "廢朝初年, 亦欲行此法。 其時臣亦爲郞廳矣。 豪右之民, 皆憚此法, 訛言大興, 而當事之人, 斷不搖動, 幾至完畢, 適有金濟世之獄。 李爾瞻方爲大司諫以爲: ‘濟世之謀逆, 由於號牌’, 啓請罷之矣。" 上曰: "其時則民有恒産, 不比今日矣。" 瑬曰: "近以朴炡等事, 三司論列, 大臣、重臣, 亦皆備陳, 而自上欲塞不靖之端, 終不允許, 臣不敢仰達, 而第羅萬甲有偏母, 年老, 目不見物, 惟萬甲是依, 而以其邑逼近西塞之故, 不得將母云。 此亦有欠於孝理之日也。 昔劉禹錫、柳子厚, 坐於伾、文之黨, 子厚則除柳州, 禹錫則除播州, 而子厚以禹錫有老母, 柳州勝播州, 上疏乞換, 而憲宗竟移連州。 萬甲之補外, 足徵其罪, 換差便邑, 使之將母何如?" 上不答。
【史臣曰: "今者三臣之補外, 皆出於金瑬之搆擠, 故一時士夫, 皆不直其行事。 至是, 外示救解之色, 而隱然比三臣於伾、文之黨, 吁其甚矣。"】
侍讀官李景奭, 請送人中原, 貿得書冊, 藏之玉堂, 上從之。 時, 新經變亂, 玉堂所藏之書, 幾盡散失, 故景奭請之。
- 【태백산사고본】 9책 9권 33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17면
- 【분류】외교-명(明) / 무역(貿易) / 왕실-경연(經筵) / 군사-군정(軍政) / 호구-호적(戶籍) / 인사-임면(任免) / 역사-편사(編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