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재를 관찰하다
상이 서교(西郊)에서 관무재(觀武才)를 하였다. 철전(鐵箭)·편전(片箭)·기사(騎射)·기추(騎蒭)·삼갑사(三甲射)·편곤수(鞭棍手)·쌍검수(雙劍手)·검수(劍手) 등의 기예를 차례로 시험해 보았다. 여러 신하들이 밤에 거둥하는 것은 미안한 일이라 하여 환궁하기를 누차 청하니, 따랐다. 도승지 김상헌이 아뢰기를,
"오늘 무예를 보건대 재력(材力)이 있는 무사(武士)가 많이 있습니다. 지금 큰 적이 국경에 도사리고 있으니, 매우 위험한 시기입니다. 그러니 그들에게 윗사람을 친히 하고 어른을 위해 죽는 의리를 가르친다면 위급할 때에 무재(武才)가 모자라는 것을 어찌 걱정하겠습니까. 나라를 다스리자면 문(文)도 있고 무(武)도 있어야 하나 문이 첫째가 되고 무가 그 다음이 되는데 불행하게도 근래에는 문도(文道)가 점점 쇠하여 항간에는 책 끼고 다니며 글 읽는 사람을 못 본 지가 오래되었습니다. 요행히 과거에 합격된 뒤에는 문학 보기를 마치 다른 집 일 보듯 합니다. 무릇 선비가 명절(名節)을 가볍게 여기고 이록(利祿)을 중하게 여기는 것은 모두 문교(文敎)가 퇴폐한 데에 말미암는 것입니다. 아울러 권장하여 흥기시키는 것이 마땅합니다. 어찌 무사(武事)에만 전심할 수 있겠습니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내가 마땅히 유념하겠다."
하고, 인하여 대신에게 명하여 내일 시험을 마친 뒤에 차등 있게 시상하도록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9책 9권 8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4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군사-병법(兵法)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丁酉/上觀武才于西郊, 鐵箭、片箭、騎射、騎芻、三甲射、鞭棍手、雙劍手、劍手等技, 次第試閱。 諸臣以犯夜擧動, 爲未安, 屢請還宮, 從之。 都承旨金尙憲啓曰: "觀今日武藝, 則材力之士, 不爲不多。 目今大敵壓境, 虞危政急。 若敎之以親上、死長之義, 則何患於緩急之乏武才乎? 雖然, 爲國之道, 有文有武, 而文爲上, 武爲次。 不幸近來, 文道漸衰, 閭巷之間, 久不見挾冊讀書之人, 至於僥倖占科之後, 則視文學如他家事。 凡士之輕名節、重利祿, 莫不由於文敎之頹廢矣。 竝宜勸奬興起。 豈可專意於武事而已哉?" 上曰: "予當體念焉。" 仍命大臣, 待明日畢試後, 施賞有差。
- 【태백산사고본】 9책 9권 8장 A면【국편영인본】 34책 4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군사-병법(兵法)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